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택의 탐나는 올레(9)] 제주올레 7코스

올레센터(사진=윤봉택 제공)
올레센터(사진=윤봉택 제공)

제주올레여행자센터에서 올레 방향을 물으면 그냥 븽새기 웃는다.

걷지 않은 이들은 이렇게 묻는다. ‘어느 올레가 가장 좋은가.’라고, 나는 답한다. ‘지금 그대가 걷게 될 질레가 가장 좋은 올레다.’라고

나의 경우, 처음 걷는 올레와 두 번째 걷는 올레, 그리고 세 번째 걷는 올레는 모두가 같은 코스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느낌은 모두 다르다.

바람은 그물에 걸리면 흔들리지만, 올레는 언제 순례하여도 본시 여여하여 흔들림이 없다.

하여, 분명 같은 올레이지만 걸을 때마다 만남이 특별하다. 이렇듯 별함이 있기에 느끼는 그 기쁨의 행복은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올레를 순례하다 보면 많은 이들을 만난다. 이 모두가 하나하나 삶 전으로부터 비롯된 소중한 인연이 아닐 수가 없다.

또 누가 묻는다. ‘전생을 믿느냐라고, 나는 답한다. ‘그대는 언제 철이 들 것인가. 어제 일도 다 기억하지 못하면서, 어찌 전생의 일을 생각하시는가. 지금 그대 삶이 전생 표본인 것을

7코스는 이러한 물음표로 시작한다. 서귀동·남성동·서홍동·호근동·서호동·법환동·강정동·월평동 등 여덟 마을을 지나는 7코스는 천지연폭포·알걸매·서귀포칠십리시공원·고만첨묘역·삼매봉·남성정·남성대·항우지·외돌개·돔베낭골·속골·막숙·법환포구·범섬·추도·써근섬·아끈천·큰내·강정천선사유적·중덕·강정포구·새별코지·동물개·큰기정 등 다양함에 스며 배인 삶의 흔적이 수더분하다.

이처럼 제주올레 7코스는 제주올레 여행자센터에서 월평마을 아웨낭목까지 17.6km, 45리로써, 2007. 12. 18. 제주올레 3코스로 개장되었다가 7코스로 변경되었다.

 

천지연폭포 위(사진=윤봉택 제공)
천지연폭포 위(사진=윤봉택 제공)

제주올레여행자센터에서 출발하면 서귀교를 지나는데 그대로 가지 말고 난간에 기대어 흐르는 물빛 따라 남쪽을 바라보면, 1601년 길운절·소덕유의 반란 사건을 안무하기 위해 제주에 온 청음 김상헌 선생이 송도의 박연폭포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천지연폭포의 천 길 물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이어 2008. 12. 6. 개장된 서귀포칠십리시공원이 있다. 전국에 저명한 문인들이 노래한 주옥같은 서귀포에 대한 시가 시비마다 새겨 있는데, 잠시 천지연폭포와 한라산이 바라보이는 정자에 기대어 앉으면, 무병장수의 별 남극노인성이 돋아 오르는 남성마을로 들어서게 된다.

삼매봉으로 오르기 전 길 남쪽 과수원에는 구운몽. 사씨남정기의 저자인 북헌 김춘택의 동생 김복택 이가 짓고 쓴 고만첨의 묘비명이 있다. 삼매봉은 서귀포 시내권역에서 가장 높은 오름이다. 정상에는 삼매양봉수가 있었고, 그 위치에 1968년에 세운 남성정이 있는데, 정자에는 남극노인성에 대한 현판이 걸려있다. 그 아래에는 소암 선생이 쓰신 남성대가 있는데, 이는 무병장수의 별 남극노인성을 바라보며 예를 올리던 장소이다.

 

황우지해안(사진=윤봉택 제공)
황우지해안(사진=윤봉택 제공)

해안으로 내려서면 황우지에서 외돌개해안 까지 많은 기암 괴석들이 마파람을 날린다. ‘동너븐덕. 자리덕. 할미개를 지나면, 남태평양을 호령하는 장군석 외돌개가 우뚝 서 있다. 범섬을 바라보며 쇠머리코지, 도라간덕, 언벵이안내해안선을 따라 걷다보면, 바다의 모습은 사라지고 범섬지기 가릿여만 둥 둥 외롭게 떠 있음을 본다.

많이 아쉽지만, 사유지라 출입할 수 없다는 푯말과 사유지라 하여도 지나갈 수 있다는 시대의 상반된 인심의 푯말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도마 잎처럼 큰 나뭇잎이 돋는 돔베낭골이다. 이 골 해안선은 지난날 법환마을 좀녜 삼촌들이 주거물깍에서 걸어 이곳을 지나 언벵이안내까지 물질하러 다니던 좀녜올레가 아니었나. 헌데 요즘 인심이 사나워 통행이 어려우니 참으로 슬프다. 하니 절 소리까지 서럽게 울며 들락일 수밖에,

속골넘어 진머흘지나 연동연대를 바라보며 주거물깍 요드렛당을 지나면, ‘쉬남물따라 해삼이 많았다는 신통개해안선이 펼쳐진다. ‘일냉이당을 지나 공물깍, 망다리를 넘기면, 고려말 명장 최영장군이 탐라국에 남아 있던 마지막 몽고잔당을 섬멸시킨 주둔지 법환포구 막숙이 기다린다.

 

써근섬(사진=윤봉택 제공)
써근섬(사진=윤봉택 제공)

뱀주리건너 도리술지나면, 범섬이 표효하는 듯 작은 섬 추도를 거느리고, ‘대정질, 정의질지나 물길을 열어 오신다. 법환과 강정마을 경계인 두머니물에서 속동개코지, 배왓해안선을 지나면, 지난날 방어유적인 새포수전소와 새포방호소의 너븐물이 있다. 바로 이 너븐물앞 바다에 홀로 떠 있는, 하루에 두 번 물길 열어 오시는 섬 속의 섬, ‘써근섬이 있다.

아름다웠던 해안선, 봄보다 먼저 무아재비가 피어 봄 바람을 달구던 소담스런 풍경도, 강정해군기지가 건설되면서부터 전설이 되어 버렸다. 아쉬움을 뒤로하며 아끈내 소왕물을 빌어 논농사를 지었던 논캐왓을 지나면, 7코스 중간 인증이 기다린다.

여기에서 논구석 코지를 휘돌아 아끈내로 올림은어 물길 따라 거슬러 오르면, ‘제베낭소, 왕돌메기소가 기다리는 강정천 다리 위에 진소가 강정해군기지의 아픔을 담아 펄럭 거리고 있음을 본다.

! 여기가 바로 구럼비동산이구나. 이곳이 바로 중덕 물터진개해안선이다. ‘새별돈짓당지나 강정포구 계선주에 앉으면, 썰물되어 흐르는 시대의 아픔이 비늘 되어 바위마다 덕지 덕지 붙어 있다. 언제 한번 닻이나 내렸을까 모를 솔박여에는 크루즈사무실이 되어 있는데, ‘세벨 물레방앗간물살만 속절없이 바다로 흐르고 있다.

왕부리덕좀녜불턱을 지나면 문득 모살원, 새벨코지가 슬프다. ‘정의논깍, 드러물깍을 지나다 보면, 남아 있는 것은 허물어진 큰바량성담뿐, ‘안강정으로 더 가면 빈네코지소금밧만 흩어진 오후 햇살을 모아 남겨진 애간장을 저리고 있다.

 

동물개
동물개

이제 멀지 않아 이곳 동물개작은 포구 위로 해안도로 다리가 놓아지리니, 하면 문들개지나온 바람이 월평 큰기정해안선마다 닻을 올리리니,

다시 볼레낭도랭이, 쇠코, 저승문구녕은 누가 있어 그날의 아스라한 기억을 더듬을 수 있을까. ‘성창굴왓에서 행기소는 한 걸음인데, 도순마을 정동모들에서 가지 갈라온 옥황상제 말젯똘애기가 신위인 성창골 월평본향당이 문을 열어 나그네를 반기는 작은 올레 지나온 하늘길이, 월평마을 아웨낭목에서 끝나지 않은 나의 노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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