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중앙여중 홍라원
서귀중앙여중 홍라원

나는 올해 중학생이 되었다. 나의 꿈 중에 사서가 있어서 퐁낭작은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퐁낭작은도서관은 집에서 가까워 자주 다닌다. 이미 초등학생 때부터 도서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나는 퐁낭작은도서관의 청소년 사서가 되었다.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도서 대출·반납도 하고, 도서관 환경을 꾸미기도 한다. 다른 친구와 함께 청소년 사서를 하고 있는데, 책을 빌리러 어떤 사람이 오면 마음이 설렌다. 그리고 이용자가 많이 없으면 섭섭한 마음도 든다.

그런데 며칠 전에 내가 봉사를 하는 이곳 퐁낭작은도서관을 허물고 주자타워를 만들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미 몇 개월 전에 결정이 난 사항이라고 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 도서관에 다닌 나는 이 공간이 사라진다고 하니 무척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골목길에 주차한 차들을 보면 주차할 곳이 필요한 것은 맞다. 나는 아직 어려서 주차의 어려움을 잘 모르지만, 어른들이 차를 주차하기 위해 골목길을 빙빙 도는 것을 여러번 봤다. 그런데 지금 퐁낭작은도서관 앞에는 유료라서 그런지 차들이 잘 주차하지 않는다. 나중에 주차타워 생겨도 차들이 주차를 잘 하지 않을 것 같다.

퐁낭작은도서관 앞 유료 주차장(사진=이화정 인턴기자)
퐁낭작은도서관 앞 유료 주차장(사진=이화정 인턴기자)

그래도 다행인 건 도서관을 아예 없애는 건 아니라고 한다. 주차타워 한쪽에 도서관을 만든다고 한다. 도서관에 앉아 이곳에 주차타워가 생기고 한쪽에 생긴 도서관을 상상해 본다. 차들이 막 다니는데, 아이들이 도서관을 다니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매연도 날리고, 타이어 가루도 발생한다는데, 학부모들이 주차장 도서관에 아이들을 보내지 않을 우려가 크다.

나는 초등학생 때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수업에 참여했다. 학교 수업과는 다른 색다른 흥미가 있었다. 우리 동네에 작은도서관이 있어서 정말 좋다. 나는 책을 좋아해서 내 꿈 중에 사서가 생겼다.

어른들은 주차장을 만들 것이다. 퐁낭작은도서관의 퐁낭’(원래는 폭낭인데 발음하기 편하게 퐁낭이라고 했다고 한다.)은 팽나무를 뜻하는 제주어라고 들었다. 제주도 마을마다 팽나무가 있어서 그 팽나무 그늘에서 마을 사람들이 쉬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마을 도서관 위로 주차타워가 생긴다고 하니 기분이 아찔하다.

요즘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이용자가 많이 줄었지만, 앞으로 이 바이러스가 사라지면 다시 이곳은 책을 찾는 사람들로 많아질 것이다. 그전에 했던 책 아나바다 장터도 다시 열릴 예정이다. 책 대출 권 수도 더 늘렸다. 이곳에서 나는 청소년 독서회 나를도 참여 중이다. 한 달에 한 권 책을 읽고 만나 의견을 나눈다.

나는 청소년 사서다. 나는 힘없는 중학생이지만, 이 따뜻한 공간이 사라진다고 하니 무척 슬프다. 그리고 다시 생기는 퐁낭작은도서관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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