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영실탐방로 등반, 영실기암과 주변 오름들 절경에 빠졌다

한라산 등반은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한다. 이들에게 등반은 추억과 함께 화목, 우정, 사랑을 선사한다. 과거 서울로 전근가는 친구와 성판악 탐방로를 오르던 일이 십여년의 지난 지금도 추억으로 떠오른다.

주말, 그 추억을 따라 한라산 남벽을 향해 올랐다. 봄 햇살을 맞으며 산길을 오르는 동안 몸과 정신이 상쾌해졌다.

22일 오전, 집에서 본 한라산은 흰구름으로 덮혀 있었다. 등산을 망설였으나  한라산 날씨가 늦게라도 화창하게 갤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영실로 차를 몰았다.

산록도로를 따라 차를 몰았다. 무오법정사항일운동 발상지 입구를  지나는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 영실휴게소에 도착했다. 주차장에는 이미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영실탐방로 종착지인 윗세오름대피소까지는 3.7Km로 보통 1시간30분이 소요된다.

영실계곡 (사진= 강문혁 기자)

탐방로입구를 지나 보이는 소나무숲, 이 숲은 다음 세기를 위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나무 길을 따라 걷는 영실계곡,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영실기암 (사진= 강문혁 기자)
오일스테인이 벗겨진 난간기둥 (사진= 강문혁 기자)

물소리를 들으며 걸은 지 몇 분 후, 우거진 숲 속 계단길이 보였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던가? 앞에 보이는 웅장한 영실기암, 한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난 499명의 형제가 돌이 되어 영실기암이 되었다는 안내 표지문을 읽었다. 그런데 따라 걷던 탐방로 난간기둥은 오일스테인이 벗겨져 물을 흠뻑 먹을 기세다.

오름이 보이는 풍경 (사진= 강문혁 기자)
오름이 보이는 전망대가 허술해 위험해 보인다

다시 탐방로 계단을 따라 헉헉거리며 걷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물이 주는 청량감에 기운을 차리고 해발 1500M 표지석을 지났다. 이윽고 불레오름, 삼형제오름 그리고 탐방로 한쪽에 위치한 오름이 있는 풍경 전망대가 보였다. 전망대에서  흰구름 속으로 비치는 오름들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오름들을 더 잘 보고 싶은 욕심에 난간에 다가서다가 허술한 밧줄을 보고 뒤로 발을 뺐다.

백록담과 조리대가 조화를 이뤄 아름답다.

영실기암과 오름들을 구경하며 지친 줄도 모르고 걸어가다 만난 구상나무 숲, 숲을 지나 평평한 나무길을 걸었다. 이윽고 뻥 뚫린 한라산 고산지대, 선작지왓을 거쳐 다다른 조릿대 숲.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멀리 보이는 백록담과 조화를 이뤄 장관을 연출했다.

노루샘에서 어린이들이 정신없이 물마신다

넓게 펼쳐진 조릿대 숲을 구경하며 걷던 중 어디선가 어린이들이 갑자기 “물이다” 라고 외치며 뛰어왔다. 졸졸 흐르는 노루샘터에 어린이들이 앞다퉈 정신없이 물을 마셨다.

노루샘을 지나 윗새오름 대피소에 도착했다. 대피소의 넓은 휴식공간에서 가족, 연인으로 보이는 등산객들이 준비해 온 음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여기서 남벽까지는 2.1km, 남벽입구에서 제주시에서 온 지인을 만날 수 있었다.

제주시에서 온 지인은 “서귀포가 고향인데 종종 한라산을 등반한다”며 “오늘 영실을 거쳐 남벽을 보았는데 돈내코 탐방로에서 남벽을 보러 오는 등반객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 생각이지만 돈내코탐방로에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야 서귀포 경제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이를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지인과 헤어진 뒤 산을 내려왔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선이 아름다운 영실기암과 오름들을 보는 느낌이 이랬을가? 이미 산을 오르며 봤던 풍경이었지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집으로 향하는 차 안, 도로에는 어느새 봄을 알리는 벚꽃들이 피어 있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외출을 꺼리는 요즘, 빨리 코로나19가 퇴치되서 만개한 벚꽃길을 지나 봄을 맞이한 아름다운 영실을 다시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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