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물의 보고인 문섬(사진=장태욱 기자)
해양생물의 보고인 문섬(사진=장태욱 기자)

서귀포시의 청정환경국과 안전도시건설국을 '청정도시환경국'으로 통폐합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조직개편안이 도의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로써 폐지될 위기에 놓였던 서귀포시 청정환경국이 기사회생됐고, 앞으로 그 역할이 더욱 주목을 받을 위치에 놓였다.

제주도의회가 15일 오후 2시 제389회 제2차 정례회 제6차 본회의를 열어 제주자치도 조직개편안을 담은 조례개정안(제주도 행정기구 설치정원 조례개정안)을 표결해 부결처리했다. 재석의원 38명 가운데 찬성 11, 반대 23, 기권 4명으로 반대가 찬성의 두 배를 넘었다.

해당 상임위가 문제없다고 가결한 내용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점, 서귀포시 출신 도의원들이 합심해 시민들의 염원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기록할만한 성과다.

21세기는 지방의 시대이자 환경의 세기이다. 환경문제는 국내적으로는 물론이고 국제적 최우선 의제로 인식된다.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 ‘지구적 차원에서 인식하고 지역적 차원에서 행동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라는 슬로건은 국제화, 지방화가 동시에 추진되는 시대에 지방정부와 지역민의 역할을 잘 표현하고 있다.

환경은 본질적으로 지역적인 성격을 지닌다. 곶자왈이나 지하수, 주상절리, 화산섬, 용암동굴 등 제주섬을 상징하는 환경은 기본적으로 제주도라는 지역에 근거하고 있다. 그리고 이 천혜의 환경을 지키는 책임과 그 축복을 향유하는 권리도 오롯이 도민과 지방정부의 몫이다.

1997년 채택된 아젠다 21’에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을 잘 담고 있다. 아젠다 21은 총 40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그 가운데 28장에 지방정부는 경제·사회·환경의 조직을 구성·운영·유지하고, 지역 환경정책과 규제방안을 수립하며, 국가적 환경정책의 수행을 지원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주민을 교육·동원해 책임을 지우는 역할을 수행해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제주도는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는 섬이다. 유네스코는 지난 2002년 제주섬 절반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했고, 2007년에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세계자연유산에 지정했다. 그리고 2009년에는 제주섬 전체를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해,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유네스코 3관왕의 영예를 안겼다.

특히, 생물권보전지역 한라산국립공원 지역과 영천·효돈천 천연보호구역, 섶섬·문섬·범섬 천연보호구역, 서귀포도립해양공원 등을 핵심으로 한다. 서귀포의 하천과 바다는 유네스코가 특별히 지정해 보해해야 할 만큼 귀중한 생물자산을 품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그런 천혜의 환경이 난개발과 생활하수, 쓰레기로 신음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허가로 예례휴향형주거단지는 유령타운으로 변했고, 행정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곶자왈은 농업폐기물 집하장으로 변했다. 서귀포 각지에서 생활하수가 바다로 방류되는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청정환경국을 안전도시건설국과 통합해 그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발상은 서귀포 자연환경의 가치를 폄훼한 결과다. 뒤늦게라고 시민들의 자발적 활동과 도의원들의 결단으로 개편안이 무산된 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들의 용기와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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