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떠나도 20년 넘게 자리 지킨 '동완식당'

서귀포 구 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동완식당' (사진=오성희 기자)

서귀포 시외버스 터미널이 일호광장 근처에 있을 당시에 터미널 근처에 많은 식당이 있었다. 버스터미널이 이전하고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구 터미널 인근에는 여전히 많은 식당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 ‘동완식당’은 구 터미널 시절부터 장사를 이어온 식당 중 하나이다.

17일 점심시간에 ‘동완식당’을 찾았다. 5개 테이블로 식당이 가득 찰 정도의 아담한 식당이었다. 때마침 한 테이블이 비어있어 바로 앉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 직원분이 물과 컵을 가져다 주었다. 주문을 하려고 차림표를 보니 6000~7000원대 비싸지 않은 음식들인데, 심지어 멸치국수는 4000원이었다.

정식 1인분이 6000원이다. 3인분을 주문하고 가게를 살폈는데, 알고 보니 주문을 받아간 분은 직원이 아니라 손님이었다. 직원이 배달을 나간 사이 단골 손님이 대신 주문을 받아준 듯 했다.

기다리면서 식당을 둘러보았다. 상당히 오래된 듯 낡아보이는 차림표는 깔끔함 대신에 지난 세월을 알렸다. 그보다 더 오랜 세월을 증언하는 사업자등록증은 무려 97년 발행된 것이었다. 한쪽 벽면에는 식당 내 모든 쌀, 김치, 돼지고기는 국내산을 사용한다고 돼 있었다. 새로 들어온 손님은 자리가 없어 혼자 온 다른 손님과 합석을 하기도 했다. 그 후로 들어온 분들은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렸다.

주방에서는 주인장 혼자 주문을 감당하려니 분주하기 짝이 없었다. 홀 손님 외에도 배달주문이 많이 오는지 배달을 끝내고 방금 돌아온 직원은 쉴새도 없이 손을 움직였다. 매일 저렇게 바쁘다면 보통 식당들처럼 온장고에 미리 공깃밥을 담아둘 법도 한데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정성스레 한그릇씩 공깃밥을 담아낸다.

6000원 정식 (사진=오성희 기자)

기다림 끝에 주문했던 정식이 나왔다. 정식은 굴비구이, 제육볶음을 메인으로 해서 김치, 콩자반, 멸치볶음 등 몇 가지 밑반찬과 된장국으로 구성돼 있었다. 조기구이는 1인분에 한 마리씩 3마리가 올라왔고 제육볶음도 3명이 먹기 충분했다. 무엇보다도 된장국이 가장 맛있었다.

음식점 주인은 “장사를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지금 가격을 유지한 지 너무 오래돼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터미널이 있을 당시에는 지금보다도 더 정신없이 바빴다”며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을 당시에는 버스 기사들이 미리 예약을 해두고 시간에 맞게 음식을 내놓아야 했었다”라고 말했다.

시외버스 터미널은 혁신도시로 이전했지만 ‘동완식당’에는 여전히 많은 손님들이 찾는다. 오랫동안 같은 가격을 유지해 온 덕도 있겠지만 20년을 넘게 유지해 온 맛과 정성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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