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택의 탐나는 올레(1)] 제주올레 1코스

길은 걷는다는 것은 한권의 인문학 서적을 읽는 재미와 닮았다. 역시 걷기를 좋아하는 것은 그 속도가 느리기 때문일 것이다. 삶의 속도가 너무 빠르니 삶의 속도를 늦추는 걷기야 말로 우리를 치유하고 성찰하게 한다. 유년시절 불가의 출가자로, 다시 문화재 전문 공직자로, 세 권의 시집을 낸 시인으로, 다시 명상 간경하는 불가의 시자로 돌아가 끊임없는 자기 수행의 길을 걷고 있는 윤봉택 시인이 제주올레길을 따라 그 길과 마을에 깃든 흥미로운 제주(탐라) 이야기를 격주로 집필한다. / 편집자 글

 

알오름(사진=윤봉택 제공)
알오름(사진=윤봉택 제공)

올레 없는 동네가 어디 있으랴.

사람 사는 동네마다 사연 없는 마을 또한 어디 있으랴.

제주올레는 탐라국의 전설이다. 문전신과 조왕신을 섬기는 탐라인, 이렇듯 모든 올레는 문전에서 오롯이 일어나 질레와 소통한다.

노일국 노일저대는 동티신, 토조나라 여산부인은 조왕할망, 남명복당 남선비는 문전 하르방, 일곱성제 중에 큰아들은 올레 정주목 대신이 되었다는 문전 본풀이에서 제주올레의 신화는 시작된다.

탐라국은 크게 제주목, 대정현·정의현으로 구역을 긋는다. 제주목에서는 또다시 목안·동목안·서목안으로 나눈다. 이렇게 나눠진 것은 환경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탐라라는 같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물골마다 능선마다 환경과 문화가 다르기에 그렇다. 이러한 다름이 저마다 독창적인 전설과 문화를 잉태하면서 ᄆᆞ슬문화를 전승하여 왔다.

이름 없는 풀꽃이 없는 것처럼, 모든 사물마다 다 이름이 있고, 호칭마다 그 의미가 담겨 있다. 따라서 모든 길은 큰길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가장 작은 문전에서 이뤄지기에, 문전에서 한질로 이어주는 올레는 삶의 첫 길을 여는 그 출발점이다.

이번 <제주의 소리>와 <서귀포신문>에 격주로 연재될 제주올레는 전체 26코스이다. 순례하면서는 북제주군지명총람·남제주군지명·서귀포시지명유래집·제주시/서귀포시문화유적분포지도를 참고하였으며, 되도록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올레 코스와 함께하는 노선을 중심으로만 살폈다. 따라서 마을과 ᄆᆞ슬을 연결하는 올레 따라 담겨진 풍광과 사람들의 삶 이야기를 함께 그리고자 한다.

필자가 올레를 순례하고자 계획한 것은 2021429일 이었다. 순례하면서 느낀 것은 제주올레가 참 좋다는 것이었으며, 걷는 게 행복이고 건강이다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분께 제주올레 걷기를 권장하면서, 두 번째 순례하며 이 연재를 시작한다.

지금도 일주일에 1회는 제주올레를, 1회는 백록담을 순례하고 있다. 이러한 여정은 걷지 못할 때까지 계속할 작정이다. 해당 지역 몽리 주민이 아니기에 정서·문화적으로 표현상 다를 수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는 가감 없는 질정 주시면 확인을 거쳐 수정토록 하겠습니다.

한반도의 지리적 환경에서 살펴보면 탐라국은 우리나라 최남단에 있어 한반도의 문전 즉 관문임과 동시에 올레의 시작이 된다. 다름 아닌 이러한 제주올레를 개척한 이는 전언론인 서명숙이다. 아는 바와 같이 제주올레는 2007. 9. 8. 1코스를 시작으로 2012112421코스가 열림으로써, 52개월 만에 26개 코스 425km 도내 전역을 아우르게 되었다.

제주올레 1코스는 시흥리에서 출발하여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를 지나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성산리를 건너 고성리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제주올레 1코스가 서귀포시의 시작을 알리는 시흥마을에서 비롯되었다. 시흥리의 시흥(始興)은 풀이 그대로 새롭게 시작되어 일어선다는 의미이다.

첫 제주올레 1코스는 200798일에 열었다. 시흥초등학교에서 사단법인 제주올레 출범식이 열렸고, 첫 공식 행사로 시흥초등학교에서 "말미오름에서 섭지코지까지"라는 부제를 안고 "세계자연유산 성산 따라 걷기"를 하였는데, 이렇게 제주올레 1코스가 개장되었다. 시흥(始興)마을에서 출발하여 성산리 광치기해변까지 15.1km로써, 38리가 넘는다. 시흥리의 옛 이름은 심돌(力乭)이었다. 예로부터 힘센 장사가 많았다. 시흥리로 마을 명칭이 바뀌게 된 것은 1904년 정의군수 차수광에 의해서인데, 서귀진성에 노인성단을 재건한 인물이기도 하다. 말미오름 두산봉을 오르면 우도에서 성산일출봉까지 1코스 올레를 모두 살필 수가 있다.

 

두산봉에서 내려다 본 전경(사진=윤봉택 제공)
두산봉에서 내려다 본 전경(사진=윤봉택 제공)

서명숙이 올레 1코스를 열기 위해 동생 서동철과 같이 마흔여섯 번이나 올랐다는 알오름에서 종달마을로 들어서면, 마을 중심에 1573(선조 6)년 제주목사로 부임한 강려가 종달리 모래밭에 염전을 만들어 소금을 생산하도록 한 염전 흔적이 있다. 지금 형태는 1900년대 조성된 소금밭이다. 한때는 소금가마가 46개 될 만큼 종달 소금은 도내 최상품을 생산했었으나, 천일염 대량 생산으로 1957년도부터는 소금 생산이 아닌 논농사를 짓게 되었다. 종달리 소금밭·터진목·틀목을 지나면, 21코스 끝점 소금밭목종달보 해안이 나타나며, 그 해안선 따라 조개왓·작지물을 지나면, 제주시와 서귀포시 경계점인 가메기물해안을 만난다.

다시 시흥마을 올레 해안선으로 돋아나는 방해소·파래물해변을 지나 1코스 중간 인증 점인 간새를 만나면, 그림 같은 바다 빛이 물결이랑 마다 출렁 거리며 늪개동네 넘어 송난포구에 닻을 내린다. 포구에서 샛바람을 날리면 영등하르방 송동네가 다가오고, 준치가 노래하는 시흥 해녀의 집 앞을 지나 큰모살통·톡진여를 넘어서면, 빛을 여는 오조(吾照)진모살해변이 눈이 시리도록 펼쳐진다.

 

오소포 연대(사진=윤봉택 제공)
오소포 연대(사진=윤봉택 제공)

지나면서 도로 우측 둔덕에 우뚝 서 있는 오소포연대를 보시라. 분명 평화를 알리는 한 개의 봉화를 보게 될 것이다. ‘밧두미여지나 방앳개건너로 오조리 해녀의 집이 보이고, 오조리와 성산을 잇는 성산 갑문 한도교가 길손을 기다리고 있다. 갑문다리 좌우에 호수처럼 펼쳐진 통밧알이 반기는 성산포항으로 들어서면, 1-1코스로 가는 우도행 대합실이 보인다. 다시 꼬닥 꼬닥 테우리동산을 넘으면,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시비와 더불어 오정개라 부르는 작은 포구가 ᄌᆞᆷ녜 누님들의 파랑 새이로 세계자연유산 성산 일출봉과 함께 나그네를 반겨준다.

 

일출봉(사진=윤봉택 제공)
일출봉(사진=윤봉택 제공)

세계자연유산 일출봉을 지나 수마포동쪽 안수매밑에는 일제가 파 놓은 동굴진지가 어긋나 있고, ‘너른모살지나 이모들해안선을 건너면, 탐라의 상흔 4·3 유적지 터진목에서 제1코스 끝점 광치기가 보이는데, 닿아보면 안다. 여기가 끝이 아님을.

*[윤봉택의 탐나는 올레]는 서귀포신문과 제주의소리가 공동기획으로 마련한 코너로 격주로 공동 게재됩니다.

 

필자 소개 글

법호 相民. 윤봉택은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태어나 해인사로 출가하여 1974년 해인사승가대학을 졸업하였다. 1991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제주바람)이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강정마을에서 포교활동하면서 농사 짓다가 서귀포시청 문화재 전임연구원으로 23년 공직 근무를 마치고, 2014년부터 쌍계암 삼소굴에서 명상·간경·수행하면서 시민과 함께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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