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모종린의 <작은 도시 큰 기업>(RHK, 2014)

책의 표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대표되던 세계경제는 이제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다. 아무리 생산을 해도 세계시장에서 벌어지는 경쟁에 앞서지 못한다면 바로 낙오되고 만다.

경쟁은 최근 한일 무역갈등처럼 국가간에 벌어지기도 하고, 애플과 삼성의 경우처럼 기업간에 벌어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지방분권이라는 정치적 배경으로, 도시들이 세계무대에서 경쟁을 강요받고 있다. 한국 조선기업들이 세계경쟁에서 고전하면서, 거제가 유령도시로 쇠퇴하는 현상은 글로벌경제의 질서를 반증한다.

도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 필수요소가 됐다. 건강한 기업이 있으면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나지 않아도 되고, 도시정부는 부족한 재정 때문에 쩔쩔매지 않아도 된다.

<작은 도시 큰 기업>(RHK, 2014)는 스타벅스와 나이키, 구글, 네슬레 등 글로벌 기업을 잉태한 도시들에 관한 기록이다. 부제가 ‘글로벌 대기업을 키운 세계의 작은 도시 이야기’인데, 실제로 책에 등장하는 글로벌기업을 키운 도시들은 국가 중심도시가 아니라, 인구 5위권 밖의 작은 도시들이다. 대기업이 수도권에 밀집된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저자 모종린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후버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로벌대기업을 잉태한 작은 도시들의 매력을 찾기 위해 현장을 찾아 떠났다. 시애틀과 스타벅스, 포틀랜드와 나이키, 팰로앨토와 구글, 오스틴과 홀푸드마켓, 아름홀트와 이케아, 맨테스터와 멘처스트 유나이티드, 브베와 네슬레, 툴루즈와 에어버스, 교토와 교세라, 가나지와와 가타니산교 등 10가지 사례를 분석하고 지방 소도시에 중심도시가 갖지 못한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예를 들면, 스타벅스는 늦가을에서 늦봄 사이에 안개와 비가 잦은 도시다. 사람들은 비가 내리는 날이면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시애틀은 미국 커피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스타벅스는 지역의 작은 커피 프랜차이즈 회사였는데, 하워드 슐츠가 회사를 인수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스타벅스는 ‘성공한 도시인’ 이미지를 내걸고 캘리포니아에 진출해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전세계 무대로 뻗어나갔는데, 우리나라에서 걷어 들이는 연 매출이 4000억 원을 넘는다.

오스틴과 홀푸드마켓의 사례도 눈여겨볼만 하다. 오스틴은 미국에서 오지로 손꼽히는 택사스의 수도이다. 미국인이 몰려있는 서부나 동부연안으로부터 3000km 떨어진 미국 중앙부에 위치했다. 홀푸드마켓은 친환경 자연식품을 판매하는 점포를 운영하는데, 미국과 유럽의 ‘수준 높은 도시’에 진출해 ‘상류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한다.

저자는 홀푸드마켓의 친환경 전략은 오스틴의 히피지역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한다. 기존의 권위와 주류문화를 거부하고 자연과 가까운 삶을 추구하는 이들이 대기업이 생산한 상업적 가공식품을 기피하는 것은 당연한 일. 홀푸드마켓은 일부 히피족만 찾던 자연식품을 미국 상류층 소비자의 문화 아이콘으로 발전시켰다.

저자는 작은 도시들이 글로벌기업을 잉태하게 된 핵심 자산으로 도시의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을 들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외부 인재와 문화에 대한 개방성 ▲세계화와 해외 시장에 대한 관심 ▲기존의 관행을 깨뜨려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려는 기업가 정신 등이 더해져야 한다.

그리고 지방정부는 지역의 브랜드를 개발하고 전통문화를 보존하며 도시 편의시설 등을 개선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각종 문화시설과 산업을 유치해 경제 생태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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