瀛洲吟社 漢詩 連載(영주음사 한시 연재)-28

龍窟庵과 朝鮮王朝實錄(용굴암과 조선왕조실록)

▶永辰 金世雄(영진 김세웅)

 

朝鮮實錄史書看(조선실록사서간) 조선왕조실록 역사서를 지키려고

避難靈陰險峻山(피난영음험준산) 영음하고 험준한 산에 피난했네

守護碑銘存近處(수호비명존근처) 비석이 근처에 있어 보호하며 지키고

轉移石窟隔空間(전이석굴격공간) 석굴 공간에 격리시켜 옮겼다 전하네

倭侵恨滿天心悔(왜침한만천심회) 왜적 침임에 임금 마음 한이 가득하고

敵退憂深國步艱(적퇴우심국보간) 적퇴까지 나라 운명 근심스러웠네

不忘壬辰慙屈辱(불망임진참굴욕) 임진년 굴욕을 잊어선 안 되고

湖南救患策優閒(호남구환책우한) 호남의 뛰어난 계책이 재난을 구했네

2019년 내장산에서 열린 문화재지킴이 행사.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안의와 손홍록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사진은 문화재청 영상 갈무리)

◉ 解說(해설)

▶文學博士 魯庭 宋仁姝 (문학박사 노정 송인주)

 

이 시는 정읍문화원에서 주최한 전국한시지상백일장에서 입상했던 시로, 시제는 ‘龍窟庵과 朝鮮王朝實錄(용굴암과 조선왕조실록)’이다. 정읍문화원은 임진왜란 당시에 국보와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조선왕조실록을 수호했던 인물과 장소 등, 숨은 지역 역사의 발자취를 이 한시지상백일장을 통해서 널리 알리고 고자 했다.

조선왕조실록은 사관들에 의해 전대 왕들이 평가된 기록으로, 임진왜란이란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도 기적적으로 보존되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호남절의록》에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실록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피난시키는 과정에서 힘썼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 있고, 《이재유고》에는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을 피난시켰던 용굴암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용굴암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깊은 산 험절(險絶)한 장소로, 당시에 정읍지역 사람들은 이곳에 조선왕조실록을 피난시킨 후, 안의, 송홍록, 김홍무와 승병장 희묵, 그 외 날쌘 사람 100여 명이 밤낮으로 용굴암을 떠나지 않고 조선왕조실록을 지켰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시는 칠언율시 평기식의 시로 운자는 2, 4, 6, 8구의 마지막 글자인 ‘山(산), 間(간), 艱(간), 閒(한)’으로 모두 ‘刪(산)’ 운통의 글자이다. 칠언율시는 수련 1구의 마지막 글자에 운자를 넣어서 시를 짓기도 하고, 때로는 이 부분의 운자를 생략해서 시를 짓기도 한다. 이 시는 수련 1구의 마지막 글자에는 압운하지 않았고, ‘寒(한)’ 운통과 ‘翰(한)’ 운통으로 동시에 쓰이는 글자인 看(간)을 배치하였다.

수련에서는 조선왕조실록을 험준한 산에 피난시켰음을 언급하며 시상을 일으키고 있다. 이 부분 1구는 주어와 목적어를 도치시킨 문장 구성을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의 술어인 看(간)은 ‘보다’라는 의미로 자주 쓰이는데, 여기서는 ‘지키다’라는 의미로 쓰고 있다. 그리고 2구는 앞부분 1구의 내용을 이어서 시를 전개하고 있으며, 문장 구성은 술어+보어(避難+靈陰險峻山) 구조로 되어 있다.

함련에서는 석굴 공간에 조선왕조실록을 옮겨서 피난을 시켰는데, 근처에 있는 오래된 선조들 비석이 조선왕조실록을 보호하고 지켰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 부분은 ‘守護(수호)-轉移(전이), 碑銘(비명)-石窟(석굴), 存(존)-隔(격), 近處(근처)-空間(공간)’으로 위아래 짝을 맞춰서 대장(對仗)하고 있다. 여기서는 술어는 술어끼리, 명사는 명사끼리, 장소는 장소끼리 서로 짝을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경련은 왜적이 침입하니 임금은 한이 가득하였고, 왜적을 다 무찌를 때까지는 나라의 운명이 근심스러웠음을 말하고 있다. 이 부분은 ‘倭侵(왜침)-敵退(적퇴), 恨滿(한만)-憂深(우심), 天心(천심)-國步(국보), 悔(회)-艱(간)’으로 대장을 하고 있다. 여기서 ‘倭侵(왜침)-敵退(적퇴)’는 ‘주어+술어’ 구조로 이루어진 짧은 문장을 위아래로 배치를 하였고, 恨滿(한만)-憂深(우심)’도 또한 이와 같은 문장 구조로 위아래 배치하여 대장을 하였다.

미련에서는 임진왜란의 굴욕을 잊지 말자는 말을 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조선왕조실록을 험준한 산에 위치한 용굴암에 피난시켜 소중한 국가유산을 지켜낸 호남지역 옛사람들의 계책이 뛰어났음을 말하며 시를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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