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 국회 발의, 농업직불금 전면 손질

정부가 농업직불금 제도를 전면 개정할 뜻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 이 지난 9일, 국회에 발의됐고 16일에는 관련 토론회도 열렸다. <서귀포신문>은 농업직불금 제도의 개정이 서귀포의 농가 소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해, 법률 개정안과 국회 토론회 자료 등을 검토하고 그 내용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전남 나주 영산강 유역 평야에서 농부가 모내기를 하는 모습이다. 쌀 농가는 모내기와 농약살포, 수확 등 대부분의 과정을 기계로 시행하기 때문에 노동력이 많이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쌀 농가에는 밭 농업인에 비해 많은 보조금이 지급된다. 현행 직불금 예산의 80%는 쌀 농가에 집중된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현행 직접지불제도는 시장개방에 따라 농가가 입는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지난 2005년 도입됐다. 현 제도 하에 농가에 지급되는 직불금은 논농업고정직불급‧밭농업고정직불금‧논농업변동직불금‧밭농업직불보조금(논이모작보조금)‧친환경농업직불금‧친환경안전축산물직불금‧조건불리지역직불금‧경관보전직불금‧경영이양직불금‧FTA피해보전직불금‧폐원지원금 등 11종류가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쌀 고정직불금은 ha 당 평균 100만 원인 반면, 밭고정직불금은 50만 원, 조건분리지역직불금은 65만 원 등이다. 쌀이 목표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논농업변동직불금이 지급되고, 논에 이모작으로 식량이나 사료작물을 재배하면 ha 당 50만 원이 지급된다. 구조적으로 대규모 논을 소유한 지주들에게 직불금 대부분이 빨려 들어가는 구조다.

지난 16일 국회토론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쌀 관련 직불금으로 연평균 1조1611억 원을 지급했다. 결과적으로 쌀 목표가격의 95% 이상 수준을 달성했지만 농업직불제의 80% 이상이 쌀에 집중되고 상위 7%의 이른바 ‘대지주’들이 직불금의 38%를 수령하는 대농 편중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직불제가 타 작목 농가와 소규모 농업인의 소득안전망으로는 미흡하다는 문제와 쌀에 지급되는 변동직불금은 쌀 생산 과잉을 유발하고 수급불균형을 심화한다는 문제도 야기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정부는 과도한 재정지출에도 불구하고 쌀 과잉생산과 가격불안정은 해결되지 않고 중소규모 농업인에 대한 소득보전은 미흡했다는 판단으로 직불금제도를 전면 손질했다.

이를 기반으로 박완주 의원(민주당, 천안을)은 지난 9일,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대표 발의했다. 박완주 의원 외에도 위성곤, 오영훈 의원을 포함해 17명이 발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법률개정안은 의원 입법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은 정부안이다. 정부는 개정 법률을 통해 2020년부터 공익형 직접지불제도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민주당이 당정협의에서 내년 직불제 예산을 2조2000억 원으로 결정하고 직불제 개정을 위한 재정적 기반을 마련했다.

개정 법률안은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과 농업인 등의 소득안정을 위해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이하 공익형 직불제도)를 도입한다는 취지다. 공익형 직불제도는 기본형 공익직불제와 선택형 공익직불제로 구성하되, 농업경영정보를 등록한 농업인과 농지만이 지급 대상이다.

대정읍에서 농부들이 마늘을 수확하는 장면이다. 제주의 경우 대부분 농업인에게 조건불리지역 직불금이 지급되는데, 면적당 지급액이 쌀 농가의 절반 정도다. 게다가 규모도 영세해 직불금 혜택을 실감하지 못할 정도다. 정부가 개정안을 마련해 공익형 직불제도로 차등없이 직불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기본형 직불제도 : 소규모농가직불금과 면적직불금

지급대상은 논농업(’98∼’00)․밭농업(’12∼’14)․조건불리(’03∼’05)에 이용된 농지 등으로 2017년부터 2019년 사이에 직불금을 1회 이상 지급받은 경우에 한한다. 이로써 현행 쌀, 밭, 조건불리 직불제가 '기본형'으로 통합된다. 아직 구체적인 직불금 규모는 정해지지는 않았는데 정부는 논과 밭 등에 동일한 직불금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쌀 농가와 해당 지역 언론 등은 벌써부터 “정부가 식량농업을 포기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충족하는 소규모 농가에 대하여 면적에 관계없이 소규모농가직접지불금을 지급한다. 사실상 소농에 대해 기본형 직불제도로 기본소득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그리고 기준 면적을 초과한 농지에 대해서는 구간별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면적직접지불금으로 지급한다.

농가가 기본직접지불금을 신청하려면 농지의 형상 및 기능유지, 농약 및 화학비료의 사용 기준 수칙,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 관련 교육 이수 등 의무를 이행하도록 했다. 그리고 기본직접지불금을 신청하는 농업인 가운데 재배면적관리가 필요한 작목을 재배하고자 하는 농업인에게는 재배면적 조정의무를 부과했다.

▲선택형 직불제도

선택형 직접지불제도는 친환경농업직접지불제도와 친환경안전축산물직접지불제도, 경관보전직접지불제도 등으로 구성해 운영한다.

26일 토론회에서는 공익형 직불제 시행에 필요한 보완사항들도 논의됐다. 논농업변동직불금을 폐지할 경우, 쌀 수확기 시장안정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밭농업직불보조금(논이모작보조금)을 대신해 콩, 옥수수, 조사료 등의 자급률을 높일 방안도 과제로 남았다.. 또, 직불제 개편에 따른 비농업인의 직불금 부당수령, 농지 임차료 상승 등에 대한 보완대책도 절실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농업정책을 담당했던 관계자는 공익형 직불제도와 관련해 “기본형 직불제도로 소농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하되, 농업인들이 환경을 지킬 수 있도록 의무조항을 마련해야 농촌이 해체되지 않고 지속가능해진다”라고 말했다. 

야당이 최근 정부와 대치하며 장외로 나간 상황에서 법안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농업 직불제도를 전면 개혁하겠다고 나섰고 개정안이 제주의 농업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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