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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자기결정권(性的 自己決定權)과 아내 강간[칼럼] 송주연 서귀포가정행복상담소 소장
서귀포신문(송주연) | 승인 2019.10.09 10:22
부부 사이에도 성적 자결정권은 절대적으로 존중돼야 한다.(사진은 pixabay)

성적 자기결정권(性的 自己決定權)이란 원치 않는 성행위나 임신·출산·성기관 절제 등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를 말합니다. 즉, 성 관련 행위에 대한 모든 결정은 본인이 한다는 것이 기본전제가 되며, 1995년 유엔 세계여성회의가 여성의 인권에 포함시켜 각종 여성운동의 행동강령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기본적 인권으로 간주하며, 각국 사법부도 이를 인정하는 판례를 잇달아 남기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남편이 아내에게 원치 않는 섹스를 강요할 경우 강간죄가 성립된다고 보기도 하며 이는 본인의 의사를 절대적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합니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넓은 의미로는 내가 성관계 하고 싶은 사람과 성관계를 할 권리, 좁은 의미로는 내가 성관계하고 싶지 않은 사람과는 안 할 권리를 말합니다. 누구와 성관계를 하고, 어떤 장소에서 하며, 피임은 어떻게 할 것인지, 어디까지 할 것인가를 내가 주체가 되어 선택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더 나아가 성적 자기결정권은 성관계를 먼저 요구할 수도 있고, 동의할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는 권리를 광범위하게 말하지만 이런 선택과 실천은 불평등한 관계에서는 실현되기 어려우며, 두 사람의 관계가 평등한 상황일 때 가능합니다.

가정폭력 가해자들은 구타 후 성관계를 시도하며 ‘아내와 화해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화해’일까요? 가정폭력 피해자인 아내들은 구타 후 성관계를 가장 치욕스러워 하는 것을 상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제적인 성관계는 물론이고 원치 않는 성적 행위를 강요하고, 심지어는 흉기를 사용하면서까지 구타 후 강제적인 성관계를 시도하는 사례를 볼 수 있는데 그러나 이것은 엄연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인권유린임이 자명합니다. 여성가족부가 발간하는 ‘위민넷‘에서도 아내강간(혹은 부부강간)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내강간은 남편이 아내를 강간하는 행위로서, 단순히 강압적으로 섹스를 했다는 그 자체보다 구타와 폭력이 전제가 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부부싸움이나 아내구타 후 남편이 억압적 분위기에서 성관계를 강요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우리나라의 형법학계에서는 아내강간을 부정한 1970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아내 강간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견지를 유지해왔다. 아내강간을 부정하는 근거는 부부에게는 성생활을 함께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합법적 부부관계에서 성관계에 응할 의무가 성관계를 강요할 의무는 아니라는 점에서, 아내강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통념은 아내를 남성의 소유로 보는 남성 중심적 사고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 피해자들도 부부간의 성폭력을 구타나 폭행 등과 같은 범죄가 아니라, 남편의 관심 표현이거나 결혼생활의 의무로 받아들이고 있어, 아내강간은 오랫동안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004년에 처음으로 아내성추행에 대한 유죄판결이 내려진 것을 계기로 부부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부부강간죄 개념이 도입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내강간과 관련하여 2004년 8월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에서는 부부간이라 할지라도 성관계를 강요하면 강제추행죄가 된다고 하여 김모 씨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해서 우리 사회에서 처음으로 아내강제추행죄를 인정했습니다. 또한 2009년 1월 24일 부산지법이 관계를 거부하는 필리핀 아내를 가스총과 흉기로 위협해 강간한 42세 남자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는데 이것은 부부강간죄를 인정한 최초의 사례이기도 합니다. 아내강간은 명백히 성적 자기결정권에 위배되는 사안이며 동시에 남성중심적인 가부장적 사고가 투영되어 있습니다. 아내강간, 당장 추방되어야 마땅합니다.  

서귀포신문(송주연)  sgp19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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