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경주마 89% 제주에서 생산, 경마 중단과 경주마 경매시장 폐쇄로 제주 말산업 집단 위기

경주마생산목장(사진은 장태욱 기자)

서귀포시에 경주마를 육성하는 정아무개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경영에 위기를 맞았다. 정 대표는 D목장에 경주마를 육성하는데, 직원 4명의 인건비와 사료비 등으로 월 2000여 만원을 지출한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경마가 열리지 않고, 말 경매도 열리지 않아 수입이 뚝 끊겼다.

경주마생산자들은 목장에서 어미말로부터 새끼를 낳아 6개월에서 2년을 키운 후에 마주들에게 판매한다. 말을 판매한 대금과, 생산한 말이 경주에서 상위에 입상했을 경우 받는 생산자 상금이 목장의 주요 수입이다.

D목장에서 올해 태어났거나 태어날 어린 말은 총 15마리다. 지난해도 비숫한 수의 말이 태어났는데, 지난해 태어난 것 가운데 12마리와 올해 태어난 것들이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 그런데 경마가 중단되고 경매시장도 닫혀 정 대표는 목장 경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D목장의 경우 주당 사료비에 180만 원, 건초비에 80만 원이 든다. 사료와 건초를 구입하는데 월 1100만 원~1200만 원을, 인건비로 1000만 원을 지출한다. 정 대표는 “월 2000만 원이 넘는 고정비 지출이 있는데 수입이 막혔다”며 경주마생산자들이 대부분 자신처럼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한국마사회는 지난 2월 23일 이후 총 4차례에 걸쳐 경마를 중단했다. 현재까지는 오는 4월 23일까지 경마를 중단한다는 방침인데, 그 이후에도 경마장이 열릴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마사회가 경마를 중단하면서 경주마들을 경마에 출전시킨 마주들의 수입이 사라졌고 마주들은 경영난을 겪으면서 경주마 구입을 꺼리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여파로 (사)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회장 김창만)가 정부 지침에 따라 경주마 경매시장을 폐쇄했다. 경주마생산자협회는 당초 3월과 5월, 7월, 10월, 11월 등 연 5차례 경주마 경매시장을 열 계획이었다. 한 번 시장이 열리면 회당 50여 마리의 경주마가 거래되는데, 거래가 중단되면서 생산자들의 속만 타들어간다. 경주마생산자협회가 경매 일정을 당초 일정에서 각각 두 달씩 뒤로 미뤘는데, 경매가 정상적으로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경주마는 총 1312두인데 이중 1172두가 제주에서 생산됐다. 전국 경주마의 89%가 제주에서 생산되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마주가 육성목장에 생산을 위탁해 생산되는 경우가 있고, 개인간 거래로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경매시장에 공개경매로 판매되기도 한다.

어린 경주마 가격은 월령과 혈통, 관리상태 등에 따라 마리당 평균 5000만 원 안팎에 이른다. 도내에서 1년간 거래되는 경주마를 최소 1000마리로 잡아도 500억 원 규모의 시장인데, 코로나19의 여파로 그 시장이 굳게 닫혔다.

최근 자금압박으로 사료를 구입하지 못하는 농가들도 속출하고 했다. 축협에서 신용에 따라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사이에 외상구매도 가능한데, 그 이상은 곤란하다.

최근 제주자치도가 사료구입자금을 저금리로 융자해준다고 해서 농가들이 융자를 신청했다. 그런데 생산자들의 기대와 달리 제주자치도의 사료비 지원금은 양돈농가 위주로 편성된 걸로 확인됐다.

제주자치도는 올해 ‘농가사료 직거래 활성화 지원사업’에 177억 원을 배정했다. 농가에 금리 1.8%의 저금리 융자를 지원해 농가가 외상이 아닌 현금으로 저렴하게 사료를 구매할 수 있게 돕는다는 취지다.

그런데 177억 원 자금 가운데 약 126억 원을 양돈농가 지원에 배정했다. 나머지 51억 원을 한우와 말, 닭 등을 사육하는 농가에 배분해 지원한다는 구상인데, 경주마생산자들이 받을 혜택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경주마생산자협회에는 현재 136여 농가가 속해 있고  비회원도 76농가나 된다. 이들은 경마가 열리지 않으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한다. 농가들은 정부가 농가의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무관중 경마나 화상경마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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