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장태욱 편집국장

프로야구 감독을 ‘독이 든 성배’에 비유한곤 한다. 국내 프로야구는 한 팀이 1년에 144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감독은 25명 남짓한 선수를 이끌고 그 많은 전쟁을 치러야 한다. 경기를 치르다보면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의외의 성과를 내기도 하고, 기대했던 선수가 어이없는 실책을 범하기도 한다. 쉽게 이기는 경기도 있지만,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내주는 경우도 많다.

특히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내주거나 꼭 잡아야 하는 경기를 잡지 못한 경우 책임은 오롯이 감독에게 돌아온다. 그래서 9회말 경기가 끝날 때까지 감독의 심장은 요동을 친다. 프로야구 감독들은 구단과 2~3년이라는 기간제 계약을 맺는데, 성적을 이유로 도중에 하차하는 일도 빈번하다.

성적이 좋다고 수명이 보장되는 것만도 아니다. 야신이라 불리던 김성근 감독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시즌 동안 SK와이번스를 세 차례 우승, 한 차례 준우승으로 이끌며 SK왕조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구단과의 잦은 마찰로 2011년 시즌 도중에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필자가 아는 원로 야구인은 프로야구 감독이 보이는 만큼 명예롭지도 깨끗하지도 않다고 말한다. 감독 한 자리를 놓고 여럿이 경합하는 과정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기자들이 쓴 경기 관전평 한 꼭지가 멀쩡한 감독을 죽이기도 한다. 야구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구단주에게 구단에 대한 모든 의사결정권이 집중됐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야구 감독의 역할에도 흐름이 있다. 과거 김인식, 김성근, 김응룡 등 베테랑 감독들이 활약하던 시절에는 선수와 지도자 경험이 풍부한 이들이 인정을 받았다. 베테랑 감독들은 당시 운동장에 나가 직접 선수들을 지도하고, 경기에서도 선수기용과 작전 등을 챙겼다.

그런데 최근에는 감독의 경륜 보다는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기조다. 부족한 경험은 경륜이 풍부한 코치들이 보완해주고, 선수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프론트가 챙긴다. 신인선수 육성도 구단이 마련한 시스템에 따라 진행된다. 감독은 코치와 프론트, 선수들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되는 분위기다. 그만큼 구단 구성원들 사이 역할분담이 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독의 역할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팀의 구심이 감독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코치나 선수가 감독의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구단 고위층이 운동장에 나와 감독에게 작전을 주문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 팀은 이미 콩가루 되고 거다. 콩가루 팀이 졸은 성적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은 기존의 기록들이 말해준다.

‘검사내전’의 저자인 김웅 전 부장검사의 거취와 발언이 관심을 끈다. 그는 4일, 유승민 전 의원이 이끄는 새로운보수당에 입당하면서 "반칙과 특권이 감성팔이와 선동을 만나면 그게 그냥 개혁이 돼 버리고 구미호처럼 공정과 정의로 둔갑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추미애 법무장관이 전날 검사들에게 '검사동일체' 원칙이 폐기됐다며 상명하복 문화를 벗어나라고 주문한 것과 관련해 "구단주가 선수들에게 '감독 말 듣지 말라, 코치도 바꿀 테니 너희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얘기하는 것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바뀌었지만 준사법기관으로서 국가의 법질서를 바로세우는 일은 검찰에 부여된 중요한 사명이고 그 중심에는 검찰총장이 있다. 검찰의 칼끝이 정권의 비위를 겨냥한다고 해서 일선검사들에게 항명을 부추기는 상황을 당사자인 검사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경기장에서 감독은 팀의 중심이다. 검찰총장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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