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미뤄지면서 친환경 3월 15억 시장 사라지고, 4월도 기약 없어

현승용 씨 농장 친환경 청견오렌지(사진=오성희 기자)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감귤농사에 종사하는 현승용 씨 농장에 30일 청견오렌지 수확이 한창이다. 현 씨는 3630㎡(1100평) 규모 비닐하우스에 친환경 방식으로 청견오렌지를 재배하는데, 올해 약 8000kg을 수확할 것으로 내다봤다.

청견오렌지는 2월 하순부터 수확하는 품종인데, 과일의 표면이 보통 귤보다 매끈하고 오렌지보다 껍질이 얇은 것이 특징이다. 과즙이 풍부하고 오렌지 향이 강한 특징이 있다. 한라봉이나 천혜향이 재배되기 전에는 청견오렌지를 재배하는 농가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재배하는 농가가 많지 않다.

현 씨는 제주도 친환경급식센터를 통해 학교에 과일을 납품할 계획이었다. 당초 맛이 절정에 이르는 2월 20일경에 과일을 수확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학교 개학이 미뤄지면서 납품일정에도 차질을 빚었다.

교육부가 개학을 세 차례 미루면서 4월 6일을 예정일로 잡았지만,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현 씨는 나무나 열매의 상태를 감안하면 수확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3월 30일부터 수확을 시작했다.

당초 친환경급식센터에 납품하면 kg 당 3700원 정도는 받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과일이 그보다 낮은 가격에도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 대도시 공판장은 친환경농산물을 별도로 취급하지 않는다. 공판장에 출하되면 외관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기 일쑤다.

제주에는 현 씨처럼 학교급식이 막혀 농산물을 처리하지 못하는 농민들이 많다. 제주친환경급식연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한 달 제주친환경급식센터를 통해 학교에 납품된 친환경농산물의 규모는 15억에 달한다. 시장이 막힌 결과로 대부분이 도내 친환경 농가들에 손실로 돌아왔다.

상추나 쪽파, 근대, 아욱, 쑥갓 등 수확해 당일 소비해야 하는 채소들은 대부분 폐기하는 실정이다. 개학이 미뤄지면서 친환경 농가들이 애써 키운 작물을 울며 버려야 하는 실정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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