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부진으로 경락가는 지난해 40% 정도로 하락, 수확해도 농가 수입이 거의 없는 실정

농민들이 유채나물을 수확하고 있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지난주 마지막 추위를 끝으로 봄이 다가왔다. 도시인들은 봄이 오는 즈음에 냉이와 달래 등 봄나물을 찾는다. 봄나물이 밥상 위에 오르고 나서야 소비자들은 비로소 봄기운을 느낀다.

유채나물은 제주를 대표하는 봄나물이다. 지난 가을에 파종한 유채가 싹이 돋는 봄이면 어린 싹을 잘라서 시장으로 보내는데 한때는 제주를 대표하는 효자나물로 각광을 받았다.

표선면 성읍리 번영로 주변 밭에서 농민들이 수확에 한창이다. 표선면 농민 김아무개가 이웃과 함께 유채나물을 수확하고 있다. 여자 인부들이 낫으로 나물을 베어내면 김 씨가 마대에 담는다.

김 씨는 “예전 같으면 주변 음식점에서 주문이 밀려 판로 걱정이 없었는데 올해는 워낙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달라는 식당이 없다”라며 “어쩔 수 없이 공판장으로 밀어 넣는데, 돈이 오지 않는다”라며 푸념을 한다.

지난 21일 가락동 도매시장의 경락가격을 확인하니 농부의 푸념이 이해가 된다. 이날 제주산 유채나물 경락가격은 4kg 한 망을 기준으로 3000원에서 4500원 사이다. 인건비와 물류비를 제외하면 농가가 가져올 돈이 없는 셈이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1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0~45%에 불과한 실정이다.

다른 봄채소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냉이는 4㎏들이 상품 한 상자가 3만원 안팎인데 작년 이맘때 4만원을 웃돌았다. 달래와 돗나물 등 다른 봄나물들도 시장 반입량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데 소비가 꽉 막힌 상황이다. 제철을 맞아 향긋해진 봄나물의 소비가 부진해 농가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침체가 길어진 탓에 봄나물은 물론 채소류 소비가 부진한 실정이고 중도매인 매장에도 재고가 많이 쌓인 상황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코로나19마저 확산되면서 불황이 장기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봄이 왔지만 농민들이 봄을 느끼지 못하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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