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서귀포 문학세미나 3일 오후, 서귀포시청 문화강좌실에서 열려

서귀포문학관 건립을 주제로 자유토론이 벌어졌다.(사진=장태욱 기자)
서귀포문학관 건립을 주제로 자유토론이 벌어졌다.(사진=장태욱 기자)

 

2022년 서귀포 문학세미나가 3일 오후, 서귀포시청 별관 문화강좌실에서 열렸다. 한국문인협회 서귀포지부가 예향 서귀포의 정신을 드높이기 위해 주최하는 서귀포 문학제의 하나로 열린 행사다.

세미나는 ▲서귀포문학관 운영방안 ▲예향 서귀포와 문학 ▲정지용과 서귀포 등 3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서귀포문학관과 관련해 강용준 제주문학관 명예관장이 주제발표를 맡았다. 강용준 관장은 문학관은 문학분야에 특화된 전문 시설을 지향하면서도 문학인과 문학인 단체, 시민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일상적 복합물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문학관은 독자적인 고유성이 생명이라고 전한 후 “서귀포에는 김광협과 강동원, 한기팔, 오승철, 김용길 등 전국적으로 알려진 시인이 많고 저명한 문인들이 서귀포를 다녀가면서 남긴 작품이 많은데, 칠십리시공원도 조성됐기 때문에 서귀포문학관은 시 특성 문학관으로 규정되길 제안한다”고 밝혔다.

강용준 관장은 “문학관을 건립하기 위해서는 서귀포 문인을 중심으로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지자체장의 임명이 있어야 책임감과 신뢰성을 얻은 후 예산도 확보할 수 있다”라며 여론조성을 통한 타당성 확보, 관련 조례에 근거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강중훈 발제자와 윤봉택 서귀포예총 회장, 강중훈 시인 등이 참여한 가운데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윤봉택 회장은 “서귀포에는 칠십리시공원과 삼매봉도시공원, 외돌개 등으로 이어지는 공원벨트가 있어 다른 여느 도시가 갖지 못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리며 “최근 오영훈 지사가 취임했는데, 지사가 일에 의욕이 있는 지금 문학관건립추진위원을 임명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강중훈 시인은 “강원도 봉평의 이효석 문학관은 메밀꽃이 피는 공간에 문학관이 조성되어 주민에게 정신적 감흥을 준다”라며 “지역 특성에 맞는 문학관을 조성해 지역 문화화 함께 가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향 서귀포와 문학' 주제로 토론을 벌이는 장면(사진=장태욱 기자)
'예향 서귀포와 문학' 주제로 토론을 벌이는 장면(사진=장태욱 기자)

두 번째 세션에서 예향 서귀포와 문학을 주제로 변종태 다층 편집주간이 발제를 맡았다. 변종태 발제자는 추사 김정희가 조선시대 대정에 유배된 후 세한도를 완성한 것과 1930년대 미당 서정주가 지귀도를 방문해 시를 남긴 사실, 김광협 시인이 1965년도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강설기’로 등단한 일 등을 소개한 뒤 “이들은 예향 서귀포의 문화적 자산”이라고 밝혔다.

변종태 발제자는 “한기팔, 김용길, 오승철 시인을 비롯해 시인 다수와 작가가 서귀포의 문학적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제한 후 “서귀포가 문학과 예술의 소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서귀포가 영감의 원천이 되는 자연환경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다양한 문학적 성취물을 전시할 수 있는 서귀포문학관을 건립하고 서귀포시가 주최하는 서귀포문학상을 서귀포문협에 이관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변종태 편집주간과 강영은 시인, 강방영 시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강방영 시인은 “춘천에 김유정 문학촌에는 문학을 주제로 하는 길이 있는데, 서귀포시도 김광협 시인이 중요하다면 호근동에 김광협을 테마로하는 길이 조성돼야 한다”라며 “그렇게 해야 다녀간 사람들이 시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강영은 시인은 “서귀포에 많은 문인이 다녀가 작품을 남겼다. 서귀포가 예향인데, 그걸 모르는 사람이 많다”라며 “예향을 드러내는 방식이 어떤 게 있는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변종태 편집주간은 “영암 구림리는 백제 왕인박사가 일본으로 배를 띄웠던 곳인데, 영암에 가면 택시기사가 왕인박사에 대해 전문가 수준으로 얘기를 풀어낸다”라며 “하드웨어로 되지 않는 게 있다. 서귀포시민도 지역 문화에 대해 그런 수준의 이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다온무용단 어린이 회원들이 전통 무용으로 축하했다.(사진=장태욱 기자)
다온무용단 어린이 회원들이 전통 무용으로 축하했다.(사진=장태욱 기자)

세 번째 세션에서는 ‘정지용과 서귀포’를 주제로 이정환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이 발제를 맡았다.

이정환 이사장은 “정지용 시인은 ‘향수’, ‘유리창’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한라산 여정 길에 백록담과 맞닥뜨려 불후의 명작이자 한국 모더니즘 시문학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작품 ‘백록담’을 남겼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몸으로 생생하게 체험했고, 그가 감각의 시인이자 동양 정신세계를 계승한 혜안의 시인이었기에 그 누구도 정지용 이상으로 백록담을 노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정환 이사장은 최근에 정지용의 시조 ‘마음의 日記’를 한기팔 시인이 최근에 새롭게 발굴한 사실을 언급한 후 “1926년에 발표된 정지용의 유일한 기조를 2022년에 찾아낸 건 시조문학사에 의미 있는 일이다”라며 “작품은 시조 형식을 갖추지 못했지만, 시조만이 갖는 아름다움이 곳곳에 산재했다”라고 주장했다.

다온무용단 소속 어린이 회원들이 제주도 민속춤으로, 영주민속보존회 회원들이 민요로 행사를 축하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 앞서 오전 11시에 칠십리시공원에서 시비 제막식이 열렸다. 문인협회 소속 회원들은 김광협의 시 ‘서귀포’와 오승철의 시 ‘서귀포바다’각 각각 새겨진 시비를 시공원에 건립하고 이날 제막식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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