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아파트 광고 현수막에 피어난 매화꽃의 아우성제주추사관과 창작공간 ‘퐁낭아래귤림’ 15일부터 ‘2019 추사에게 새로운 길을 묻다’ 기획전
장태욱 | 승인 2019.10.15 16:08
정민주 작가는 아파트 분양광고 현수막을 표백한 후 붉은 페인트로 '매화‘를 그렸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제주에 자발적으로 유배를 왔다는 청년 작가들이 추사관에 모였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에서 수선화와 소나무를 통해 스스로 예술의 경지를 끌어올린 것처럼 청년 작가들도 추사와 제주의 자연을 모티브로 다양한 작품활동에 몰입했다.

추사를 위리한치했던 초가는 청년작가들을 만나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태어났고, 작가를 구속하던 공간은 작품과 함께 부활의 동굴이 됐다.

제주추사관은 15일부터 ‘2019 추사에게 새로운 길을 묻다’ 기획전을 개최한다.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창작공간 ‘퐁낭아래귤림’과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회로 내달 17일까지 이어진다.

수채화와 영상, 설치, 탁본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중 가장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정민주 작가의 '매화‘. 단순히 종이 위에 매화를 그린 게 아니라, 낡은 현수막을 재활용했다.

아파트 분양광고에 쓰였던 현수막을 표백한 후 그 위에 페인트로 붉은 매화를 그렸다. 아파트가 근대와 자본주의, 자연과 생명에 대한 파괴를 상징하는데, 작가는 매화를 통해 파괴적인 근대문명에 저항한다.

김상우 작가의 'Nostalgia'. 오래된 브라운관 TV가 향수를 자극한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김상우 작가의 ‘Nostalgia'도 흥미를 끈다. 오래된 브라운관 TV 화면을 통해 불빛 반짝이는 장면을 상영한다. TV는 모두 7대 인데, 크기는 같고 제작사는 각기 다양하다. 작가는 80년대 중반에 유행했던 브라운관 TV를 전시하고, 이를 통해 가장 화려했던 시절에 대한 기억을 소환한다. 그래서 제목대로 나의 ‘Nostalgia'를 자극한다.

현승의 작가의 작품들도 가슴 아프다. 최근 성산읍에 일고 있는 싸움의 현장을 떠올리는 작품이다. 4개의 작품들인데, 기자에겐 한 세트로 읽힌다.

작품 ‘작은 동굴’, 근대문명의 탐욕을 피해 인간의 근원적 안식으로 도피하려는 소망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작품 ‘잠식’과 ‘점유’는 자연에 대해 인간이 깃발을 꽂고 소유를 주장하며, 마침내는 이를 파괴하는 장면을 그렸다. 자본을 소유한 자들은 늘 권력을 소유하고, 권력은 때로는 상냥하지만 대체로는 폭력적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장은경 작가의 작품. 작품속 처마는 근대 이성을, 마루는 예술을 만나는 공간이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장은경 작가는 추사 적거지를 하나의 작품이자 배경으로 만들었다. 적거지의 뜰은 햇살과 바람이 드는 자연이고, 그가 앉은 마루는 창작공간이다. 그리고 마루와 마당이 만나는 처마는 근대 이성이 싹트는 과학의 영역이다.

작가는 과학을 상징하는 뉴턴의 진자추를 처마에 걸었고, 예술을 상징하는 종이를 접어 마루에 설치했다. 추사가 가슴으로 예술에 집중했다면 맑은 이성으로 서양의 근대문명과 국제정세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에 착안했다.

김상우, 김수정, 김지섭, 류현숙, 마이클 위틀, 이유진, 장은경, 정명국, 정민주, 최인엽, 현승의 등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10인의 현대미술작가들이 전시에 참여했다. 이들은 창작공간 ‘퐁낭아래귤림’ 아트캠프·레지던시에 참여한 예술가들이다. 

장태욱  taeuk30@naver.com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태욱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63579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산간동로 7942   |  제보 및 문의 : 064-763-4556/4455  |  팩스 : 064-763-4457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제주 아 01006  |  등록일 : 2006년 7월 26일  |  발행인 : 김성은  |  편집인 : 장태욱
상호 : 서귀포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616-81-16330  |  개인정보책임자 : 양용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용주
Copyright © 2019 서귀포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