瀛洲吟社 漢詩 連載(영주음사 한시 연재)-16

 地(지) 땅

▶魯庭 宋仁姝 (노정 송인주)

 

仰天常處下如愚(앙천상처하여우) 하늘 우러르며 아래에 있어 어리석음 같으나

不擇包容德不孤(불택포용덕불고) 가리지 않고 끌어 앉는 덕 외롭지 않다오

夏戴茂林成妙境(하대무림성묘경) 하절엔 울창한 숲 머리에 인 듯 절경 이루고

冬粧素絮作奇圖(동장소서작기도) 겨울은 하얀 솜 장식해 기이한 그림 펼치네

惜珍保守謀生勉(석진보수모생면) 땅은 보석을 아끼듯 하며 삶에 힘써야지

貪貨崩頹集禍呼(탐화붕퇴집화호) 재물 탐내듯 훼손하면 재앙을 부름일세

誰願桑田爲碧海(수원상전위벽해) 뉘라서 상전이 벽해되길 바라리오

欲看擊壤響唐虞(욕간격양향당우) 격양가 들리는 요순시절 보고자 함이라

메밀밭에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판 모습이다. 잘 관리된 땅은 농민에 좋은 수확물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주변에 아름다운 경관도 선사한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 解說(해설)

▶大韓漢詩學會 會長 玄巖 蘇秉敦 (대한한시학회 회장 현암 소병돈)

 

이번 시평은 95년 풍상의 영주음사를 재창건하듯 혁신으로 발전을 이루려는 노정 송인주 이사장의 시(詩), ‘地(지)’이다. 우선 이 시는 율시의 창작기법인 地(지), 景(경), 情(정), 實(실)이 충실하게 지켜진 글이다. 수련(1, 2구)에 해당하는 地(지)는 시제나 작자(作者)가 처한 곳을 설명하기에 立(립)이라고도 하고, 함련(3, 4구)에 나타내는 景(경)은 보이는 경치를 말해야 하기에 望(망)이라고도 하며, 경련(5, 6구)의 情(정)은 작자의 느낌을 전달해야 하므로 感(감)이라고 할 수 있고, 결론인 미련(7, 8구)의 實(실), 혹은 事(사)에서는 작자의 호소나 주장을 진술해야 하는바 說(설)이라 하는데, 위 시는 소위 立(립), 望(망), 感(감), 說(설)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다.

시제가 地(지), 즉 땅이라서 요즘 젊은이들 표현대로라면 핫(hot)하다. 땅이란 자본주의 경제사회에서 1차 산업의 핵심과 더불어 4차 산업을 역설하는 21세기에도, 천민자본주의가 극대화된 지역에선 아직도 부(富)를 이루는 제일의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지역도 뭍사람들의 관심과 중국인들의 뜨거운 반향으로 최근 몇 년 이래 지가(地價)가 폭등한 사례가 있어 시제를 소홀히 볼 수 없다. 농경과 삶의 터전이 아닌 재화와 투자의 가치로만 땅을 바라보는데 대한 경각을 이 시에서 들을 수 있다.

7언율시 평기식으로 지어진 이 시의 전체적인 눈에 해당하는 시안(詩眼)은 “땅은 보석을 아끼듯 하며 삶에 힘써야지, 재물 탐내듯 훼손하면 재앙을 부름일세”의 경련(5, 6구)인, 感(감)이다. 오염과 훼손으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지구촌 환경의 아픔을 속살까지 고스란히 드러낸 구절이며, 또한 땅을 대하는 현대의 우리들에게도 일갈하는 말이다. 단순히 땅을 개발과 산업발전의 대상으로만 여겨 오염과 난개발의 역효과에 신음하는 인간들의 아우성 같기도 하다.

중국 위진남북조 시기, 시(詩) 비평가 종영의 “시품《詩品》” 보설외편에 보이는 말로 지(地) 시(詩)의 평을 갈음한다. ‘하늘과 땅, 해와 달과 별, 강과 산, 안개와 구름, 사람과 동물, 풀과 나무, 메아리가 답하고 움직임 깨달으며, 남의 발자취를 만나고 사물의 형체와 접촉하는 것, 그 모두가 정(情) 이다. 그것을 수습하여 얻으면 자연이라 하고, 어루만져 내놓은 것을 기미라 한다. 자연은 후하고 편안하며, 기미는 멀어져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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