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등재 세계유산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 제공

한낮 햇볕은 뜨거워도 아침저녁 공기가 선선하다. 더위가 물러가고 하늘이 높아지면 세계 곳곳 축제를 알리는 팡파르가 울리는데 올해는 다른 풍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으로 축제가 대부분 취소돼서다.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와 체코 등 일부 유럽국가에서 유럽 문화유산의 날을 기념하는 축제를 예정대로 진행한다. 국내도 문화재청, 경상북도, 제주특별자치도가 <2020 세계유산축전>을 주최하고 있다.

한국의 서원’, ‘경상북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등 세 가지 주제로 마련한 세계유산축전. 7월부터 8월까지 약 두 달간 열린 한국의 서원’, ‘경상북도가 여름을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면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열리고 있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움츠러든 가을을 즐길 수 있는 실낱같은 축제다.

세계유산 활용한 국내 축제 없어

헤리티지(heritage)는 국가사회의 유산을 뜻한다. 카톨릭에서는 신이 거저 주시기로 약속한 선물로 해석한다. 따라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신이 거저 준 선물인 국가사회 유산을 인류가 함께 지켜야 한다는 약속으로 볼 수 있다. 유네스코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기준으로 미래세대에 전달할 만한 자연이나 문화를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보호협약에 따라 세계유산으로 지정한다.

중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 인도 등 일반적으로 세계유산이 많은 나라일수록 그 지역에 대한 관광수요가 높다. 이와 함께 다른 나라는 세계유산을 향유하는 축제를 열고 있지만, 국내는 그런 성격의 축제가 별로 없었다. 경주 신라문화제, 궁중문화축전 등 지역 단위에서 개최하는 축제는 있지만, 세계유산을 주제로 한 전국 규모의 축제는 올해가 처음이다.

세계유산을 활용한 지구촌 축제

아유타야 세계문화유산 축제 방콕에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아유타야에는 매년 연말 역사공원을 중심으로 태국 고대도시가 재연된다. 역사도시에서 열리는 아유타야 세계 문화 유산 축제를 통해서다. 공식 이름은 프라 나콘 씨 아유타야’.1350년경 건립된 아유타야는 수코타이(Sukhothai)에 이어 시암(Siam) 왕국의 두 번째 수도로 버마인들에 의해 18세기 파괴됐다.

아유타야는 타이 불교와 왕가의 변천사를 보여 주는 중요한 유적지로 1991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아유타야 세계문화유산 축제의 백미는 초기 사원 건축을 엿볼 수 있는 와트 마하탓에서 펼쳐지는 빛과 소리의 향연’. 역사도시에서 개최되는 이 축제는 태국의 문화유산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태국 관광청에 따르면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을 받지 않는 국내 행사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 문화유산의 날 매년 9월 셋째 주 주말은 프랑스와 유럽 전역이 문화유산을 기념하는 날이다. 서울특별시 산하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1984년 프랑스 문화부의 기획으로 시작한 문화유산의 날은 현재 유럽에서 성공적인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했다.

평소 접하기 쉽지 않은 문화유산이나 유명 건축물을 체험할 수 있어 폭발적인 반응이 일자 1991년 유럽총회에서 유럽 문화유산의 날로 공식 명명하고 총괄사무소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총괄 업무는 프랑스에서 담당하며 현재 50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로 37회를 맞는 유럽 문화유산의 날을 맞아 프랑스에서는 오는 19일부터 이틀간 예정대로 진행한다. ‘유럽문화유산의 날축제는 해마다 다른 주제를 선정하는데 이번 주제는 <문화유산과 교육 : 배움은 평생! Patrimoine et éducation : apprendre pour la vie!>이다. 프랑스관광청에 따르면 프랑스는 이번 주제에 맞춰 전역에 흩어진 교육용 건물들에 담긴 오랜 역사를 탐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 올해에도 프랑스와 체코, 포르투갈 등 유럽의 다양한 국가들이 유럽 문화유산의 날을 함께 한다.

조심스럽게 첫발 내딛은 세계유산축전 : 제주

유네스코에 등재된 국내 세계유산은 총 14개가 등재돼 있다.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 총 3가지로 나뉘는데 제주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연유산으로 이름을 올렸다. 제주도 자연 자체가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로 인정된 것. 제주를 보물섬이라 부르는 이유다.

제주도는 지난해 말 문화재청 공모를 거쳐 경상북도와 한국의 서원축제를 수행할 ()한국의서원통합보존관리단 등과 함께 ‘2020년도 세계유산축전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2020 세계유산축전>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국내 세계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전 국민이 향유하기 위해 문화재청이 새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만장굴 아트 프로젝트(사진=세계유산축전 제공)
만장굴 아트 프로젝트(사진=세계유산축전 제공)

지구 면적의 30만분의 1도 안 되는 제주도에 전 세계 213점밖에 안 되는 자연유산이 있다는 건 기념할 만한 일이다. <2020 세계유산축전> 중 하나인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지난 4일부터 세계자연유산 지구인 한라산, 거문오름용암동굴계, 성산일출봉 일대에서 진행 중이다.

프로그램은 크게 공연 중심의 가치향유와 탐방 중심의 가치확산으로 나뉜다. 세계자연유산을 가진 제주도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확산하기 위한 내용으로 구성했다.

강승부 세계유산축전 사무국장은 세계유산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질수록 보존의 의미도 커진다올해 처음 개최한 <2020 세계유산축전>이 세계자연유산제주를 도민뿐 아니라 세계인 모두가 공감하는 보편적 가치로 인식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불의 숨길 참가자(사진=세계유산축전 제공)
불의 숨길 참가자(사진=세계유산축전 제공)

‘2020 세계유산축전 -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오는 20일까지 개최되며 거문오름용암동굴계 지역을 트레킹 하는 불의 숨길프로그램을 비롯해 비공개 동굴을 탐사하는 특별탐험대, 아트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세계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관람탐방객 수를 제한하고 프로그램별로 사전 신청을 진행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worldheritag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주제로 지난 4일 개막해 20일까지 17일간 열리는 ‘2020 세계유산축전은 뉴노멀 시대 세계자연유산을 품은 제주도가 가진 의미를 제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주도와 문화재청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재단과 세계유산축전 사무국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제주 속 세계자연유산의 가치확산과 향유라는 기본 목적을 넘어 내부적으로는 자연유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외부적으로는 철저한 방역프로그램으로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이번 축전이 포스트코로나시대를 맞이한 지금, 제주의 새로운 문화관광 모델을 완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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