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親BOOK)회담 1] ‘한살림제주 서귀포 독서당’ <반 고흐, 영혼의 편지> 토론

한살림제주 서귀포독서당 회원들이 지난 16일 반 고흐를 주제로 독서토론을 펼쳤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영혼과 생명을 그림에 쏟아 부은 화가, 반 고흐의 삶과 예술에 대해 얘기를 나누러 시민들이 모였다. 평일 오전 볕이 잘 드는 옛 소라의성 건물 2층에 앉아 화가의 열정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보니 정오를 넘기는 줄도 몰랐다.

‘한살림제주 서귀포 독서당’ 회원들이다. 한살림 조합원 가운데 독서에 관심이 있는 회원들의 소모임인데, 예닐곱이 모여 월 한 차례 독서모임을 갖는다. 활동이 꾸준한 모임에는 한살림이 찻값 정도를 지원한다.

지난 16일 모임에 회원 5명이 모였다, 성인으로는 최정희, 신은실, 서신심, 허선희 씨 등이 참석했고, 최정희 씨의 딸인 임지인 어린이가 함께 했다. 지인 양도 독서를 좋아하기 때문에 모임에 동석하기를 즐긴다고 했다.

회원들이 <반 고흐, 영혼의 편지>(예담, 1999)에 대해 토론하기로 한 날인데, 회원들은 이 책 외에도 반 고흐에 대해 다양한 책을 읽고 토론을 준비했다. 모임지기인 최정희 씨가 이날 발제문을 준비했다. 최정희 씨는 "반 고흐를 좋아해 그에 관해 여러 가지 책을 읽었고 발제문을 준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반 고흐에 대한 관심과 팬심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최정희 씨는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 ‘삶의 변화를 많이 경험하고 여행자처럼 산 사람’, ‘구도자처럼 평생 고민하고 탐구한 사람’, ‘정신이상과 알콜중독이 오히려 창작 열정을 부추긴 사람’, ‘상실감에 빠져 사랑에 실패한 사람’, ‘삶을 사랑했지만 자살한 사람’ 등을 포함해 9가지 테마를 설정하고 각각에 대해 설명했다. 반 고흐의 형제와 친구, 연인들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회원들이 지은 양이 그린 그름을 감상하고 있다. 지인 양은 독서와 그림을 좋아한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책과 반 고흐에 대해 참가자들의 생각과 느낌이 다양하게 오갔다.

신은실 씨는 “고흐의 삶을 놓고 보면 그의 예술혼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상실과 고통이 낳은 결과이다”라고 말하며 “고호의 그림이 갈수록 높이 평가받는 것은 그의 인생에 치유와 위로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고흐와 고갱의 관계에서는 이타적인 사람과 이기적인 사람,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과 계산적인 사람의 대비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허선희 씨는 “고흐가 자화상을 자주 그렸는데 물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도라고 느껴지지기도 하지만 인물을 통해 빛과 색의 질감 등을 표현하고자 했는데 모델비가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얼굴을 그린 것으로도 보인다”라고 말했다.

서신심 씨는 “고흐가 동생 테오로부터 10년 동안 생활비와 재료비를 지원받았는데 당시의 자괴감이 상당했을 것이다. 그것이 광기와 자기 파괴적 경향으로 나타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신은실 씨는 “고흐가 그 때문에 고갱과 화가공동체를 결성했는데 상대를 잘못 고른 것이다. 여인들을 만났지만 모두 실패했다. 모든 관계가 왜 고통으로 끝났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

최정희 씨는 “사산된 형의 기일이 고흐의 생일과 같은 날이었다. 어머니는 고흐의 생일에 죽은 장남을 떠올리며 통곡을 했다. 생일이면 가장 축복을 받아야 하는데, 어릴 적의 이 같은 분위기, 상실과 불행이 고흐를 광기로 몰고 갔다고 분석된다”고 말했다.

서신심 씨는 “세상과 자연에 대해 매우 예민하고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은 미칠 수밖에 없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고, 우울증이 자살로 이어졌는데 그만큼 양심이 과했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회원들은 고흐의 그림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감자 먹는 사람들’, ‘별이 빛나는 밤’, ‘꽃병에 꽃힌 열두 송이 해바라기’ 등 느낌과 색채가 다른 여러 그림에 대한 감상도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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