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문예비엔날레- 저작걸이展’ 24일까지 서초동예술의전당에서 열려

문예비엔날레가 열리는 서초동예술전당내 한가람미술관 정형준 화가 작품 전시관 (사진= 정형준 화가 제공)
정형준 화가의 흙놀이 - 작품속에 한 수산 작가의 소설 '부초'의 내용을 작은 그림으로 담았다

한수산은 산문시와 같은 부드러운 문체를 통해 생명의 가치를 탐구하는 작가로 유명한 소설가다.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단편소설 ‘4월의 끝' 이 당선되어 소설가가 된 그는 ’부초, ’모래위의 집‘, ’해빙기의 아침‘, ’거리의 악사‘ 등으로 독자들에게 인기를 모았었다.

작가는 1981년 5월 제주에서 소설을 집필하던 중, 영문도 모른 채 기관원들에 연행됐다. 이후 모진 구타와 고문을 당했고, 이 사건으로 작가는 한때 절필을 선언하고 1988년 고국을 떠나 오랜 동안 일본에서 생활했다. 이른바 ‘한수산 필화사건’이다.

작가는 1989년 일본 헌책방에서 <원폭과 조선인>이라는 책을 접했다. 나가사키 원자폭탄(이하 원폭) 피해자들과 군함도라는 섬에서 일어난 가혹한 노동에 대해 알게 됐고, 28년의 노력 끝에 소설 ‘군함도’를 완성했다. 작가는 그렇게 거장의 저력을 보여줬다.

작가 한수산이 서귀포의 아들 정형준 화가와 동반전시회를 열고 있다. 제주도, 한라산, 돌담 등 정형준 작가의 그림과 한수산 작가의 ‘부초’가 서로 교감하는 자리다. 소설 ‘부초’는 산업화 시대를 배경으로 일월곡예단 단원들의 사랑과 갈등, 연민 등을 담은 작품이다. 곡계단 단원들을 통해 인간의 유민의식과 생의 의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2019년 문예비엔날레- 저작걸이展’이 16일부터 24일까지 서초동예술의 전당 내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주제는 ‘문화와 미술의 새로운 모색’이다.

문학인의 작품을 화가가 다시 재구성하여 그림으로 묘사하면, 다시 작가가 이를 이야기하고 글을 써서 표현하는 동반 전시회이다. 일종의 ‘랠리’가 일어나는 동안 다른 영역의 작품에 대해 이해하고, 다시 다른 예술가의 눈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되돌아보게 된다.

참여 작가와 예술참여자는 각각 15인이다. 그 중 김유정 작가의 봄봄을 이영선 화백이 그림으로 해석했고, 김보겸 작가는 심미영 작가의 회화와 설치미술에서 영감을 받아 단편소설 ‘해당화 1.2’를 썼다. 그리고 한수산의 ‘부초’와 흙을 소재로 한 정형준 화가의 작품이 만났다.

한수산 작가는 정형준 화가를 만나기 전 작가가 원시적이면 투박한 흙을 미술의 소재로 삼았는지 궁금했다. 흙에서 추출해낼 수 있는 색깔은 한정될 수밖에 없고 이 한계는 작가에게 자유로움을 구속한다는 면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런데 정형준을 만난 후 그의 진정성을 즉시 받아들였다.

“화가 정형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그가 진정성의 갑옷을 입고 상식의 창을 든 화가라는 걸 알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흙은 파격이 아니었다. 그의 흙은 바다 밑에서 고요하게 가라앉고 있었고, 시냇물처럼 화폭 밖으로 흐르는 소리가 되어 있었다. (중략) 나는 화가 정형준을 만나면서 내가 가지지 못한 두 가지의 내면을 보았다. 그것만으로도 이 만남은 나에게 소중했다” - 한수산 작가의 정형준 작품에 대한 평

정형준 작가는 한수산의 ‘부초’에 대해 “70년대를 살아간 곡마단 단원들 이야기는 결국 현대인들과 내 가족, 내 이야기와 별다를 게 없었다. 나는 8남매 중 막내였지만 유난히 아버지와 갈등이 많았다. 아버지는 아직도 막내아들의 일을 반대하신다. ‘부초’는 최근 여러가지 일들로 초심을 잃고 소극적인 삶을 살아가던 나와, 내 작품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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