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 요구로 산책로 반환, 카페와 펜션 등 마당 지나는 방식으로 산책로 가까스로 연결

산책로가 끊긴 자리에는 철조망이 설치됐다.(사진은 강문혁 기자)

 

이전에 산책로로 사용되던 사유지(사진은 강문혁 기자)

카페 소유주가 자신의 대지를 지나는 산책로에 대해 토지반환을 요구하면서 돔베낭골 산책로가 끊기는 일이 발생했다. 이곳을 지나는 탐방객들은 서귀포시의 해안 절경 대신에 감옥을 연상케 하는 구간을 지나야 하는 상황이다. 서귀포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경을 자랑하는 돔베낭골 산책로 모양새가 험하게 구겨졌다.

서귀포시 해안 산책로를 즐겨 찾는 시민 김아무개(63)은 최근 돔베낭골 산책로를 지날 때마다 우울하다. 과거 범섬과 문섬 등 서귀포의 바다 절경을 배경으로 하는 산책로가 철조망에 가로막혔고 이 일대를 지나려면 인근 카페 정원을 지난 후 높은 담벼락 골목을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서귀포시는 10여 년 전 법환에서 외돌개에 이르는 해안길을 복원해 돔베낭골 산책로를 조성했다. 과거 법환 해녀들이 외돌개로 물질을 가던 길인데, 주변 풍광을 자랑하기 위해 서귀포시가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산책로로 발굴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당시 물질길에는 사유지들이 여러 군데 포함돼 있었다. 서귀포시는 필요한 사유지는 매입하며 사업을 진행했다. 당시 서귀포시는 필요한 대부분 사유지를 매입할 수 있었는데, 토지주 김아무개(59, 서울 서초구 거주)는 자신의 토지를 매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귀포시는 토지주에게서 토지 일부를 산책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고 가까스로 돔베낭골 산책로를 개설할 수 있었다.

인근 카페 등을 우회해서 지나야 한다는 안내표지(사진은 강문혁 기자)

이후 2007년 12월 (사)제주올레가 외돌개에서 월평마을에 이르는 17.7km 길이의 제주올레 7코스를 개장했다. 올레 7코스는 돔베낭골 산책로를 지나게 됐는데, 빼어난 비경 때문에 전체 올레코스에서 관광객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다.

토지주는 지난 2012년 3595㎡에 이르는 자신의 대지에 지하1층 지상 1층, 연면적 301.5㎡의 건물을 짓고 V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다. 카페는 갤러리를 겸해서 운영됐는데, 내부 시설도 잘 됐고, 주변 풍광도 좋아서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그런데 토지주 김 씨가 지난해 서귀포시에 제주올레와 서귀포시 등에 차례로 토지반환을 요청했다. 제주올레와 서귀포시는 ‘공동 통행로’로 이용하고 있는 실정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귀포시는 지난해 10월 28일 토지주의 요구에 응해 산책로 자연석을 모두 걷어냈다. 지난 2015년 서귀포시는 사업비 10억 원을 들여 제주올레 7코스 가운데 노후 산책로 난간 및 데크 정비 사업을 추진했다. 목재산책로가 시설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목재가 훼손되며 올레꾼들로부터 잦은 민원이 제기돼 왔기 때문에 상한 데크를 걷어내고 자연석으로 교체했다. 그런데 토지주의 요구에 못 이겨 자연석을 4년 만에 다시 걷어내야 했다.

토지주는 산책로가 끊긴 자리에 철조망을 두르고 타인의 출입을 막았다. 운영하던 카페는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산책로와 올레7코스가 끊긴 상황에서, (사)제주올레는 인근 카페와 페션 소유주를 설득해 통행로를 가까스로 연결했다. 탐방객들은 카페 ‘60BEANS'와 펜션 ’바닷가 하얀집‘의 마당을 지나고 나서 동서로 높이 4m가 넘는 담벼락의 틈을 지나야 한다. 관광객들이 극찬하던 탐방로는 빛깔과 향기를 잃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귀포시 관계자는 “최근에 일반 도로의 경우도 소유자들이 소유권을 주장하며 반환을 요구하는 일이 발생하는 실정이다”라며 “정식도로가 아니고 토지주가 한시적으로 사용을 허가한 후 반환한 경우여서 행정도 어쩔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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