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영어교육도시 개학 미루면서 손님 줄었다고

6일 대정오일장을 찾았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매월 1일과 6일, 대정읍 모슬포 인근에 대정오일시장이 선다. 대정읍이 서귀포시와 제주시에서 각각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읍면 지역 장 치고는 꽤 크게 선다. 6·25 전쟁 당시부터 장이 만들어져 대정읍 내에서 몇 차례 자리를 옮기다 1983년 등록시장이 되었다.

대정읍에는 과거 대정골로 불리던 보성·인성·안성리와 동일리, 상모·하모리, 영락리, 신도리, 구억리, 신평리가 있고, 가파도(가파리)와 마라도(마라리) 등 바다를 수호하는 두 개의 섬이 있다. 게다가 10년 전 구억리 일대에 영어교육도시까지 새롭게 조성됐으니, 대정읍은 바다와 육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땅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인구는 2만3000명을 넘었다. 서귀포시 읍면 가운데는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했다.

대정오일시장은 다른 읍면 재래시장에 비해 활기를 띠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읍의 인구가 늘고 있기 도 하지만, 시장의 위치가 모슬포 항 및 중심상권 등과 가까이 있는 유리한 면도 있다. 게다가 모슬포항을 근거지로 삼아 조업에 나서는 선원들은 이 시장에서 물품을 주로 구매한다. 가파도와 마라도 주민들은 집 주변에 생필품을 구매할 가게가 없어서 장날마다 이곳에서 며칠 분 생활용품을 구입해야 한다.

6일 오전, 대정오일시장을 방문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마트와 재래시장이 침체를 겪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꽤 많은 주민들이 시장을 찾고 있었다. 시장이 항구 인근에 있기 때문인지, 어물전에 오른 분홍빛 옥돔과 은빛 갈치가 눈길을 끈다.

서귀포오일장과 중문오일장, 표선오일장에는 매대가 비어 있는 가게들도 있었는데, 대정오일장은 평일인데도 상인들이 모두 출동했다. 거래도 거래지만, 재래시장의 맛은 왁자지껄 붐비는 사람을 구경하며 활력을 얻는 데 있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것과 달리 상인들은 대체로 작년만 못하다고 한다.

태헌청과 김창진 사장은 “요즘 장사가 잘되는 곳이 어디 있냐?”라면서 “지난해에 비해 30%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경인청과 최경수 사장은 제주에서 가장 맛있는 귤과 만감류를 구해서 판다고 소문이 나고 영어교육도시 내에서도 잘 알려졌지만 어렵다고 말한다. 최경수 사장은 “지난해의 절반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청과 상인들은 영어교육도시가 개학을 못하는 게 매출 감소의 큰 이유라고 말했다. 영어교육도시에 아직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학부모들이 대정오일장을 많이 찾는데, 개학이 늦춰지면서 아직 학새와 학부모들이 아직 제주에 오지 않는다는 하소연이다.

어물전에서 생선을 파는 할머니 사장은 “장사가 되긴 하는데 절반 정도다”라고 말했다.

할머니들이 텃밭에서 재배했다는 쪽파와 콜리비 각각 한 봉지씩을 사고 시장을 빠져나왔다. 대정오일장 남쪽 출입구 꽃가게에 봄을 알리는 꽃들이 화사하게 피었다. 꽃샘추위가 지나면서 대정들녘에도 파란 보리대가 바람에 산들거린다. 그래도 봄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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