瀛洲吟社 漢詩 連載(영주음사 한시 연재) 20

白鷗(백구) 갈매기

▶西村 文彩華(서촌 문채화)

 

忽驚漁笛海鷗飛(홀경어적해구비) 홀연 어적에 놀라 바다 갈매기 나는데

萬頃蒼波白紵衣(만경창파백저의) 넓고 푸른 바다에서 흰 모시옷 입었네

戲弄浮沈風嫋嫋(희농부침풍뇨뇨) 가벼운 바람에 장난치듯 떠올랐다 잠기고

和親出沒雨微微(화친출몰우미미) 보슬비에 사이좋게 나타났다 사라지네

凄傷日暮叫囂聚(처상일모규효취) 쓸쓸히 날 저무는데 왁자지껄 모여들어

淅瀝天寒離散違(석력천한리산위) 석력한 하늘 차갑지만 흩어지지 않네

月泠繁霜偏凜冽(월령번상평늠렬) 맑은 달에 서리 무성하지만 항상 늠연하니

水禽知否氣嚴威(수금지부기엄위) 갈매기는 날씨의 위엄 아는지 모르는지

바다갈매기.

 

◉ 解說(해설)

▶文學博士 魯庭 宋仁姝 (문학박사 노정 송인주)

 

이 시는 갈매기를 읊고 있는 시로, 칠언 율시 평기식의 시이다. 운자는 飛(비), 衣(의), 微(미), 違(위), 威(위)로 모두 微(미) 운통의 글자들이다.

수련 1구에서는 어적(漁笛)이란 시어를 쓰고 있는데, 이 단어는 어부가 부는 피리를 말하는 것으로, 피리 소리에 홀연 놀라 날아오르는 갈매기를 읊고 있다. 이 부분은 한가로운 어부의 피리 소리와 그 소리에 홀연 놀라 날아오르는 동적인 갈매기가 한 폭의 살아 있는 그림으로 연상된다. 그리고 2구에서는 저의(紵衣)라는 시어를 쓰고 있다. 이 단어는 모시옷을 나타내는 말로, 흰색 갈매기를 흰 모시옷을 입은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옛사람들의 글을 읽다 보면, 갈매기는 자신에게 향하는 위험이 있으면 그 기미를 잘 알아차려서 앞으로 나아감과 뒤로 물러섬을 잘 아는 새로 묘사하고 있다. 이런 내용은 열자(列子)에도 등장하고, 《동문선(東文選)》에도 언급하고 있는데, 《동문선(東文選)》 제56권, 정이오(鄭以吾, 1347∼1434)의 <사백구문(謝白鷗文)>을 보면 ‘새 중에 갈매기가 있는데, 구름보다 희다네. (중략) 나쁜 기색을 보면 날아올라 화살을 멀리 피하니, 너는 나면서부터 기미를 알아차림이 신기하구나. (鳥有鷗兮白於雲,(중략) 色斯擧兮遠矰繳, 爾之生兮知幾其神)’라는 내용이 있다. 이 내용을 보면 자기를 쏘려는 화살의 기미를 알아차리고 멀리 피하며 물러서는 갈매기를 말하고 있다.

이 시의 함련에서는 갈매기들이 바닷물에 잠겼다가 다시 날고, 사이좋게 사라졌다 또 나타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보기만 해도 평화로움이 넘쳐나는 모습이다. 이처럼 주변의 기미를 잘 알아내는 갈매기가 자유로이 날고 있다는 것은 제주도 바다는 아무런 위험 요소가 없어 그저 평화로움만 간직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련 1구에서는 날이 저무는데 왁자지껄 모여드는 갈매기를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2구에서는 석력(淅瀝)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 시어는 비나 눈이 내리는 소리, 혹은 바람이 나무에 스치는 소리 등을 나타낼 때 쓴다. 작가는 이 부분에서 석력(淅瀝)이란 시어를 이용하여 비와 바람 소리가 들리는 차가운 초겨울 하늘을 더욱 실감 나게 표현하고 있다.

갈매기는 예로부터 선비들이나 은거하는 은자(隱者)들 사이에서 벗으로 여겨졌던 새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정이오(鄭以吾, 1347∼1434)의 <사백구문(謝白鷗文)>에 보면 “내가 부끄러워 탄환을 버렸는데도 갈매기 네가 왕래해주지 않으니 마음이 외롭구나. 세상 사람들의 웃음 속에는 칼이 있으니, 갈매기를 버린다면 나는 누구와 함께하리. (중략) 초연히 강호에서 끝내 너와 함께할 것을 맹세 하노라.”라는 내용이 있다. 이 글에서 보는 것처럼 선비들이 친구처럼 여겼던 갈매기라서 그런지, 위의 시를 쓴 작가도 선비들의 정신을 닮은 듯한 늠연한 갈매기를 경련 부분에서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그런 갈매기가 ‘엄한 날씨의 기운을 아는지 모르는지’라고 말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차가운 날씨에 바다와 하늘을 자유로이 날고 있는 갈매기를 은근히 걱정하는 표현을 담고 있는 듯하다.

이 글을 쓴 서촌 문채화 선생님을 뵈면, 한시와 갈매기를 벗하며 자연에서 한거(閑居)했던 옛 선비들의 모습이 느껴진다. 서촌 선생님께서는 여러 나라의 한시 관련 서적들을 항상 가까이 두시고, 그 내용을 소화하여 서촌 선생님만의 색채가 느껴지는, 유창하고 거침없는 글을 만들어 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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