瀛洲吟社 漢詩 連載(영주음사 한시 연재)-19
漢山社長鶴壽(한산사장학수) 한산 사장님 장수를 바라며
▶淸虛 金昌琪(청허 김창기)
瀛洲漢叟待開扉(영주한수대개비) 영주음사 사장님이 사립문 열고 기다리며
訪友相逢美面璣(방우상봉미면기) 찾아온 벗과 상봉하니 얼굴이 환하시네
布德詩壇稱頌滿(포덕시단칭송만) 시단에 덕을 베풀어 칭송이 자자하고
積功碑豎刻書肥(적공비수각서비) 공 쌓으며 세운 비석에 새긴 글씨 많도다
儒林篤睦修仁義(유림독목수인의) 유림들과 돈목하며 인의를 닦으셨고
學界融和解正威(학계융화해정위) 학계와 융화하며 위엄을 여셔네
年月水流身已老(년월수류신이노) 세월이 물처럼 흘러 몸은 이미 늙었으나
餘生壽福仰天祈(여생수복앙천기) 남은 여생 수복하시길 하늘 우러러 빕니다
◉ 解說(해설)
▶文學博士 魯庭 宋仁姝 (문학박사 노정 송인주)
이 시는 청허 김창기 시인이 연세가 90이 넘으신 한산 강영일 영주음사 전 이사장님의 장수를 바라며 쓴 시이다. 이 시 제목 중의 ‘학수(鶴壽)’는 ‘학이 오래 산다.’라는 뜻으로, 장수(長壽)를 축하할 때 쓰는 말이다. 《淮南子·說林訓(회남자·설림훈)》에 보면 “鶴壽千歲(학수천세), 以極其遊(이극기유), 蜉蝣朝生而暮死(부유조생이모사),而盡其樂(이진기락)”이라는 말이 있다. 그 뜻은 ‘학은 천년의 수명을 누리며 그 노님을 다하고, 하루살이는 아침에 태어나 저녁에 죽으며 그 즐거움을 다한다.’이다. 그리고 唐(당) 王建(왕건)의 <閑說(한설)>에 보면 “鶴壽千年也未神(학수천년야미신)”이란 문장이 있다. 그 의미는 ‘학은 천년이 되었는데도 아직 신이 되지 않았다.’이다. 이 두 문장에서 보는 것처럼 학은 수명이 길어 장수하며 오래 살기 때문에 사람들은 장수를 축하하고, 더욱더 오래 장수하기를 기원(祈願)할 때 자주 이 ‘학수(鶴壽)’라는 말을 인용한다. 이 외에, 장수를 기원하는 뜻을 가진 말로는, ‘남산과 같이 장수하다.’라는 ‘수비남산(壽比南山)’이 있고, 또 ‘소나무와 같이 장수하다’라는 ‘수비송령(壽比松齡)’이 있으며, 그리고 ‘거북이와 학처럼 장수하다.’라는 ‘귀학지수(龜鶴之壽 )’라는 표현 등이 있다.
이 시는 수련 1구의 두 번째 자가 평성의 글자로 시작되고 있어서 칠언율시 평기식의 시이다. 운자는 ‘扉(비), 璣(기), 肥(비), 威(위), 祈(기)’로 모두 微(미) 운통(韻統)의 글자들이다.
이 시의 수련, 1구의 ‘漢叟(한수)’는 한산 강영일, 영주음사 전 이사장님을 두 글자로 표현한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영주음사 전 이사장님이 문을 열고 벗들을 기다리는 모습과 찾아온 벗을 대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함련에서는 한산 선생님이 평생 살아오신 모습을 읊고 있는데, 이 부분 1구에서는 덕을 베풀며 사셨기 때문에 주변에서 칭송이 자자함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2구에서는 제주 서예가협회 고문이시고, 제주도 및 우리나라 서예계에서 이름을 떨치신 한산 선생님께서 지금까지 공을 쌓으며 비석에 새긴 글들이 많았음을 말하고 있다.
경련에서는 한산 선생님께서는 유림들과 돈목하게 지내셨고, 인의를 닦으시며 학계와 융화하셨음을 말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위아래 문장을 정확히 대구(對句)로 구성을 하고 있는데, ‘儒林(유림)-學界(학계)’는 명사와 명사끼리 대를 맞추고 있고, ‘篤睦(독목)-融和(융화)’, 그리고 ‘修(수)-解(해)’ 부분은 술어 성분으로, ‘仁義(인의)-正威(정위)’ 부분은 명사 성분으로 위아래 대(對)를 맞추고 있다.
가끔 연세가 많으신 전 이사장님을 찾아뵈면, 오랜 세월 벗해온 책상을 대하고 고고한 모습으로 시를 짓고 계신다. 가만히 뵙고 있으면 그 모습에서 고아한 학의 모습이 연상될 때가 있다. 전 이사장님은 세월이 흐름 속에 90이란 연세를 넘기셨지만, 시상은 여전히 변함없이 풍부하고 맑으시다.
이 시를 쓰신 淸虛(청허) 선생님도 연세가 이미 90이 넘으신 영주음사 원로이시다. 淸虛(청허) 선생님께서는 자신을 뒤로하고, 오랫동안 한시 활동을 함께 해 온 시붕(詩朋)을 위해 학수(鶴壽)를 축하하며, 장수를 기원하고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추운 날씨에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훈훈한 정이 느껴지는 시이다.
마지막으로 묵향과 시향을 항상 품고 사시는 영주음사 원로이신 한산 강영일 전 이사장님과 이 시의 작가이신 청허 김창기 선생님의 鶴壽龜齡(학수귀령) 빌며 시 해설을 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