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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만 치던 꼴찌 학생, 사람이 달라져제주학의 선구자 나비박사 석주명(5) 꿈 많던 송도고보 시절
서귀포신문(윤용택) | 승인 2020.02.03 10:49
송도고보 시절 석주명(1925년)

석주명은 숭실학교 동맹휴교의 여파로 1922년 9월에 총독부 지정학교인 개성에 있는 송도고등보통학교(이하 송도고보)로 전학했다. 송도고보는 구한말 개화사상가이자 교육자였던 윤치호(1865~1945)가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근대교육을 위해 세운 학교였다. 석주명이 다닐 당시 송도고보는 전교생이 300여명 정도였는데 학력을 인정받는 5년제 지정학교였다.

송도고보는 창립 초기부터 실습을 강조하면서 석조실습장을 갖추고 있었고, 석주명이 전학할 당시에는 한옥 기숙사와 최신식 보일러 난방시설을 갖춘 석조본관에다 전천후 체조장, 박물관표본실 및 강의실, 물리화학실험실 및 강의실 등이 갖춰져 있었다. 그리고 1924년에는 박물교실과 이화학교실을 만들어서 과학수업에 필요한 각종 실험기구와 표본들을 갖추게 됨으로서, 당대에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고등보통학교로 자리 잡았다.

게다가 미국 오하이오대학에서 돌아온 설립자 윤치호는 석주명이 전학하던 1922년에 교장으로 취임하면서 실습을 강화하였다. 당시 송도고보 부설 직조공장에서 짠 직물[松高織]은 조선은 물론 외국에 수출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고, 학교목장에서 생산된 우유는 품질이 좋아서 개성뿐만 아니라 서울에까지 공급되었다. 학생들은 농장과 목장에서 실습하면서 미래농업을 설계하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윤치호는 ‘우리 농토 사랑 운동’과 ‘내 강산 내 땅 바로 알기 운동’을 펼치면서 학생들에게 국토사랑의 정신을 함양시켰다.

송도고보 박물관 표본실(1926년)

생물교사로는 조류학자인 원홍구(1888~1970)가 있었다. 원홍구는 평안북도 삭주 출신으로 수원농림학교를 마친 후 1911년 일본 가고시마고등농림학교로 유학하였고, 1919년 9월부터 10여년간 송도고보 생물교사로 근무하면서 석주명, 김준민 등 특출한 생물학자들을 배출한 석학이었다. 그리고 송도고보에는 미국 선교사 스나이더(L. H. Snyder, 1886~ ?)가 있었다. 그는 1926년부터 교장으로 근무하면서 생물교사였던 원홍구가 미국 스미소니언연구소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아 조류 수집과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덕분에 원홍구는 우리나라 전 지역의 조류들을 수집하였고, 송도고보 박물관표본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조류 표본을 전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석주명이 처음부터 학구파는 아니었다. 성격이 활달하고 집안이 여유있던 석주명은 송도고보로 전학하여 부모와 떨어져 살게 되면서 거의 매일 기타를 치며 놀기에 바빴다. 그 결과 1924년 겨울방학을 앞둔 어느 날 석주명은 반에서 거의 꼴찌인 성적표를 받게 되었고, 반성과 자책을 하면서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다음 날부터 석주명은 완전히 딴 사람으로 변하였다. 그야말로 무아지경에 빠져 공부에 열중하는 공부벌레가 된 것이다.

석주명은 문과보다는 이과 체질이었고, 수학을 좋아하였지만 이화학보다는 생물, 특히 동물에 관심이 더 많았다. 좋은 시설이 갖춰져 있고 능력있는 교사들이 재직하던 송도고보는 뭔가에 빠지게 되면 몰입하는 석주명에게 공부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육환경이었다. 석주명이 송도고보를 졸업하고 일본 가고시마농림학교 농학과로 진학하게 된 것은 당시 유능한 생물교사였던 원홍구 선생과 농업을 강조하던 윤치호 교장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보통학교 시절의 3.1운동, 숭실학교와 송도고보에서 일본에 대한 저항운동들을 체험하면서 자연스레 민족정신을 가슴에 품을 수 있었다. 그가 훌륭한 선생들과 좋은 시설들이 갖춰진 송도고보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모로 행운이었다.

서귀포신문(윤용택)  sgp19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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