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기자]서귀포 도시우회도로 공사를 반대하는 마음으로 쓴 글
나는 서귀포도서관(학생문화원 도서관)을 서귀포의 다른 도서관들보다 좋아한다. 왜냐하면 나무들이 많고 아름다운 잔디광장, 그리고 소나무 숲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서귀포도서관을 가면 언제나 잔디광장을 빠르게 달려간다.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꼭 내가 날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잔디광장을 달릴 때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행복해진다.
그리고 나는 잔디광장에 있는 먼나무들을 엄청 좋아한다. 그 중 한 나무는 올라가기도 하고 매달려 있기도 좋다. 크리스마스 때 열매를 따서 리스를 만들기도 했다. 빨간 열매와 윤기가 흐르는 잎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처음에 나는 나무에 잘 올라가지 못했다. 그래서 엄마가 엉덩이를 밀어주고, 내려올 때는 안아 주었다. 하지만 두세 번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자 나 혼자 올라가고 내려올 수 있게 됐다. 난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 앉아 있다가 내가 어디까지 왔나를 나뭇잎에 손톱자국으로 표시했다. 먼나무에는 잎이 많아서 아래쪽이 잘 안 보이는 쪽도 있었다. 위쪽에서는 빛이 찬란하게 들어오고, 새들의 노랫소리도 들렸다. 나는 이런 먼나무를 정말로 사랑한다.
나는 소나무 숲도 좋아한다. 소나무 숲은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비둘기들이 많다. 엄마와 이 아름다운 소나무 숲에서 도시락도 먹고 뛰어 다니기도 했다. 비둘기에게 먹을 것을 주려고 졸졸 쫓아다닌 적도 있었고 솔방울을 던지면서 놀았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 없어지고 잿빛으로 범벅이 된 도로가 생긴다고! 그 오십 년이나 된 향기로운 소나무들과 심지어는 잔디광장의 나의 먼나무까지 모조리 잘려 버린다고!
난 요즘 서귀포 도서관에 갈 때마다 걱정이 된다.
‘혹시 지금 우리가 갔는데 공사를 시작하고 있으면 어쩌지?’, ‘내 나무가 막 뽑히고 있으면 어쩌지’하면서 자꾸 걱정이 많아진다. 만약 공사를 하게 되면 나는 나의 나무에 올라가서 사람들이 공사를 하지 않겠다고 말할 때까지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아니, 난 적어도 그렇게 하고 싶다. 나는 날마다 내 나무와 소나무들이 걱정된다.
어린이는 서명운동이나 일인 시위, 토론회 같은 것들은 못하지만, 나는 나의 나무들을 지키기 위해 이 글을 썼다.
추신 : 나는 만약 공사를 하게 되면 앞으로 다시는 서귀포도서관에 가지 않을 것이다.
**임지인 어린이는 서귀포신문 어린이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