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윤경미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 조직국장

윤경미 조직국장

국가와 지방정부가 책임지는 공공부문 사업에서 비정규직-하청용역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 지 당신은 알고 있는가? 공항에서, 도청에서, 시청에서, 공기업에서, 공영버스에서 만난 그 많은 노동자가 용역 하청 노동자라는 사실을 인식해본 적이 있는가?

이처럼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양산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IMF 경제 위기 때부터로 기억한다. 정부는 경제 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인력감축, 민영화를 시작한다. 수많은 노동자의 임금을 줄이고 해고했다. 공공의 업무를 민간에게 위탁하거나 팔아버렸다. 1998년 초 21만 명에 이르던 공기업 노동자 수가 2002년 말에는 8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공공성의 신뢰와 안정성은 종잇조각이 되었고 효율성의 언어가 폭주하게 된다.

인천공항 공사는 공항의 모든 업무를 하청으로 운영했었다. 85%가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공항의 운영이 외주화 사업에만 기대고 있었던 것은 충격적이다. 서부발전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사망한 김용균의 동료들은 현장이 너무 위험하다고 개선방안을 제출했지만 하청과 원청 모두가 듣지 않았다고 한다.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던 김 군 또한 선로 안쪽에서 작업하다 달려오는 열차에 치여 숨졌다. 용역 하청노동자인 김 군의 열차를 멈춰달라는 요청은 원청에 닿을 수 없었다고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원청에 닿을 수 있는 구조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정책은, 비정규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공공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에게도 막대한 피해와 위험을 초래한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모두 41만6000명이다. 정부는 2017년,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며‘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내놓았다. 중앙행정기관과 자치단체, 교육청과 국공립 교육기관,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을 1단계로, 지방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과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자회사를 2단계로, 민간위탁 기관을 3단계로 설정하여 단계별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모두가 지지부진하다. 특히 3단계 민간위탁 기관에 대해선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기준에 온갖 예외를 만들어 전환 규모는 축소됐고, 정규직과 처우 조건에 차별을 두는 직군을 분리한 무기 계약직 전환을 유도했으며, 무늬만 정규직인, 용역보다 못한 자회사 전환을 독려했다. 정규직 전환을 정부가 책임 있게 추진하지 않고 각 기관에 책임을 떠넘겼다. 각 기관은 정부의 허술한 가이드라인을 이용해 무기 계약직과 자회사 설립을 남발했다. 그러고도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 목표에 거의 근접했다고 허언을 일삼고 있다.

제주도청 앞에는 300일이 넘은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천막 농성장이 있다. 민간에 팔아넘긴 제주도정의 공공사무를 재공영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봉개 소각장 노동자들이고 교통약자의 이동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이다. 북부 광역환경관리센터와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가 민간 사업자의 손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고 한다. 원희룡 도정은 하루라고 속히 제주도의 공공성 정상화를 위해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공공성. 단순히 국가나 관이 운영한다고 공공성이 거저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도민들이 직접 협력하여 자원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이용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진정한 공공성이라 말할 수 있다. 공공성을 제대로 세우는 그 첫 번째 논의, 공공부문의 왜곡된 고용구조를 바꾸는 것에서 시작하자. 공공부문에서라도 비정규직을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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