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신문이 만난 사람] 전복된 낚시어선 구조한 오정훈 씨

보목마을에 거주하는 오정훈 씨를 만났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지난 15일 정오 무렵, 섶섬 인근 해상에서 낚시어선이 수중암초에 걸려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낚시어선은 섶섬 갯바위에서 낚시하던 손님을 포구로 데리고 오던 중 사고를 당했다. 배에는 선장 한아무개(43)와 낚시객 한 명이 타고 있었는데, 선장 한 씨는 전복된 배 위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고, 동승한 낚시객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당시 구조요청을 받은 서귀포해양경찰서는 현장으로 경비함정과 구조대 등을 급파했다. 그런데 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사고를 당한 두 사람은 구조가 된 상황이었다. 이들을 구한 것은 보목동 주민 오정훈 씨(49)다. 오 씨가 인근에서 사고현장을 목격하고 지인의 배를 빌려 이들을 구조한 것이다.

문제는 서귀포해양경찰서의 발표다. 해경은 사고 현장확인이 끝난 후 “해경은 경비함정과 구조대를 급파해 배에 타고 있던 선장 한모 씨 등 2명을 구조했다”고 발표했고 언론들은 이를 받아썼다.

오 씨의 이웃들은 오 씨가 사고를 당해 쩔쩔매는 사람들을 지인의 배를 이용해 구했는데, 해경이 마치 자신들이 공을 세운 것처럼 보도했다며 해경을 비난했다. 오 씨도 해경에 잘못 발표한 사실에 대해 바로잡아줄 것을 요구했다.

해경이 이를 인정해 사과하고 정정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대다수 언론은 사실을 바로잡는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18일 섶섬이 눈앞에 보이는 보복 섶섬지기 카페에서 오정훈 씨를 만났다. 오 씨는 자신을 드러내려고 한 일이 아니라 극구 사진을 찍지 말라고 했다. 아끼는 후배가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구조하러 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오 씨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15일 사고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

“내가 목수일을 한다. 그날은 일이 일찍이 끝나서 집으로 돌아오다 섶섬을 바라다봤는데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게 어떤 건가?

“섶섬 북쪽에 주민들이 ‘북돌’이라 부르는 바위가 있다. 만조에는 물에 잠기기 때문에 눈에 안 띄는데 간조에 약간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나처럼 바다와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눈에 안 보여도 그 위치를 안다. 그런데 그 위치에 보트 한 척이 멈춰있는 것이다. 배가 걸려있다는 걸 직감했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

“나도 낚시를 좋아해서 친구들과 함께 사용하는 배 한 척이 있다. 그런데 그 배가 고장이 나서 수리 중에 있다. 그날은 긴급해서 후배의 배를 빌려서 나갔다. 현장에 가 보니 예상대로 배는 ‘북돌’에 걸려 뒤집혔고, 선장은 배 위에서 쩔절매고 있었다. 동승했던 낚시객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둘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 그래서 선장을 배에 태우고 낚시객을 끄집어 올렸다”

-해경이 발표를 잘못했다. 처음에는 구조대가 이들을 구조했다고 발표했고 언론이 그렇게 썼다. 알았나?

“오후에 집에 있는데 동네 후배가 연락이 와서 ‘형님이 구조했는데 언론에는 해경이 구조했다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해경에 연락해서 ‘당신들이 구한 게 맞나?’고 따지며 ‘사실을 확인해보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해경이 어떻게 했나?

“해경 담당자가 연락이 와서 ‘사실 확인을 해보니 구조대가 구한 게 아니라 선생님이 구한 게 맞다’며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사실 표창이라도 받아야 할 일인데.

“내가 칭찬받으려고 한 일이 아니라 동네 후배가 위기에 놓여서 구한 것이다. 그런데 해경이 이 일을 자신들이 한 것처럼 발표해서 화가 났다. 해경이 그래서 욕을 먹는 것이다. 상이나 칭찬을 바라서 한 일이 아니라서 이름을 알려달라고 해도 알려주지 않았다”

-조난됐던 선장은 뭐라고 하던가?

“그날 저녁 9시 무렵에 전화 통화로 ‘고맙다’고 했다. 배도 크게 파손이 안 됐다고 해서 내가 다행이라고 말했다”

오정훈 씨는 지난해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다. 오 씨의 부인은 “결혼 전부터 남편은 절대 보목을 떠나지 않겠다고 조건을 걸었다”라며 “살아보니 이곳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