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놀룰루 시의회 ‘이승만의 날’ 제정 결의안 상정, 국내 반발에 무산될 듯

제주4·3이 일어난 후 이승만 정권은 군경을 동원해 무장대는 물론이고 무고한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했다. 무장대가 대부분 진압된 후 이승만이 49년 4월 9일 관덕정에서 환영사를 전하는 장면이다.(사진은 제주4·3사건 진상보고서에서 발췌)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시의회가 21일 '이승만 전 대통령의 날'을 제정하자는 결의안을 심의할 계획이어서 결과에 귀추가 쏠린다.

캐롤 후쿠나가(Carol Fukunaga)와 앤 고바야시(Ann Kobayashi) 시의원은 지난 14일, 호놀룰루 시의회에 '이승만 전 대통령의 날'을 제정하자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결의안은 “이승만 박사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면서 “2월 3일은 이승만 박사가 1913년 호놀룰루에 정착한 날이다”이라고 밝혔다.

결의안은 이승만이 하와이에 있는 동안 한국 잡지를 발간하고 한국 YMCA를 조직한 점, 일제로부터 한국의 독립을 주장한 점,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대통령으로 선출된 점 등을 담았다. 그리고 1945년 독립후 1948년 8월15일 대통령에 당선됐고 1960년 4월27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하아와이로 돌아와 1965년 7월19일 90세 때까지 살았던 점 등을 비교적 상세히 기록했다.

결의안 발의 소식이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여순항쟁유족회, 대구10월항쟁유족회 등 250여개 단체들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날을 지정하는 것은 대학살의 희생자와 유족들을 모욕하는 것이며 한국 시민들이 어렵게 일궈낸 민주화에 역행하고 저항의 역사를 무시한 처사라는 것”을 호놀룰루 시의원들에게 명확히 전달했다.

이 결의안은 21일 시의회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한국전쟁 및 제주4·3 희생자유족회를 비롯한 국내외 시민사회단체, 현지 활동가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철회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250여개 단체들은 호놀룰루 시의회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제주4·3 과정에서 3만여 명의 민간인이 학살, 한국 전쟁 시기 백만 명에 달하는 민간인 학살 등의 책임자이며 위헌적인 헌법 개정을 통해 장기집권을 시도한 독재자임을 알렸다. 그리고 1960년 4월 19일, 전국적으로 이승만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고 이로 인해 4월 26일, 대통령직에서 쫓겨난 점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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