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서귀포를 찾아 봄 소식을 전국에 전하는  ‘시로 봄을 여는 서귀포’ 행사가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한국문인협회 서귀포지부(지부장 안정업)는 오는 29일 오전 10시 서귀포항 여객선 터미널에서 열기로 한 스물 한 번째 '시로 봄을 여는 서귀포'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서귀포에서 전염병 확진 판정 환자가 발생됨에 따라 전격 취소키로 결정한 것이다.  ‘시로 봄을 여는 서귀포’는 지난 2000년부터 매년 2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시 낭송을 통해 전국에 봄소식을 전해왔었다.

오승철 시인의 봄을 여는 시 ‘칠십리를 여는 봄’으로 대신한다. 봄바람이 제주도를 한바퀴 돌면서 코로나19로 위축된 지역경제에 희망의 봄기운이 돋아나고, 바다 건너 육지로 북상하여 국민의 가슴속에도 봄의 향기가 가득한 희망을 그려내고, 시베리아 골짜기의 이름 모를 들꽃을 피우는 봄으로 승화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칠십리를 여는 봄
                      - 오승철 

어디까지 왔나? (아직까지 멀었다)
어디까지 왔나? (아직까지 멀었다)
마라도 지귀도 돌아 섬 몇 개 흘리는 봄

우리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을 따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무슨 꽃을 따겠니? 따겠니? 따겠니? (개똥이 꽃을 따겠다 따겠다 따겠다)
드릴 게 빈손이온데 제 이름 부르시다니요

방 안은 송구해서 바다로 나왔습니다
묵정밭 갈아엎듯 세 척의 발동선이
탕탕탕 하얀 속살로 갈아엎는 서귀포 바다

마중 나가 싣고 온 수선화며 오곡백과
새봄을 선물하자 희망을 선물하자
한반도 봄소식으로 평화의 꽃 피우자

어디까지 왔나? (아직까지 멀었다)
어디, 어디, 어디까지 왔나? (왔다, 왔다, 다 왔다~!)
칠십리 풍각쟁이로 풍작풍작 오는 봄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