瀛洲吟社 漢詩 連載(영주음사 한시 연재)-22

觀海吟(관해음) 바다를 보며 읊다.

▶南泉 金乙夏(남천 김을하)

 

陟近三峰望大洋(척근삼봉망대양) 가까운 삼매봉에 올라 큰 바다 바라보니

滄波續出數無量(창파속출수무량) 창파가 잇달아 나와 수를 헤아릴 수 없네

包容不讓河川勢(포용불양하천세) 하천 수세 사양 않고 포용하며

呑吐非難日月光(탄토비난일월광) 해와 달 어렵지 않게 삼키고 내뱉네

經濟伸張跳躍路(경제신장도약로) 경제 신장 도약하는 바닷길

通商貿易往來航(통상무역왕래항) 통상 무역 왕래하는 배가 통하네

水平浩蕩乾坤接(수평호탕건곤접) 수평선 호탕하여 하늘과 땅 붙은 듯

世界何如比短長(세계하여비장단) 세계에서 어떤 것이 길고 짧음 견주리오

잔뜩 흐린 날, 바다에 상선이 지나는 모습이다.

◉ 解說(해설)

▶文學博士 魯庭 宋仁姝 (문학박사 노정 송인주)

 

이 시는 바다를 바라보며 읊은 시로, 수련 1구 두 번째 글자가 측성으로 시작되고 있어서, 칠언율시(七言律詩) 측기식의 시이다. 운자는 1, 2, 4, 6, 8구의 마지막 글자인 ‘洋(양), 量(량), 光(광), 航(항), 長(장)’으로, 모두 양(陽) 운통의 글자들이다.

이 시의 수련 1구를 보면, 삼매봉을 언급하고 있다. 삼매봉은 서귀포 지역에 있는 작은 산이다. 이 시를 쓴 작가는 서귀포 지역에 거주한다. 그래서 넓은 바다를 멀리까지 내려다볼 수 있는 가까운 삼매봉에 올라 시를 읊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이 부분에서 시의 제목, 즉 바다를 나타내는 대양(大洋)을 언급하며 파제(破題)를 하고 있다. 파제란 시를 지을 때 제목을 언급하며 시를 전개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율시에서는 수련에서 파제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함련 1구에서는 바다가 여러 지역 하천에서 흘러들어오는 작은 물줄기들도 사양하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이 부분은 《사기·이사열전(史記·李斯列傳)》, <이사간축객서(李斯諫逐客書)>에 등장하는 “태산은 작은 토양이라도 사양하지 않으니 그 거대함을 이루고, 강과 바다는 가는 물줄기라도 가리지 않으니 그 깊음을 이루었다. (太山不讓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라는 전고(典故)를 이용하여 바다를 읊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작가는 이 부분에서, 끝없이 넓고 깊은 바다지만, 작은 물줄기라도 사양하지 않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 깊고 넓은 바다가 이루어졌음을 말하며, 바다의 넓은 포용력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이 부분 2구에서는 바다에서 해와 달이 뜨고 지는 것을 ‘삼키고 내뱉는다.’라는 표현으로 묘사하고 있다. 가끔 바다를 바라볼 때면 출렁거리는 파도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줄 때가 있다. 이런 파도의 움직임 속에 해가 솟아오르고 달이 잠긴다. 작가는 이런 바다를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사물을 ‘삼키고 내뱉다.’라고 표현하며, 무생물인 바다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생동감을 더해주고 있다.

함련에서는 시상을 한껏 굴려 바닷길에서 이루어지는 통상 무역으로 경제가 신장하며 도약하는 바닷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經濟(경제)-通商(통상), 伸張(신장)-貿易(무역), 跳躍(도약)-往來(왕래), 路(로)-航(항)’으로 위아래 대(對)를 맞추고 있다. 여기서 ‘經濟(경제)-通商(통상)’은 명사 성분의 글자끼리 위아래 배치해서 대(對)를 만들고 있고, ‘伸張(신장)-貿易(무역)’은 명사와 동사로 동시에 쓸 수 있는 단어로 위아래 구(句)에 배치하고 있으며, ‘跳躍(도약)-往來(왕래)’는 술어 성분으로, ‘路(로)-航(항)’은 명사 성분으로 위아래 배치하며 노련하게 대를 만들어 내고 있다.

미련 1구에서는 호탕(浩蕩)이란 시어와 건곤(乾坤)이란 시어를 쓰고 있다. 호탕(浩蕩)의 뜻은 ‘아주 넓어 끝이 없음’을 나타내는 시어이고, 건곤(乾坤)은 ‘하늘과 땅’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 부분에서는 바다가 아주 넓고 끝이 없어 하늘과 땅을 이어 놓은 듯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2구에서는 이렇게 끝없이 펼쳐진 바다는 그 모습만 봐도 경외(敬畏)스러워 온 세상의 그 어느 것도 차마 길고 짧음을 바다와 견줄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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