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앞서 용오름 현상으로 피해 재해 입은 신풍리 주민들

오 씨의 황금향 하우스가 돌풍에 주저앉았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인근 가옥이 파손돼 주민들이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고 있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신천목장 창고가 돌풍에 주저앉았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제18호 태풍 미탁이 지나자 제주는 화창한 가을 날씨를 회복했다. 태풍으로 가슴을 졸이던 주민들은 대부분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태풍에 앞서 돌풍에 직격탄을 맞은 성산읍 주민들은 여전히 눈앞이 캄캄하다. 4일 현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생활 터전이 복구되지 않았고 무너진 감귤 하우스도 복구할 길이 막막하다는 입장이다.

현지에서 만난 오모 씨는 “하우스에서 황금향을 재배하고 수집상에 팔기위해 수확하던 도중에 돌풍으로 하우스가 무너졌다”라며 “1년 농사가 물거품이 된 것은 물론인데 사람이 없어 무너진 하우스 시설을 철거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오 씨의 농장에는 무너진 비닐하우스 틈으로 나무에서 떨어진 황금향 열매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김모 씨는 “태풍보다 앞서 불어온 도깽이(용오름)에 피해를 입었다”라며 “돌풍이 신천목장 아래 해안에서 불어올라와 그 주변 양식장을 파괴한 뒤 마을로 올라왔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일주도로변 창고 슬레이트 지붕이 파손되면서, 파편이 온 마을에 쏟아졌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2일 새벽 4시30분 경 성산읍 신천리, 신풍리, 삼달리와 구좌읍 일대에 강력한 돌풍이 몰아쳐 이 지역 일부 주택과 비닐하우스, 양어장 등이 파손되는 재해 사고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새벽에 발생한 일이라 정확히 확인하지는 못하지만 피해가 도깽이(용오름) 때문에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태풍이 제주 서부 해안을 통과한 시간은 이날 저녁이었는데, 돌풍은 이 보다 15시간이나 앞서, 그것도 태풍 중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구좌읍과 성산읍에 집중됐다.

제주도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신풍리 주택 4동이 파손대 이재민 25명이 발생했다. 이들은 현재 입시거처에서 생활하고 있다. 신풍리와 인근 신천리 양식시설물 4곳도 파손됐다. 또한 새벽 사이 강한 빗줄기가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가 발생하자 원희룡 지사가 현장을 방문해 신속하게 복구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4일까지는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약 5㎞ 부근 상공과 지상의 대기 사이에 약 40℃ 정도의 큰 기온 차이가 나타났을 때 대기는 열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다. 이때 대기 상하층 간의 강력한 대류운동으로 열적 불균형을 재빨리 해소하기 위해 강력한 회오리바람을 동반한 돌풍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용오름이라고 하는데 과거 제주의 해안가 주민들은 ‘도깽이’라고 불렀다.

기상학자들은 용오름이 대기의 강한 열적 불안정 또는 에너지 불균형을 효과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발생하는 격렬한 저기압성 회전 운동이라는 점에서 태풍과 유사하지만 용오름의 경우 발생시점이나 위치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진로를 예측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지난달 30일 제주 동부지역에 동전 크기의 우박이 10분간 쏟아져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역시 대기불안정으로 강한 상승기류가 발생한데서 비롯된 일이다. 지구온난화로 해수가 뜨거워진 상황에서 태풍이 더운 열기를 더 가중시켜 비롯된 현상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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