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잘쯔부르그의 여름만 같다면

인구 14만4천명의 오스트리아의 조그만 도시인 잘쯔부르그의 여름은 유난히도 활기에 넘친다. 남부독일에 접해있는 이 도시는 여름휴가기간 동안 매일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오케스트라와 오페라공연이 열리며, 수많은 아마추어 연주자들과 거리음악사들이 시내 이곳저곳에서 연주를 하는 모습들도 볼만하다.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음악캠프가 또한 이곳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도시 전체가 매우 복잡하다. 전세계의 클래식 음악 매니아들이 이곳에서 한여름 내내 개최되는 여러가지 음악회를 보기 위해 몰려오고, 엄청난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어서 이곳의 많은 주민들은 아예 이 기간동안 자신들이 살고있는 집을 관광객들에 통째로 세를 주고 자신들은 지중해나 그리스쪽으로 휴가를 가는 주민들이 많다. 음악도시인 이 도시는 음악의 천재라고 일컫는 모차르트와 20세기 최고 지휘자라고 평가받는 카라얀을 배출한 도시이기도 하기에 이들의 생가와 무덤까지도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어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즐겨 찾고있는 것이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모차르트의 생가는 이곳을 둘러보려는 사람들로 인해서 장사진을 이루고, 우리식 표현으로 하면, 평토장에 꺼지지 않는 촛불하나만 켜진 카라얀의 무덤을 찾는 관광객들이 수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모차르트와 카라얀을 캐릭터한 상품들이 다양하다. 심지어 모차르트 쵸콜렛은 유명하고 그의 모습이 새겨진 다양한 상품들이 관광객들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또한 이 도시 주변에는 아름다운 호수와 과거 합스부르그 왕가의 휴양지들이 있으며, 특히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사운드오브뮤직’영화의 실제 촬영장소이기도 하여 이 곳들을 순회하는 관광상품도 유명하다. 이 도시에는 문화 상품과 관련된 상품의 종류만 해도 4천가지가 욕구를 충분하게 충족시키고 있어서 한해에 이 도시를 찾는 관광객의 수는 약 6백70만명을 상회한다. 우리 제주도의 4백만명 수준인 것과 비교할 때 대단한 것이다. 이제 월드컵 개최까지 2백90일을 남겨 놓고 있다. 월드컵 개최기간 동안에 우리 도시에서 선보이게 될 문화행사들이 매우 걱정된다. 여러 단체들마다 월드컵개최 기간 동안 행사를 하겠노라며, 행사경비일체를 지원해주길 바라는 사정도 안타깝고, 서귀포시 자체에서도 월드컵축구대회의 성격 자체를 충분하게 파악치 못한 채 전통적(?) 행사라고 하여 최영 장군의 몽고토후세력 토벌작전을 작품화하려는 움직임 역시 우려되기는 매한가지이다. 연기자들만의 행사가 되서는 안 될 것이다. 1374년에 장군 최영이 군사 2만5천6백여명을 인솔하여 제주에 와서 몽고 토후세력들을 진압했는데 최후 격전지가 바로 범섬이었다고 한다. 이 토벌 작전을 위해 법환지역은 중요한 작전지역이었고 지금도 관련된 지명들이 남아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발굴하여 공연을 하겠다는 것인데, 좀더 심각하게 생각해보길 권하고 싶다. 과연 최영장군이 인솔한 토벌군들이 군사작전을 계시할 때 지역민들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협조를 했는지 어떤 무기를 들고 싸웠는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짧게 묘사된 기록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을 위해서는 범섬 주변에서 당시의 격렬했던 전장의 흔적들을 찾아보는 것이 우선적이 되야 할 것 같은 생각이다. 그 후에 이런 사실을 예술 작품화하는 것이 순서일 듯 싶다. 우리 서귀포의 지역축제들 대부분은 관주도하에 이루어지는 다분히 일회용 행사인듯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런 행사들이 국적 불명의 이름과 함께 기획되고 준비되고 있음도 우려된다. 사실 일본의 어느 한 현이 사용하여 히트를 쳤던 ‘일촌 일품축제’ 명칭을 모방한 지역축제가 어느새 우리 사회에 버젓이 한자리(?)를 차지하여 ‘법환 수산일품 한치 큰 잔치’라는 이름으로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에게 알맞는 이름이 없어서 그랬을까? 자라나는 차세대들에게 용어적 혼란을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월드컵 기간에는 우리 서귀포 시가지 전체가 축제의 무대가 되었으면 한다. 동네 걸궁패들이 시간에 맞추어 규칙적으로 공연하고, 미용협회에서는 시내 곳곳에서 페이스페인팅을 해주고, 전세계의 다양한 거리의 음악사들을 이기간에 초청하여 시내 여기저기서 공연을 하게 한다. 언제든지 체험 스쿠버가 가능하게 해주고, 미술가들이 거리에서 초상이나 케리커쳐를 그리거나 천지연 광장이나 중앙광장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젊은이들이 수시로 힙합공연을 하며, 서예가들이 붓으로 죄우명이나 이름을 써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연극인들이 길거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갈옷 물들이기 체험, 또는 X-Sports 공연을 유도함도 좋을 것이다. 서귀포시에서도 어설픈 작품을 준비하기 보다는 아예 세계적 행위 예술가인 백남준이나 그의 절친한 친구이며 맞수인 크리스토와 쟝클루드부부(베를린 소재 독일제국의회 건물을 하얀천으로 포장하는 예술을 보였고, 이것을 보기 위해 전세계에서 5백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몰려들었었다)와 같은 사람들을 초청하여 세기적 작품을 만든다면 영원한 문화유산을 보유한 도시로서 월드컵 경기이후에도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 좋은 매개체가 될 것이다. 축제의 도시 잘쯔부르그의 여름이나 행위 예술가 크리스토가 독일제국의회 건물을 포장하던 그 여름과 같이 우리 서귀포시도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문화도시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구철/논설위원·탐라대학교 교수 제275호(2001년 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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