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ㆍ변호사>

하승수 변호사

1941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건국강령’을 발표한다. 독립 이후에 만들 나라의 모습을 그린 문서인데, 건국강령을 보면 선거권은 만18세부터 보장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 건국강령의 내용은 2020년이 되어야 현실이 된다. 건국강령이 발표된 때로부터 무려 79년만의 일이다. 헌법전문에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밝히고 있는 나라에서 늦어도 너무 늦었다.

여전히 만18세 선거권에 반대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한민국의 건국정신만 돌아보더라도 만18세 선거권은 진작에 이뤄졌어야 했는데 정치권의 이해관계 타산 때문에 도입이 늦어진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OECD 국가중에서 유일하게 만19세부터 선거권이 주어지는 ‘민주주의 후진국’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올해 4.15 총선에서부터 만18세 선거권이 도입된다. 작년 12월 27일에 국회에서 통과된 선거법 덕분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독립운동가들의 생각이 이제야 실현되는 것이다.

당장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생애 첫 번째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만18세 선거권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면,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4.15 총선에서 투표를 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일부 고등학교 3학년과 또래의 학교밖 청소년들이 투표권을 가지게 된다. 전국적으로 14만 명 정도가 된다. 그런데 학생들이 투표권을 갖게 된 것에 대해 과도한 걱정을 하는 분들이 있다. 게다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학교에서의 모의선거를 제한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그러나 교실에서 정치에 관한 생생한 토론이 이뤄지는 것은 정치선진국에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교실에서 실제 후보와 정당을 놓고 토론도 하고 모의선거도 한다. 미국의 초등학생은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들을 놓고 찬.반토론을 하고, 모의투표까지 하게 된다. 민주시민을 교육하는 교실에서 정치에 관한 얘기가 금기시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일제 강점기와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교실과 정치를 철저하게 분리시켜 놓았다. 교사의 정치적 권리를 박탈해서, 교사가 정치에 관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청소년들의 정당가입, 정치적 활동도 막아 놓았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 앞으로는 교사의 정치적 권리도 보장하고, 정치선진국처럼 청소년들도 정당가입을 하고 정치활동을 할 수 있게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주권자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 2015년부터 만18세 선거권을 도입한 일본의 경우에는 지나친 규제 중심의 주권자교육을 해서, 만18세의 투표율이 떨어진 경험이 있다. 모의선거를 하는데, 가상의 정당.후보를 놓고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교육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하는 주권자교육이 흥미로울 리 없다. 현실의 정당과 후보를 놓고 토론하고, 각 정당의 정책이 자기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놓고 토론해야 제대로 된 정치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번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기 때문에, 선거제도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 이것은 청소년들만이 아니라, 성인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2016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유권자의식조사를 했을 때에도 39.6%의 유권자들이 1인2표제에 대해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렇게 투표방식에 대해 잘 모르는 유권자가 많은 것을 방치하는 것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직무유기이다.

이번 4.15 총선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들은 물론이고, 기존 유권자들에 대해서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적극적으로 정당투표의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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