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안은 전정작업이 한창이다.(사진=오성희 기자)
잘린 가지 단면(사진=오성희 기자)

어느덧 3월도 절반이 지나고 이젠 완연한 봄이 됐다. 집 마당에는 목련이 피었다. 하지만 지난 12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제주도에 10일간 체류했던 것으로 밝혀져 따뜻한 봄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거리는 한산하다. 확진자가 머물렀던 위미리 마을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감귤 과수원에는 봄농사가 한창이다.

14일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과수원에 일손을 보태러 갔다. 한라봉 하우스 안에선 동네 삼촌들의 손을 빌어 전정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전정을 하는 건 많이 봤지만 왜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는 전혀 몰랐기에 아버지에게 전정에 대해 물어 보았다.

아버지는 귤이 과다착과되는 것을 막고 공간을 확보해 햇빛이 잘들게 하기 위해 전정을 한다고 했다. 전정을 해서 가지를 잘라내면 표면적이 넓어져 나무에 빛이 더 잘 들게 된다. 그리고 너무 높은 가지도 잘라내 사람이 농작업을 하기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한라봉의 경우 가온을 하기 10~20일 전에 전정을 한다. 너무 이르면 나무가 겨울 추위를 받을 수 있고 너무 늦으면 순이 나버려 나무의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비된다. 수확량을 늘리려면 전정을 적게 하고, 수확량을 줄이는 대신 대과로 수확하려면 전정을 강하게 한다. 아버지는 그걸 맞추는 게 전문가의 기술이며 전정도 하나의 종합예술이라고 했다.

노지감귤의 경우 나무 상태가 좋을 경우 전정을 일찍 한다. 전년도 수확량이 많아서 나무 상태가 좋지 않고 꽃이 많이 안 필 것 같은 경우 무전정으로 하거나 3월말 4월초에 전정을 한다. 꽃눈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 늦게 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노지감귤은 열매크기가 작은 걸 선호하기 때문에 전정을 많이 하지 않거나 과수원별로 돌아가며 해거리를 시킨다. 옛날엔 수확량을 중요하게 여겨서 전정을 많이 해 귤의 크기를 키웠지만 최근엔 수확량보다 당도와 가격을 중요하게 생각해 전정을 약하게 한다고 한다.

설명은 들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한 가지를 자르려 해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잘라야 할 것 같은데 삼촌들은 다들 전문가라 그런지 가지를 보고 자르는 것도 순식간이다.

전정을 하고나면 잘린 가지에서 새순이 돋는다. 비록 코로나19 한파로 경제는 얼어붙고 거리는 한산하지만 봄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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