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①] 김대건 신부의 묘지가 있는 미리내 성지

김대건 신부 기념성당(사진=장태욱 기자)
김대건 신부 기념성당(사진=장태욱 기자)

 

추석 연휴를 앞둔 주말, 경기도의 날씨가 구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화창했다. 이곳 농촌 들녘은 누렇게 익어가는 벼와 과일들이 수확의 계절임을 알려준다. 제주도처럼 물이 흔하지 않은 지역이라, 호수의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저수지 주변은 차들로 붐빈다.

경기도 안성은 우리나라 제1호가 많은 곳이다. 대표적인 게 국내 최초 천주교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묘역이 있는 곳이다.

경기도 안성시 미리내성지를 방문하기 위해 차를 몰았다. 화성에서 용인인 거쳐 안성시 양성면 미리내성지로 가는 국도와 지방도 주변으로 전형적인 농촌의 풍경이 펼쳐진다. 행정구역으로는 도시에 속했지만, 논에 벼가 익고 비닐하우스에는 채소가 자라며, 과수원에는 배가 봉지에 싸인 채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도중에 이동저수지와 미당저수지 등 두 개의 저수지를 지난다. 미당저수지는 두 번째 만나는 저수지인데 주변에 농가가 많지 않은지 규모가 아담하다. 그런데도 주변에 카페와 음식점이 많이 모였고,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 붐빈다. 배우 노주현 씨가 운영하는 카페가 있는데, 젊은이들 사이에는 꽤 유명하다.

미리내성지 산책로(사진=장태욱 기자)
미리내성지 산책로(사진=장태욱 기자)

미리내성지는 신유박해(1801)와 기유박해(1839) , 천주교 신자들은 몸을 피신해 화전을 일구며 살았던 곳이다. 미리내라는 이름은 교인들이 밤이면 집집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달빛 아래 냇물과 어우러져 마치 은하수처럼 보였다고 붙여졌다.

그런데 한국 최초의 천주교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1846년 박해로 목숨을 잃은 후 시신에 이곳에 안치된 곳이다. 김대건 신부가 미리내에 묻힌 지 50년이 지난 1896년에 이곳에 본당이 세워졌는데, 이전에 이미 1600여 명의 신자가 있었다고 한다.

김대건 신부는 1821, 충청남도 내포의 솔뫼(당진)에서 태어났다. 그의 증조부 김진후가 10년 동안의 옥고를 치른 끝에 충청남도 해미에서 순교했다. 조부 김택현은 경기도 용인으로 이사했는데, 김대건도 가족과 함께 그곳에서 성장하였다. 김대건은 천주교의 박해 속에서 용인과 인연을 맺었다. 부친도 독실한 천주교신자였으며, 1839년 기해박해 때 서울에서 순교했다.

그는 1836년 조선교구가 설립된 후 모방(Maubant, P.) 신부에 의해 신학생으로 발탁됐고, 최방제·최양업과 함께 15세 때 마카오에 있는 파리외방전교회 동양경리부로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중등교육 과정을 마친 뒤 철학과 신학 과정을 이수했다.

그는 10년 가까운 기간, 비밀리에 상엄한 경비를 뚫고 조선과 중국을 오가며 수업을 이어갔다. 그리고 1845년 귀국해 서울에 정착하고 박해로 타격을 받은 교회를 수습했다. 그리고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 완당신학교 교회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조선인 최초의 신부가 됐다.

그해 8월에 서울에 돌아와서 활발한 전교활동을 펼쳤고, 18465월 서양성직자 잠입해로를 개척하다가 순위도에서 체포됐다. 그리고 916일 새남터에서 처형됐다. 이때 그의 나이 25세였다.

김대건 신부의 시신을 수습한 것은 안성 미리내의 천주교 신자 이민식이었다. 그는 1821년 미리내에서 천주교인 가정에서 태어난 후 교회 생활을 독실하게 했으며 한때는 신학에 뜻을 두고 일본에서 유한한 적도 있지만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후 김대건 신부가 서울에서 처형되자 시신을 수습해 80km가 넘는 길을 이동해 자신의 땅에 안장했다.

성지 입구 주차장에 들어서면 김대건 신부를 그린 그림이 있다. 갓을 쓴 모습인데, 성경을 들고 있다. 그리고 한 편에서는 예수의 동상이 방문객을 맞는다.

미리내성지 산책길을 따라 단풍나무와 전나무, 소나무 등이 지친 마음을 달랜다. 가을이 조금만 더 깊었다면, 단풍나무가 붉게 수놓은 길을 운치있게 걸었을 게다.

103위 성인을 기념하는 성당(사진=장태욱 기자)
103위 성인을 기념하는 성당(사진=장태욱 기자)

십자가의 길에는 예수가 로마병사에게 붙잡혀 십자가에서 처형되고, 무덤에 묻히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청동조각 15점이 세워졌다.

성지 한 가운데 웅장하게 서있는 성당이 있다. 천주교회가  천주교 103위의 시성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그 성당과 별도로 김대건 신부 기념 성당과 묘역이 있다. 조그만 성당인데 그 마당에서 김대건 신부와 페레올 주교, 김도영 신부, 최문식 신부 등의 묘가 나란히 조성됐다. 김대건 신부 기념 성당 주변에 이민식의 묘와 김대건 신부의 어머니인 고우슬라의 묘도 있다.

오래 전 많은 이들이 주자의 나라에서 종교의 자유를 찾아 몸을 숨겼던 곳인데, 새가 날고 곡식이 익어가고, 낙엽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 풍경이 주는 평화를 찾아 사람의 발길이 이어진다. 미리내 주변에 성지 순례길도 조성됐는데, 시간이 부족해 다 걷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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