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민호 학생 2주기 추모제 및 추모조형물 제막식’ 19일 열려

추모사를 전하는 이석문 교육감.(사진은 장태욱 기자)
이민호 군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유족과 슬픔을 나눴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故이민호 학생 2주기 추모제 및 추모조형물 제막식’이 19일 오후 5시, 찬바람이 부는 가운데 제주시학생문화원 중앙광장에서 열렸다. 故이민호 학생의 가족과 친구들이 참석해 조형물 앞에 눈물을 흘렸다. 이석문 교육감과 송달용 교육부 중등직업교육정책과장, 송재우 서귀포산업과학고 교장 등을 비롯한 교육 관계자들이 참석해 다시는 교육현장에서 민호 군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권종오 전교조 위원장, 현장실습제주대책위 김덕종 위원장을 포함한 활동가들이 참석해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현장실습제도의 폐지를 요구했다. 그리고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회원들, 세월호 피해가족협의회 예은 아빠 유경근 씨, 스텔라에이지호 가족대책위 회원들 등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제주를 찾아 이민호 군 가족들과 슬픔을 나눴다.

이석문 교육감이 추모사를 낭독했다. 이 교육감은 “故이민호 님이 우리 곁을 떠난지 2년 만에 조형물로 다시 우리 곁에 돌아왔다”라며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고 유족들과 고인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故이민호 학생 가족과 공동대책위 관계자 등을 일일이 거명하며 “여러분과 마음을 모으고 지혜를 나누면서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아이 한명 한명이 존중받는 제주교육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족들이 조형물을 붙들고 오열하고 있다 (사진= 강문혁 기자)
헌화하는 가족들.(사진은 장태욱 기자)

현장실습제주대책위 김덕종 위원장이 추도사를 낭독했다. 김덕종 위원장은 “추모의 뜻을 담은 조형물 제작이 추모의 끝이 아니라 행동의 시작임을 선언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여전히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선도 기업을 선정해 실습생을 산업체에 보내는 현실을 마주한다”라며 “이 자리를 통해 故이민호 학생의 죽음을 기억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제2의 이민호 군을 만드는 현장실습형 도제학교를 폐지하고 안전보다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강력한 처벌을 받도록 만들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김경훈 시인이 이민호 군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도시 ‘꺾이지 않을 청춘의 숲을 위하여’를 낭독했다.

추모시 낭독이 끝나자 조형물 제막식이 열렸다. 이민호 군의 가족과 교육 관계자들이 구령에 맞춰 줄을 당기자 하얀 천 사이로 故이민호 군의 동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민호군의 부모가 조형물을 붙들고 오열했다. 이석문 교육감도 故이민호 학생 부모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故이민호 군의 아버지 이상영 씨가 유족을 대표해서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했다. 이상영 씨는 “오늘 민호가 조형물로 다시 태어났는데 저의 마음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 민호가 비가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여기에 계속 서있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조형물에 “악수를 하는 자세에 무표정한 얼굴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라며 “아이를 죽음으로 내몬 불합리함을 무표정한 모습으로 나타내면서도 불합리한 사회를 함께 바꾸자고 손을 내미는 의미이다”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하얀 국화를 제단 앞에 헌화하며 조형물 제막식을 마무리했다.

[추모시] 꺾이지 않을 청춘의 숲을 위하여

-시인 김경훈

여기 청춘의 푸른 나무 하나 있었다

2017년 11월 9일 제주시 구좌읍의 하나 음료 제조공장에 현장펴견 실습 중이던

이민호 학생이 사고를 당한 후 치료 중 11월 19일 운명했다.

고장난 컨테이너벨트에 쓰러지고 오작동한 프레스기에 압사당한 것이다.

 

산업사회의 구조적 병폐에 희생당한, 이것은 사히적 타살이다.

부모의 마음 또한 압착되고 짓이겨졌다. 이 모든 책임은 어른들의 책임이고,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다.

 

실습생인들 왜 꿈이 없겠는가, 청춘은 미래 자체가 벅찬 꿈이 아니던가.

그 꿈을 앗아간 건 어른들의 잘못된 관행, 그 꿈을 되돌릴 수 있는 것 또한 어른들의 각성이다.

 

그렇다. 누군가는 정확히 책임지는 사회, 또한 문제가 제대로 고쳐지는 사회,

그리하여 다시는 이 같은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는 사회가 바로 청춘의 꿈과 희망이다.

 

자유로운 청춘들이 자유롭게 꿈을 펼치는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故이민호 학생을 추모하며 이 조형물을 세운다.

 

세월이 지난 후 이를 보는 청춘들의 세상은 정말로 우리가 바라는 대로 바뀌어 있기를 희구한다.

 

여기, 청춘의 나무 하나 되살아나 또래의 여러 나무들과 더불어 숲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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