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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의 생존자에 대하여
서귀포신문 (송주연) | 승인 2019.10.23 10:21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와 분리되어 삶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곳은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즉 쉼터라는 곳인데, 전국에 67곳이 산재합니다. 오늘은 쉼터에서 조사한 설문에 대한 응답에서 나온 자료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하나, 남편의 구타를 어떻게 고칠 수는 없는가? 둘, 집을 나오고 싶은데 쉼터를 이용하고 싶다. 셋, 이혼하고 싶은데 방법을 알고 싶다. 이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피해 여성들의 간절한 욕구를 알 수 있지요.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자기 비난’은 내가 폭력을 유발시켰다, 남편의 폭력을 중단시키지 못했다, 폭력을 더 인내하지 못했다는 세 가지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아내들이 죄책감이나 분노, 무력감을 느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학대관계를 왜 떠나지 못 하는가에 대하여 알아보면 구원윤리에 호소하는 것 즉, 불쌍한 남편을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구타에 대한 책임을 외부에 돌리는 것-이를테면 직장상사가 남편을 화나게 해서 남편이 나에게 분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아내들이 구타로 인한 상처를 부인하는 것을 볼 수 있고, 폭력에 대해서 스스로를 부인하는 것도 들 수 있겠는데 여기에서 때리는 남편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라고 착각하거나 핑계를 대는 경우를 들 수가 있겠습니다. 피해자는 다른 선택 대안을 부인하는 것으로 많은 피해자들은 쉼터를 간다거나 이혼을 한다거나 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친정으로의 복귀는 일부 피해자에게 국한된 이야기일 뿐 대부분의 피해여성들은 가정폭력의 구조에서 빠져 나오는 것-별거나 이혼을 선택하는 것에 대하여 많이 망설입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인 거지요.

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서 근무할 당시를 되돌아보면 중장기 쉼터라 최장 2년간 머무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짧게는 21일 만에 두 아이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무척 안타까웠는데 아무리 설득해도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 거기에는 자녀 양육의 문제로 인한 죄책감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서 홀로서기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힘, 경제적인 자립이 피해여성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혹은 남편의 애원과 사과 때문에, 아니면 남편이 친정 식구들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어서 원치 않지만 마지못해 가정으로의 복귀를 어렵게 결정하기도 합니다.

많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상담소에서 상담과 교육을 받지만 여전히 많은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은 가정에 머무릅니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특히 자녀를 돌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서입니다. 남편의 변화에 대한 기대나 연민이 있는 경우도 있으며, 남편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라든가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생각 즉, 부부는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라든가 ‘죽음이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생각으로 못 헤어지기도 하고, 안 헤어지기도 합니다. 경제적인 문제라든가 이혼녀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으로 인하여 이혼을 선택하지 않고 여전히 폭력가정 안에서 머무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많이 변했다고는 하나 이혼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은 아주 어렵게 이혼이나 별거를 결정합니다. 이 시점에서 가정폭력 생존자들의 생각을 정리해보면 첫째, 남편의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입니다. 둘째, 폭력의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셋째, 나 자신이 학대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 넷째, 거의 생명에 대한 위협을 느낄 때인데요. ‘이러다가는 내가 폭력 때문에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깨달음, 다른 말로 하면 죽음에 대한 공포심을 느끼면 최후의 수단으로 폭력의 상황에서 탈출을 감행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자신보다는 자녀의 심리적 혹은 신체적 안전을 위하여 가해자인 남편과 헤어지는 것을 선택한다는 겁니다.

많은 피해자들이 여러 가지 생각으로 심리적인 갈등을 겪으며 오늘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폭력을 당하는 피해여성들의 심리상태를 잘 알아야 우리가 편견 없이 그들을 포옹하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연약한 피해자이기 이전에 꿋꿋하게 ‘생존을 선택하는 자’들입니다.

서귀포신문 (송주연)  sgp19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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