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공포 조성하기보다 서로 격려하고 현실 정확히 인식해야

코로나19가 몰고온 풍경(삽화= 배정식 작가)

“여긴 유령도시 같아. 길거리에 사람이 없어”

전화기 너머로 친정엄마가 전한 대구의 모습입니다.

중국에서 한국, 일본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바이러스의 공포. 재난 영화에서나 봤던 현상이 현실로 다가온 듯합니다.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후 대구에 계신 친정 식구들이 걱정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몇 백 명씩 확진자가 추가되고, 이 글을 쓰는 현재(3월 1일 오전 기준) 35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대구에서만 확진자의 수가 2500명이 넘었습니다.

90세의 할머니, 60대 중반의 부모님이 계시는 친정집은 대구 남구 대명동에 위치한 신천지 교회에서 불과 2.5km 거리입니다. 신천지 교회는 대구 지하철 1호선 대명역에 있습니다. 바로 인근에는 지역아동센터와 초등학교도 있습니다. 또한, 대명동 신천지 교회에서 700m 거리에는 시외버스터미널인 서부정류장이 있습니다. 서부정류장에는 스타벅스가 있는데, 스타벅스가 있는 곳은 상권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많은 이들이 오갈 수밖에 없는 주요 교통지라는 얘기겠지요. 친정 부모님의 주요 생활 반경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인 데다, 얼마 전 친정엄마는 어깨 근육이 찢어져 수술을 받고자 병원에 다니셨는데, 서부정류장에 위치한 병원입니다. 31번 확진자가 발생할 즈음 며칠 사이 매일같이 병원에 다니셨다 하셨습니다.

뉴스를 본 날 바로 친정집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 병원 수술도 미루면 좋겠는데...그렇지 않아도 면역력이 약한 엄마인데 수술받는 것도 불안하고. 할머니도 경로당에 다니시지 마시고, 아빠는 출근하셔야 한데?”

친정 아빠가 일하시는 곳은 대구 북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인 매천시장입니다. 매천시장의 청과물 코너가 통제되고 방역작업에 들어가기도 했었지요. 도매시장인 만큼 많은 공급자와 판매자가 드나드는 곳입니다. 유동인구가 많으면 코로나19 확산의 위험성이 높기에 출근을 하지 않으셨으면 했지만 “시장이 쉬어버리면 농산물을 팔아야 하는 농부들이 판로가 막혀서 안 된다. 생물을 저장할 수도 없으니 물건도 상하고. 시장을 완전히 닫을 수는 없다”라며 친정 아빠는 걱정 말라 하십니다.

고등학교 절친들의 단톡방에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20년지기 4명의 친구는 대구, 포항, 경기도 광주, 제주도에 살고 있습니다. 타지에 살고 있어도 친정이 모두 대구이니 서로가 서로의 안부를 묻고 걱정 섞인 말들이 오갑니다. 어린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친구들이라 코로나19로 인한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의 개학 연기 및 임시휴업도 직장맘인 우리에게는 중요한 이슈들입니다.

제주도도 2명의 확진자가 나와 조심하는 분위기이지만, 뉴스를 통해 보는 육지의 이야기, 특히 대구의 상황은 영화를 방불케 합니다. 내륙임에도 섬처럼 고립된 대구. 대구 안에서도 수십만 개의 각 가정의 고립된 작은 섬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스크, 손세정제 대란, 사재기 분위기 등 물리적인 현상을 넘어 심리적인 고립이 더 큰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그 시작은 명확히 알 수 없지만 특정 종교 단체로 인해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이 야기되었습니다. 지금도 검사자만 수만 명이니 확진자의 수도 늘어나겠지요. 뉴스에는 연일 새로운 확진자의 소식을 전하며 최근에는 교사, 공무원 등의 직업을 가진 확진자들이 양성 판정을 받고 난 후 특정 종교단체임을 밝혔다는 보도들이 나옵니다. 솔직하게 속 시원히 밝히지 않는 그들이 답답하고 무책임하게 느껴집니다. 코로나19의 재생산 지수를 살펴봐도 대구 신천지 신도들로 인해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음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대구가 문제야, 대구” 라며 ‘대구 코로나’라 명칭하고 쉽게 내뱉는 말들을 듣게 되면 마음이 편하진 않습니다. 저의 친정 부모님처럼 친구들처럼 고립된 섬 속에서도 일상생활을 해나가야 하는 많은 시민이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일상생활에서 청결과 마스크 착용 등이 당연시 됐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밀폐된 공간 집단 활동 금지 등 개인 각자가 경각심을 갖고 나와 이웃을 위해 서로 조심하며 감염 예방 수칙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확진자 속보, 실시간 알리미, 확진자 경로 확인 등 코로나19와 관련된 각종 앱이 개발되고 병원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들의 이야기가 다큐로 전해지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소외된 이들을 배려하는 이야기가 기사로 전해집니다. 1천여 명의 대구 지역 확진자는 병상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의료진들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주변 지역과 관련 단체에서는 모금 활동을 통해 현장 의료진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한다는 기사들도 나옵니다.

지난밤 뉴스에서 WHO긴급대응팀장인 마이클 라이언은 “만약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지구상 모든 인간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거란 의미입니다. 데이터로는 아직 그런 수준이 아닙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가짜 뉴스가 난무하고 그것이 카더라 통신으로 전해지며 공포심이 가해져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기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내라’ 격려하며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대책 방법을 강구해 실천하며 해결해나가는 것. 그것이 코로나19에서 벗어날 ‘희망’일 것입니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