瀛洲吟社 漢詩 連載(영주음사 한시 연재)-26

訪三姓穴有感(방삼성혈유감) 삼성혈을 방문하여 느낀 바가 있어서

▶漢長 李昌幸(한장 이창행)

 

聖人三姓降臨天(성인삼성강임천) 삼성 성인이 하늘에서 강림하신

訪古靈場顧穴邊(방고영장고혈변) 옛 고적 찾아 신령한 땅 혈변을 돌아보네

家國太平和合結(가국태평화합결) 가국은 태평히 화합을 다지고

官民安樂協同緣(관민안락협동연) 관민은 안락하게 협동하는 인연이네

影堂拜禮心嚴肅(영당배례심엄숙) 영당에 배례하는 엄숙한 마음이고

宗廟焚香體敬虔(종묘분향체경건) 종묘에 분향하는 경건한 몸이네

祝祭耽羅文化燦(축제탐라문화찬) 축제로 탐라문화제 찬란하게

開花擧世闡揚傳(개화거세천양전) 꽃 피우며 온 세상에 천양하여 전하네

삼성문. 삼성전으로 들어가는 문이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 解說(해설)

▶文學博士 魯庭 宋仁姝 (문학박사 노정 송인주)

이 시는 2014년 탐라문화제 행사의 일환으로 시행된 전도 한시 지상백일장에서 장원을 차지한 시이다. 시제는 ‘訪三姓穴有感(방삼성혈유감)’으로 그 뜻은 ‘삼성혈을 방문하여 느낀 바가 있어서’이다. 이 시는 1구의 두 번째 글자가 평성으로 시작되고 있기 때문에 칠언율시 평기식의 시이고, 운자는 1, 2, 4, 6, 8구의 마지막 글자인, ‘天(천), 邊(변), 緣(연), 虔(건), 傳(전)’으로 모두 ‘先(선)’ 운통의 글자들이다.

삼성혈은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 세 신인이 솟아난 곳으로, 고려사 고기(高麗史 古記)에 보면, “탐라는 남해 가운데 있다. 처음에는 사람이 없었는데 세 신인이 땅에서 솟아나니 그들은 바로 을라 삼 형제로 화살을 쏘아 떨어지는 곳을 도읍으로 정하기로 하고, 맏이를 양을나, 버금을 고을나, 셋째를 부을나라 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이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 세 신인은 사자(使者)가 데려온 세명의 처녀를 배필로 맞았고, 탐라국을 세워 제주도의 개조가 되었다는 탐라국 개국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작가는 이런 탐라국 개국 전설이 전해지는 신성한 삼성혈을 방문하여 느낀 바를 이 시로 읊고 있는 것이다.

이 시의 수련에서는 삼성혈을 찾아 고, 양, 부, 세 신인이 솟아났다는 穴(혈), 즉 구멍이 나 있는 부분을 돌아보는 것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 작가는 삼성(三姓)과 혈(穴), 즉 제목의 내용을 언급하며 파제(破題)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부분 1구에서는 삼성 성인이 하늘에서 강림하셨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 부분은 비록 세 신인은 땅에서 솟아났지만, 하늘에서 강림(降臨)한 신성한 신인임을 말하고자 한 듯하다.

함련 1구에서는 가국(家國), 즉 집안과 탐라국이 태평하고 화합으로 맺어졌음을 말하고 있고, 2구에서는 관민이 안락하고 협동하는 인연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구에서는 ‘명사+명사’로 이루어진 1구의 ‘家國(가국)’에는 ‘명사+명사’로 이루어진 ‘官民(관민)’으로 2구에 배치하여 대장(對仗)을 하고 있고, 형용사인 ‘太平(태평)’에는 형용사인 ‘安樂(안락)’으로 아래 구(句)에 배치하여 대장(對仗)하였다.

경련 1구에서는 세분의 신인 초상을 모셔 놓은 당(堂)에 배례하는데 마음이 엄숙함을 말하고 있고, 2구에서는 종묘에 경건하게 분향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고을라, 양을라, 부을라 세 신인에 대한 옛 기록을 보면, 그들의 모습은 매우 크고 도량이 넓어서 인간사회에는 없는 신선의 모습이라고 표현되고 있다. 작가는 이런 성스러운 신인들을 배례(拜禮)하며 마음이 절로 엄숙하고 경건해졌음을 이 부분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 문장에서는 ‘影堂(영당)-宗廟(종묘)’라는 장소를 나타내는 명사 성분의 글자를 위아래 구(句)의 앞부분에 배치했고, 그 뒤로 술어와 명사 성분으로 쓸 수 있는 ‘拜禮(배례)-焚香(분향)’을 이어서 썼으며, 다음으로 명사 성분인 ‘心(심)-體(체)’, 그리고 마지막으로 형용사 성분인 ‘嚴肅(경건)-敬虔(엄숙)’으로 위아래 대(對)를 맞추고 있다.

이 시는 탐라문화제 행사의 일환으로 행해진 백일장에 응모했던 한시이다. 그래서 작가는 미련 부분에서 탐라문화제를 가볍게 언급하고 있으며, 아울러 삼성혈과 탐라문화제를 온 세상에 드러내고 밝혀서 널리 전한다는 말을 하며 시를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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