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택의 탐나는 올레(11)] 제주올레 8코스

길은 걷는다는 것은 한권의 인문학 서적을 읽는 재미와 닮았다. 역시 걷기를 좋아하는 것은 그 속도가 느리기 때문일 것이다. 삶의 속도가 너무 빠르니 삶의 속도를 늦추는 걷기야 말로 우리를 치유하고 성찰하게 한다. 유년시절 불가의 출가자로, 다시 문화재 전문 공직자로, 세 권의 시집을 낸 시인으로, 다시 명상 간경하는 불가의 시자로 돌아가 끊임없는 자기 수행의 길을 걷고 있는 윤봉택 시인이 제주올레길을 따라 그 길과 마을에 깃든 흥미로운 제주(탐라) 이야기를 격주로 집필한다. / 편집자 글
8코스 출발점 ‘아왜낭목’(사진=윤봉택 제공)
8코스 출발점 ‘아왜낭목’(사진=윤봉택 제공)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며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길이 과연 얼마나 될까.

걷다 보면 닿고, 멈춰 서면 그만큼 거리에 서 있는 신기루 같은 올레가 바로 제주올레 8코스가 아닌가.

걸으면 하늘올레가 되어 하늘길이 열리고, 곳바당 기슭에 기대면 바람 한 올 없어도 노를 저어 다가오시어 바당올레로 물살 풀어가시는,

여기는 여기는 제주나돈데, 옛날 옛적 과거지사에, 탐라국으로 이름 높아 삼신산도 안개나 속에, 사시 절 명승지로다. 이 언덕 저 언덕 저 언덕 이 언덕, 한라산이나 명승지로구나.”. 마디마디 스며 흐르며, 고븐데기마다 굽이지는 구성진 ~아양 아아아양 어어어~양 어어어요 아외기장단이 파도 이랑 따라 선율 되어 넘실거리는 영주십경가 없이 어떻게 8코스를 완주할 것인가.

8코스에서 장단을 울리면, 월평마을에서 서난드르 대평리 까지는 반나절 거리이다. 아왜나무가 유독 많아 아왜낭목이라 부르는 월평마을 8코스 출발점에서 하원동·대포동·중문동·베릿내·색달동·상예동·하예동·동난드르·안덕면 상천리 서난드르 대평마을 포구까지는, 운이 따른다면 늦은 봄날에 돌고래로 알려진 춤추는 곰수애기를 만날 수가 있다.

범섬에서부터 8코스 구간 지역에는 용천수가 많고, 이 계절에 멸치 떼가 많아 곰수애기가 자주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한다. 이때 물질하던 좀녜 누님들이 곰수애기가 나타나면 하던 잠수작업을 멈추고 배 알로, 배 알로라고 외치면서, 곰수애기가 배 아래로 무사히 지나가 주기를 바라지만, 어떤 짓궂은 곰수애기는 물질하는 좀녜 주변을 빙빙 돌다가 사라지는데, 이쯤 되면 상군 좀녜라 하여도 많이 긴장된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껏 곰수애기로 인한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이처럼 곰수애기는 비단 8코스뿐만이 아니라, 제주올레가 지나는 해안선에서는 무리를 지어 유영하는 돌고래 떼를 볼 수가 있지만, 8코스에 가 유독 많이 출현한다.

열한 번째 연재하는 8코스는 하늘올레·바당올레로 20083224코스로 처음 개장되었다. 구간 길이는 구간은 19.6km, 50리 길이다. 성판악에서 백록담을 왕복하는 19.2km와 비슷하여 성판악에서 백록담을 오르내릴 때, 8코스를 견주며 걸으면 참 편하다.

월평 아왜낭목에서 출발하면 바로 3거리가 나오는데 과거에 연대가 있었다 하여 부르는 연든모루이다. 월평과 하원마을 경계 짐꾼내로 흐르는 개경물을 지나, 하원과 대포마을 경계인 동회수천을 건너면, 다리 아래로 때죽나무가 있는 곳에 샘이라 하여 불리는 종남샘이가 있다.

약천사 경내를 지나 언덕을 내리면 성귓내이다. ‘개소골목을 지나 코뎅이모루에 서면 고개동산배턴개가 기다린다. ‘벵풍석지나 그림 같은 성제돌해안선을 건너면 대포마을 좀녜불턱이 있는 3km 지점 큰불턱이다.

대포 포구 도대불(사진=윤봉택 제공)

보재기산탄여제베낭궤를 지나 큰개 대포포구에 닿으면 정겨운 도대불이 반긴다. 지난날 얼마나 큰 규모였으면 대포라고 하였을까. 포구 북쪽에는 어부들이 만선 풍어를 기원하는 대포개당이 있고, ‘자장코지의 바위에 스민 좀녜당에는 지전 드리는 소리가 물결 되어 울린다. 가시어멍 보리왓 베듯, ‘간세다리가 되어 무근개, 진돌지나 대포코지에 이르면, ‘도릿발옆뎅이위론 지난 2000. 1. 19. 복원된 대포연대가 봉화 띄우는 흰 구름을 만날 수가 있다.

좀 더 가면 중문동·대포동의 경계점인 테우들이 닻을 내렸던 작은 포구 지삿개가 있고, 그 건너에 중문대포해안주상절리대가 있다. 이곳에서 중간 인증하고 지나면, ‘초상개, 아즌덕지나 싱거물에서 지금은 사라져 버린 베릿내마을을 만난다. 언제부턴가 올레 순례자의 길을 막아버린 예서 바라보면, 지난 그리움이 밀물처럼 쌓이는 성천봉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일순 베릿내오름에 올라 백록담을 바라보면 안다. 왜 천제연 물빛조차도 바람으로 흔들리는지를.

 

주상절리대(사진=윤봉택 제공)
주상절리대(사진=윤봉택 제공)

천제연 하구 해안 개발로 소박한 질감이 흐르던 바위 그늘 집은 흔적 없이 소멸되었고, 진모살 백사장만이 청잣빛 물결을 밀어내는데, 지난날 별로천연대 자리에는 골프장 쉼터 정자가 되어 버렸다.

 

예래동 성담(사진=윤봉택 제공)
예래동 성담(사진=윤봉택 제공)

마근골지나 구진도넘어서면 예래동 입구이다. ‘남바치아래 새들의 쉼터 조명물에는 직박구리만 목욕하며 한낮을 오간다. 여기서 잠시 신발 끈을 풀어 물길에 앉으면 천하의 시름조차도 모두 잊는데, 예래동 생태하천 대왕수건너 쇠일레해안선 따라 논짓물로 가면 해안가 성담이 지켜 있다. 지난날 아름다운 해안선은 무분별한 건축 개발로 사라지고 이제는 한낱 바람결로만 기억되고 있다.

양노캐지나 조근코지에서 용문덕은 한 뼘 거리이지만, 예서 잠시 검 불리다 보면 물결인 듯 해령을 넘어오는 절 소리가 아외기소리로 올레에 접목되어 작은 배를 띄운다. 17km 지점 질지슴에서 붉은덕지나 큰코지로 돌아서면 물결에 밀리는 자갈 구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능선 큰코지를 지나는 동난드르 하예동 포구 북동쪽 연디왓에는 1999. 2. 22 복원된 연대가 있는데, 동으로는 별노천연대, 서쪽으로는 산방연대와 교신했다.

연대 아래에는 하예 하동포구가 있다. 방파제 지나 성알동네점벵이구석해안선을 돌다가 김순(인지) 좀녜 삼촌을 만났다. 77세 병술생으로 친정은 대포동이며 28세에 동난드르(하예하동)으로 시집오시어 12녀를 두셨는데, 여러 바당 지명을 확인하여 주셨다.

 

계금(사진=윤봉택 제공)
계금(사진=윤봉택 제공)

대동천이라 부르는 계금은 예래동과 안덕면 창천리의 경계 도랑이지만, 동난드르와 서난드르를 사이에 두고 있다. ‘계금을 지나면 대국해안가에 이곳이 소라 전복 양식장임을 알리는 푯말이 세워져 있는데, ‘대평리 잠수회장이라고 하였다. 해녀가 아니라 잠수라고 한 게 특징이다.

대국지나면 해안도로가 막히면서 푸는체 모형의 오짓개가 나타난다. 이어서 검은덕덕 위에 낟가리처럼 붙어 있는 눌여와 그 너머에 높은덕’, 그리고 구유처럼 닮은 구시홈을 지나면 당포라 부르는 당케이다.

 

박수기정(사진=윤봉택 제공)
박수기정(사진=윤봉택 제공)

제주도 내에 당캐라 부르는 포구가 서난드르 당캐와 표선 당캐가 있다. 그만큼 외양선들이 많이 접안 했던 곳이다. ‘박수기정이 웅장하게 저녁노을을 비키는 이곳이 제주올레 8코스 종점 당케포구이다.

필자 소개 글

법호 相民. 윤봉택은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태어나 해인사로 출가하여 1974년 해인사승가대학을 졸업하였다. 1991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제주바람)이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강정마을에서 포교활동하면서 농사 짓다가 서귀포시청 문화재 전임연구원으로 23년 공직 근무를 마치고, 2014년부터 쌍계암 삼소굴에서 명상·간경·수행하면서 시민과 함께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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