제주고 야구부 해체 발표, 도내 선수 학부모들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철회 요청

기자회견에 참석한 부모들.(사진은 장태욱 기자)

제주고등학교가 야구부를 해체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지역 야구선수 학부모들이 해체 철회를 요구했다. 제주남초등학교와 신광초등학교, 제주제일중학교, 제주고등학교 등 도내 야구부 학부모들은 23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고 야구부 폐부를 중단하라고 호소했다.

학부모들은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제주고는 현재 특기생 전형에서 야구부가 빠져있고, 전학생들도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우며 전학을 받고 있지 않다”라며 “9월 2일 부임한 교장이 주변의 부정적 얘기만 듣고 야구부 실정과 선수들을 파악하기 전에 해체에 대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야구부 해체를 교장이 단독으로 결정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모든 일에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또, “제주에 초등학교 2곳, 중학교 1곳에 야구부가 있지만 고교 야부부가 없어지면 초․중학교에서 야구를 하는 아이들도 갈 곳이 없어진다”라며 “제주 야구가 발전하려면 초등학교부터 시작해 중․고등학교로 이어지는 연계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은 ‘단 한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겠다’던 이석문 교육감의 선거 공약을 거론한 뒤 “야구선수를 꿈꾸는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저버리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제주고등학교는 지난 2000년 야구부를 창단했다. 당시는 제주제일중이 야구부를 창단한 지 몇년 지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창단 초기에는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지난 2005년 성낙수 감독이 부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성낙수 감독은 경북고와 경희대를 졸업하고 삼성라이온스 창단 멤버로 활약한 야구 레전드다. 성 감독은 김수완(현 두산 베어스)과 임지섭(엘지 트윈스) 등을 발굴해 제주고를 야구 명문학교 반열에 올렸다.

그런데 야구부에 불협화음이 발생하며 성 감독은 지난 2017년까지의 지도자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휘봉을 내려놔야 했다. 선수들끼리 폭행사고가 발생했는데 사고가 교육청 민원으로 번지자 야구부가 해체될 위기에 놓였다. 성 감독은 야구부 해체를 피하기 위해 책임을 지고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이후 제주고 야구부가 표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제주제일중학교를 졸업하는 선수들 가운데 7명이 제주고 진학을 타진하고 있었는데, 제주고가 운동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모두 다른 지역에 진학했다.

당시 한 학부모는 “내가 제주 토박이고 집에서 먹고 자며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아이에게 가장 좋다는 판단으로 제주고 진학을 타진했는데, 감독이 공석이었고 학교가 야구선수들이 야간훈련 도중 물을 마시고 쉴 수 있는 공간을 폐쇄하는 것을 보고 운동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팀은 제대로 된 선수들을 수급하지 못했고 그나마 있던 선수들 가운데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 경우도 있었다. 우여곡절끝에 올해까지 남은 선수는 모두 14명인데, 제주고 코치를 지냈던 강필선 씨가 올해부터 감독을 맡아 어려운 상황을 수습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9월에 제주고에 부임한 고용철 교장이 내년에 야구부 특기생을 받지 않겠다며 사실상 해체안을 발표했다.

고용철 교장은 최근 언론사 인터뷰에서 “내년에 3학년이 졸업하고 신입생 특기자 5명을 뽑는다고 해도 10명밖에 남지 않는다”라며 “그럼 다시 제주 출신이 아닌 다른 지역 선수들의 전학을 받아야 한다”라고 말하며 야구부 해체의 사유를 밝혔다.

제주도야구협회 관계자는 “야구부가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교장과 교사가 팀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도와줘야 할 방안은 없는지 찾아야 하는데 해체부터 거론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학교측에서는 야구부 해체 사유로 일반 학생들이 야구부를 싫어한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선수들이 야구부 존치 서명을 받았는데 세 시간 만에 수백 명이 이름을 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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