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기업인] 제주제면 김태경 대표

생산된 면은 3일간의 건조과정을 거친다.(사진=오성희 기자)
재단된 면은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포장한다.(사진=장태욱 기자)

서귀포에서는 오래전부터 경조사에 국수를 대접했다. 과거 제주도에는 많은 국수 공장들이 있었다. 그런데 대기업이 생산하는 국수들이 도내에서 판매되면서 현재는 공장이 몇 남아 있지 않다.

그중 하나가 서귀포시 상효동에 있는 ‘제주제면’이다. 국수 생산에도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어 대규모 공장의 경우 몇 시간이면 국수가 완성된다. 그런데 제주제면은 재래식 전통방식으로 국수를 생산한다. 오래된 국수 공장들도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재래식에서 자동화로 넘어가고 있는데 이제 사업을 시작한 지 막 7년이 된 공장이 재래식 생산을 고수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제주제면’의 김태경(47) 사장은 공장을 운영하기 전 식품회사에 다녔다. 평소 발전된 제주 국수 문화에 관심이 많아 기능성 국수를 생산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소면, 중면 외에도 OEM 제품으로 해바라기씨 국수, 비트 국수, 참마 국수를 생산한다.

재래식 국수 생산은 온도와 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아 건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생산날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마철엔 특히 생산이 힘들어 봄에 생산을 집중한다고 한다. 면의 반죽과 성형에는 기계를 사용하는데 염도가 반죽과 면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반죽할 때 염수의 농도에 특별히 신경을 쓴다고 한다. 반죽은 롤러를 통해 3번의 압연 과정을 거친다. 얇게 펴진 반죽을 면의 종류에 맞는 크기로 자른다. 이 과정에서 기계를 빨리 돌리면 그만큼 면대의 탄력성이 떨어진다. 김태경 사장은 기계를 빨리 돌려 생산량을 늘리기보다 최대한 천천히 뽑아 품질을 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뽑힌 면은 건조장에서 약 3일의 건조과정을 거친다. 처음 24시간 동안 면을 숙성시킨다. 그후 이틀은 습도를 조절하면서 건조한다. 습도를 빼고 더하다 보면 나무의 나이테처럼 면에도 테가 생긴다. 테가 많이 생길수록 식감이 좋고 쫄깃해진다. 강제건조하여 몇 시간 만에 완성되는 기업체 국수와는 차별되는 점이다. 이러한 숙성기간을 거치면 찰지고 쫄깃한 식감을 얻을 수 있는 게 재래식 국수의 장점이다. 속도보다 품질을 우선한다. 보존제도 들어가지 않는다. 건조된 면은 직접 맛을 보면 상태를 알 수 있다고 하니 나름의 장인정신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김태경 사장은 처음 거래처를 확보하는 게 상당히 힘들었다고 한다. 기존의 대규모 생산 기업뿐 아니라 도내 국수 공장들과도 경쟁했어야 했기에 후발주자로서 어려움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입소문을 타고 도내 식당뿐 아니라 도외 지역 식당이나 개인 택배 주문도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서귀포 장례문화에 국수가 빠지지 않는 만큼 마을 의례회관에서도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 제주시에 마트 총판 대리점도 운영 중이다.

김태경 사장은 앞으로도 전통적인 방식을 유지하면서 품질 좋은 국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면 소비가 많은 중국, 베트남 쪽으로 제주 특산물 비트, 감귤, 한라봉 등을 첨가한 국수를 개발해 수출을 할 수 있는 방향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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