瀛洲吟社 漢詩 連載(영주음사 한시 연재)-27

吟四隣活畵(음사린활화) 사방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경치를 읊다

▶濟原 邊京鍾 (제원 변경종)

 

四隣淑氣緝城隅(사린숙기집성우) 사방에 숙기가 성곽 구석까지 이어져

楊柳動搖春信圖(양류동요춘신도) 버드나무 흔들흔들 봄소식을 전하네

殘雪江邊閑睡鴨(잔설강변한수압) 잔설 강가에 집오리 한가히 졸고

解氷湖畔急驚鳧(해빙호반급경부) 해빙한 호반에 오리들 갑자기 놀라네

風和寺院夕鐘響(풍화사원석종향) 바람 부는 사원에 저녁 종소리 들리고

月滿樓臺宵燭呼(월만루대소촉호) 달빛은 누대에 가득하여 밤 촛불 같네

舊臘嚴威今北退(구랍엄위금북퇴) 십이월의 맹위가 북으로 물러가고

東皇布德樂眞儒(동황포덕락진유) 봄신이 덕을 펴니 진유가 즐겁네

성읍민속마을 성곽 앞에 봄꽃이 피었다.

◉ 解說(해설)

▶文學博士 魯庭 宋仁姝 (문학박사 노정 송인주)

잠시 밖으로 나가 보면 벌써 노란 유채꽃과 수선화 그리고 이름 모를 봄꽃들이 방긋 미소 지으며 그윽한 향기를 사방으로 흩날리고 있다. 그리고 파란 하늘에서 쏟아지는 맑은 햇살에서 초목들은 생기(生氣)를 얻은 듯 그 푸른빛을 점차 더해가고 있다. 봄이 다른 해보다 서둘러 우리 곁으로 찾아온 듯하다.

이 시는 봄이 찾아온 사방의 아름다운 경치를 읊고 있는 시로, 수련 1구의 두 번째 글자가 평성이라서 칠언율시 평기식의 시이고, 운자는 ‘隅(우), 圖(도), 鳧(부), 呼(호), 儒(유)’이다.

수련에서는 봄의 맑은 기운이 城의 모퉁이까지 이어지고 버드나무는 새순이 돋아나 바람에 흔들거리며 봄소식을 알리고 있는 모습을 읊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봄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맑은 기운과 점차 푸르러 가는 버들을 언급하며 시상을 일으키고 있다. 1구의 문장 구성은 ‘주어(四隣淑氣)+술어(緝)+보어(城隅)’구조로 이루어졌고, 2구의 ‘春信圖(춘신도)’부분은 목적어와 술어의 위치가 서로 도치된 문장 구조로 시를 읊고 있다.

함련에서는 거의 다 녹아가는 강변의 눈과 한가하게 노닐다 봄 햇살에 졸고 있는 집오리의 모습을 1구에서 언급하고 있다. 2구에서는 얼음이 녹은 호반에서 오리들이 무언가에 놀라 화들짝 날갯짓하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이 부분은 ‘殘雪(잔설)-解氷(해빙), 江邊(강변)-湖畔(호반), 閑睡(한수)-急驚(급경), 鴨(압)-鳧(부)’로 위아래 대장(對仗)을 하고 있다. 여기서 앞부분 위아래 4글자인 ‘殘雪江邊(잔설강변)’과 ‘解氷湖畔(해빙호반)’은 ‘殘雪(잔설)’이 ‘江邊(강변)’을, 그리고 ‘解氷(해빙)’이 ‘湖畔(호반)’를 꾸며주는 구조로 문장을 구성하고 있다. 그 뒤로 ‘閑(한)+睡(수)+鴨(압)’과 ‘急(급)+驚(경)+鳧(부)’로 문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 부분은 ‘형용사성 부사+술어+주어’의 구조로, 주어와 술어의 위치가 도치된 문장 구성을 위아래 구(句)에서 만들고 있다.

경련에서는 사원으로 불어오는 봄바람, 저녁 종소리, 그리고 누대의 맑은 달빛으로 평화롭고 맑은 봄날의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다. 여기서는 ‘風(풍)-月(월), 和(화)-滿(만), 寺院(사원)-樓臺(루대), 夕鐘(석종)-宵燭(소촉), 響(향)-呼(호)’로 위아래 대장을 하고 있다. 이 부분도 보면 천문류는 천문류로, 술어는 술어로, 궁실류는 궁실류로, 기물류는 기물류로 위아래 짝을 맞추어 시를 읊고 있다. 그리고 이 부분의 ‘夕鐘響(석종향)’과 ‘宵燭呼(소촉호)’부분은 원래 ‘평평측(平平仄)’, ‘측측평(仄仄平)’ 구조로 글자를 배치하여야 하는데, 작가는 ‘측평측(仄平仄)’, ‘평측평(平仄平)’ 구조로 문장을 만들고 있다. 이는 1구의 5번째 글자와 2구의 5번째 글자의 평측을 서로 바꿔서 배치한 것으로, 1구에서 평성 글자로 써야 할 5번째 글자를 측성으로 배치해서 요(拗)를 하고, 아래 구에서 측성 글자를 쓸 자리에 평성 글자를 써서 요구(拗救)를 한 것이다. 이 부분을 쉽게 풀어서 말하면, 1구에서 글자의 평측이 비틀어진 부분(5번째 글자 측성)을 바로 잡기 위하여, 2구의 같은 위치(5번째 글자)에 평성 글자를 배치한 것으로 1구에서 비틀어진 시의 리듬을 2구에서 바르게 펴줬다고 보면 된다. 이와 같은 작법은 근체시 율격에 맞는 것으로 여긴다.

미련에서는 추위가 북으로 물러나고, 봄신의 찾아와 산과 들에 덕을 펼치니, 눈에 들어오는 모든 풍광은 살아 움직이는 그림과 같아, 선비들은 시를 읊기 좋은 이런 풍광을 대하고 즐거워함을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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