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화의 짧은 여행 ⑤]베트남 가족여행(2)

삼판배 투어(사진은 이은화)

하노이에서 남쪽 2시간 거리 일명 육지의 하롱베이라는 곳인데 삼판배라는 것을 타고 한 시간 넘게 노를 저으며 주변 경관을 즐기는 곳이었다. 닌빈 짱안 투어, 자연의 신비로움과 이국적 낭만이 베어 신선놀이를 하는 듯하였다. 힘겹게 노를 저어주시는 나이 지긋이 드신 아줌마가 안쓰럽기도 했는데 방문객이 늘어난 탓에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머물었다.

이번엔 진짜 하롱베이(언젠가 한번은 꼭 와야지 했었는데...). 바다위에 수천 개의 섬이 뿌려져 있는 느낌을 주는 하롱베이는 용이 내려와 앉았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배를 타고 한참을 가더니 수많은 섬들 가운데 가장 큰 석회암 동굴인 승솟동굴을 탐사하고 하롱만의 전경을 볼 수 있는 티톱섬에 올라 한눈에 하롱만의 섬들을 내려다 보 수 있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냥 막연하게 배를 타고 돌다오겠지 했는데 긴긴 동굴 탐사에 티톱섬은 높이 700m 수많은 계단을 올라야만 하는 고된 산행길이었다. 바다위에서 또 다른 산행을 하게 되는 기이한 상황이었지만 맑은 날씨 덕분에 거뜬히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었다. 파도도 없고, 갈매기도 없는 하롱만에서의 스피드보트는 최고의 코스였다. 소리는 열심히 질렀지만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유람의 참 모습을 보여주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온종일 맛집과 관광명소를 쫓아다닐 수밖에 없는 패키지여행이라서 그 곳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관심사와 표정에 신경 쓸 겨를 없음이 아쉽지만 지나치게 쇼핑에 신경 쓰지 않고 몸과 마음에 안락함을 주어서 즐거움이 배어나왔다.

호치민 유적지 앞에서(사진은 이은화)

마지막 여행코스가 호치민 유적지이다. 19세기 프랑스에 점령되어 20세기 중반까지 프랑스 관할 하에 있었던 하노이 주석궁에 있는 호치민 유적지는 1954년 12월부터 1969년 9월까지 15년 동안의 호치민의 삶을 기념하는 곳이다. 호치민 묘지, 연못, 생가 등 호화롭게 살지 않아 박물관엔 유물이 거의 없고, 호치민이 쓰던 책상, 신문, 잡지 정도가 전시되어 있었다. 러시아에서 선물로 받은 차량도 전시되어 있었지만 호치민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민족의 남북통일을 이뤄낸 베트남 영웅으로서 50년이 지난 지금도 추앙되고 있는 현재진행형 역사적 인물! 구국의 일념으로 평생을 살다간 호치민이기에 유일하게 국부로서 존중는다. 소박하지만 위엄이 있는 유적지였다.

다시 버스행에서 들었던 라이따이한!

베트남전쟁 당시 만들어진 신조어로 월남전 파병 또는 월남에서 사업하던 민간인이 월남처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이다. 그 아이들과 베트남 여성들을 모두 버려두고 황급히 우리 군대는 빠져나왔다. 손가락질을 받아가며 자란 그 아이들은 이제 성인이 되었고 그 수가 3만을 넘는다고 한다. 이래서 한국인의 수치가 묻어 있는 역사인 것이다. 잊지 않고 풀어야 될 숙제이기도 하다.

아픈 역사이야기를 들으며 귀국 공항길에 이르렀다. 조금 더 베트남인들의 삶 속에 스며들고 싶은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크나 저렴한 물가 덕분에 편안한 마사지도 받아보고, 고급호텔에서의 숙면과 맛있는 뷔페를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지금 막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을 느끼고 왔다는 것, 비슷한 식민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우리보다는 더욱 강한 자긍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민족국가여서 한 번 더 와보고 싶은 나라 목록에 넣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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