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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밖에서 술 마신다는 소식에 다가오는 공포[칼럼] 송주연 서귀포가정행복상담소 소장
서귀포신문 (송주연) | 승인 2019.10.01 11:42

상담소 근무가 결정되고 나서 서귀포에서 처음 짐을 풀은 곳은 위미에 살고 계시던 친한 친구의 시어머니 댁이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던 방 구하기도 불과 나흘 만에 싱겁게(?) 끝나버렸습니다.

어스름 저녁에 잔비마저 추적추적 뿌리는 궂은 날씨에 이삿짐을 옮기겠다고 하자, 무엇보다도 발 벗고 나서서 한사코 만류하시던 분은 시어머니셨습니다. 육지의 며느리들에게 전화해서 휴대폰 너머로도 모두들 저를 극구 만류하고 나서더군요. 꼭 이 밤에 이사를 해야겠느냐고, 비도 온다면서, 내일 이사하면 안 되겠냐고 물어오는 친구에게 ‘향옥씨, 나는 이 집 마당이 무섭다, 대문간에 위치한 화장실엘 돌아가려면 밤이 무섭고, 나무조차도 무섭다. 간이 오그라들어서, 익숙하지 않아서 하루라도 빨리 이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사의 소심한 이유를 대고나니 참 민망하기가 그지없더군요. 그러나 불현듯 친구의 목소리가 잦아들면서 “그래, 그렇겠구나. 어둠이 익숙하지 않겠지. 우린 서귀포 가면 그 어둠이 하도 익숙해서 그러려니 하는데, 그렇구나, 그렇겠구나. 어둠이 낯설겠구나” 하면서 예상외로 너무나 순순히 퇴거를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도회지의 삶에, 불빛에 익숙한 상태에서 서귀포의 어둠을 처음 맞닥뜨리면서 생경하게 느꼈던 어둠은 불안과 공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어둠이 불안과 공포라니 잘 이해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불안이란 뚜렷한 이유 없이 생기는 불쾌하고 모호한 두려움인 반면 공포란 명확하고 구체적인 이유로 인해 두려움을 느끼는 심리상태를 말합니다. 즉, 불안은 이유 없이 걱정스럽고 초조해 마음이 편하지 않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뜻하고 공포는 사전적인 의미로는 ‘두렵고 무서운 상태’이지만 불안에 비하여 명확하고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말하는데 바꿔 이야기하면 불안은 대상이 명확하지 않고 추상적이지만, 공포는 귀신형상을 한 사람이나 사나운 개, 절벽 위에 있는 것과 같이 대상이 구체적이고 명확한 것을 뜻합니다.

불안을 의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자 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뚜렷한 원인 없이 생기는 불쾌하고 모호한 두려움이나 초조함으로 표현되는 기분상태를 지칭합니다. 이런 불안 증세는 명확하고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스트레스나 위험, 고통 등이 예상되는 상황이나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불안으로 인하여 두통, 발한, 심계항진, 가슴 답답함, 위장장애 등의 신체증상이 동반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정리하자면 불안은 위험 또는 고통이 예상되지만 아직 발생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느끼게 되는 두려운 감정이라면 공포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이유로 인하여 느끼게 되는 두려운 감정인 거지요.

그런데 단순히 사나운 개와 맞닥뜨리거나 고소공포증 상황에서 번지 점프대에 오른 상태,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등이 불안과 공포의 대상일까요? 어쩌면 가장 무서운 것은 ‘폭풍 직전의 고요’처럼 일상에서 난데없이 훅치고 들어오는 폭력이 가장 무서운 불안과 공포 그 자체 아닐런지요. 많은 폭력은 음주를 동반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귀가 시간이 늦어지는 배우자가 어디선가 술을 마시고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불안과 공포는 배가된다고 합니다. 발자국 소리가 저벅저벅 들리는 듯 환청에 시달린다고도 피해자는 하소연합니다. 일상화된 폭력, 여성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범죄가 유독 많은 우리 사회에서는 어쩌면 숨을 쉰다는 자체가 불안과 공포일겁니다.

오늘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는, 태풍 ‘미탁’이 오기 직전입니다. 부디 인간이 아닌, 어둠이나 태풍 정도의 자연재해로 느낄 수 있는 불안과 공포 정도가 여성들에게는 최대치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귀포신문 (송주연)  sgp19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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