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동안 옹기제작에 관여해 2019년 기능보유자로 지정

故고달순 불대장의 생전 모습(사진은 장태욱 기자)

제주옹기는 제주의 찰흙을 빚어서 제주의 현무암 돌가마 속에서 구워 만든다. 인공유약을 바르지 않아 옹기에 투박한 천연색이 그대로 남는다. 재료의 성질을 그대로 살렸기 때문에 제주옹기는 스스로 숨을 쉰다. 그래서 음식을 발효시키고 물을 정화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도자기를 굽는 가마를 굴이라고 하는데, 굴에는 노랑굴과 검은굴이 있다. 노랑굴은 온도를 섭씨 1200도로 올려 노란 옹기를 만들어내고, 검은굴은 900도에서 검은 옹기를 생산한다. 검은굴에서 옹기를 굽는 과정에 소나무 등을 태워 검은 연기로 옹기에 검은 색을 입힌다.

옹기를 생산하기 위해 가장 먼저 흙을 채취한다. 곱고 찰기가 있는 흙을 반죽해 치고 때리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옹기를 만들만큼 흙반죽을 떼는데 이 ‘토래미’라고 한다. 토래미를 나무물레 위에서 돌리고 다듬으며 옹기 형상을 만들고, 이를 그늘지고 바람이 드는 곳에서 말린다.

말린 옹기 형상을 돌가마 속에 차곡차곡 쌓는다. 다 쌓고 나면 출입구를 닫고 불을 지펴 4일간 옹기를 굽는다. 옹기를 구울 때는 장작이 아닌 섬피(잎이 달린 잔가지 묶음)로 불을 지핀다. 처음에는 약한 불로 굽기 시작하다가 뒤로 갈수록 가마의 온도를 높인다. 이런 과정이 끝나면 옹기가 완성된다.

옹기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기능장 4명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굴대장이 가마를 성실하게 보수·관리하고 질대장은 좋은 흙을 골라 반죽을 제대로 해야 한다. 그리고 도공장이 옹기 형상을 잘 만들고 그늘에서 제대로 말리면 불대장이 각 단계별로 가마의 온도를 적당히 유지해야한다. 제주옹기는 제주의 자연과 더불어 4명의 기능장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탄생하는 것.

플라스틱이 일상화된 이후 제주옹기는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제주자치도가 이윤옥 질대장과 김정근 굴대장, 부창래 도공장, 고달순 불대장 등을 기능장으로 지정해 전통을 잇게 했다.

그런데 고달순 불대장이 7일 지병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故고달순 불대장은 60년대부터 가마에 불을 때기 시작했고, 故강신원 불대장과 함께 2008년부터 2011년까지 1년에 1회씩 큰불을 땠다. 그릇을 보면서 불때기 상태를 진단할 수 있을 정도로 기량이 탁월해 2019년 8월 기능보유자로 인정됐다.

그런데 故고달순 불대장이 사망하며서 옹기 제작에 다시 공백이 생겼다. 고인의 빈소는 부민장례식장으로 일포는 9일, 발인은 10일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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