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평화네트워크

3월 31일 열린 송강호 석방 요구 기자회(사진은 서귀포신문DB)
3월 31일 열린 송강호 석방 요구 기자회(사진은 서귀포신문DB)

 

2020년 3월 7일. 두 시민이 제주해군기지 안으로 들어갔다. 수차례 부대 방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의사를 확인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그들은 부대 안에 한 조각 남아있는 구럼비 흔적을 찾아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정문을 통해 나가다가 발견됐다. 이것이 전부다. 그 날은 불법한 해군기지 건설로 8년 전 구럼비가 폭파된 날이다.

2020년 3월 30일, 제주지방법원은 해군기지 부대 안으로 들어간 2명의 평화활동가 중 송강호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과정에서 7,300여명의 국내외 시민들이 류복희와 송강호, 다시 송강호의 석방에 서명으로 연대했다. 그러나 4월 3일, 제주지방법원은 구속적부심사에서 최종 구속 결정을 내렸다. 불구속수사, 불구속재판 원칙에도 불구하고 송강호는 제주교도소 수감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

이에 우리는 송강호의 구속에 반대하며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해군은 류복희와 송강호를 군용시설 침입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간절한 요청을 거부당한 시민이 부대에 들어가 기도한 행위를 침입이라고 한다면, 해군이 제주에 그리고 강정에 한 짓은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국가가 국민에게 한 짓은 무엇이라 부를 수 있는가?

송강호의 구속이 확인된 2020년 4월 3일은 아직도 이름이 없는 ‘제주 4·3’이 72번째 되는 날이었다. 제주는 국가에 의한 탄압과 대량학살로 말미암은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2005년 1월 27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됐다. 당시 평화의 섬 구상을 이끌어온 10년 이상의 논의에서 ‘비무장’은 평화의 섬을 실현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2년 뒤 2007년, 노무현 정부는 대다수 시민과 주민들의 거센 반대를 무시하고 제주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후보지로 강행 확정한다.

이후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국가폭력을 동원해 강정마을에 ‘민군 복합형 관광 미항’이라는 이름으로 해군기지를 완공했다. 그 과정에서 숱하게 자행된 인권 탄압과 거짓말, 불법과 편법이야말로 4월 벚꽃처럼 흩날렸던 것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해군기지에 4·3 대량학살에 가담한 미국의 첫 군함이 4·3 추모기간에 들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 핵 잠수함이 들어왔다. 이는 4·3에 대한 미국의 책임이 규명되기도 전에 제주도가 강대국들의 패권다툼에 희생될지 모른다는 위협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2018년 국가와 군은 다시 한번 마을의 분열을 반복 획책하며 국제 관함식을 강행했다. 이 축제를 가장해 미 핵 항공모함이 들어오고 말았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1945년 8월 6일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 이유가 그곳에 군사 시설이 있기 때문임을 기억하며 제주도가 미국의 대 중국 전초 기지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게 되었다.

국가는 이런 일련의 일들이 평화를 지키는 것처럼, 전쟁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일처럼 말해왔다. 정말 그러한가? 이 섬 제주의 4·3과 이 세계의 숱한 분쟁들은 어떻게 일어났는가? 누가 사지로 내몰렸는가?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들은 어디에 있는가?

계속 묻는다. 평화와 인권의 섬으로 거듭나겠던 제주는 어디로 갔는가? 4·3의 완전한 해결을 외치면서 해군기지 문제에 침묵하는 정치권은 무엇을 은폐하고 있는가? 1937년 일본에 의해 전쟁기지로 사용된 알뜨르 비행장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 불법을 자인하고도 물리적 공권력을 동원해 정당한 질문을 틀어막은 국가는 어떻게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류복희가 구럼비의 잠을 깨우려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여기 이토록 많은 사람이 깨져버린 구럼비 앞에서 떠나지 않는 이유를 아는가? 송강호와 류복희가 침입의 죄를 받아야 한다면, 국가와 군대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이 전쟁으로 죽었다. 그러므로 불의에 저항하는 것은 인류의 의무다. 정의를 지켜내는 것, 그것은 국가의 책무다. 무조건적인 권력을 만들지 않는 것, 그것은 시민의 책무다. 항쟁을 통해 시민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고 했던 것, 오늘 우리는 이 질문에서 도망칠 권리가 없다. 강정은 제2의 4·3이다. 평화는 여전한 4·3 속에 갇혀 있다. 이것에 질문한 시민은 지금 구속되어 있다.

과연 누가 침입자인가? 무엇이 진정 평화인가?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