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장태욱 편집국장

농협이나 은행이 근무하는 친구가 여럿 있다. 대체로 상무 혹은 지점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근무한다. 친구가 금융업에서 책임자 자리에 있으니, 옆에서 얻어듣는 정보가 있어 좋을 때가 있다.

가장 좋은 건 유리한 대출상품을 소개받을 수 있는 점이다. 은행 점포에서 농민을 위해 내놓은 대출상품이 여러 가지인데, 대상별로 대출 가부나 금리가 결정된다. 나에게 가장 적절한 상품을 골라줘서 그동안은 이자 부담 없이 편리하게 대출상품을 이용할 수 있었다. 물론, 친구의 친절함 뒤에는 그동안 오래도록 저금리 기조가 유지된 경제 상황이 있었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책임자의 지위에 있는 친구들이 예금자를 모집하기에 분주하다. 은행들도 하루가 다르게 금리를 올리며, 예금유치에 혈안이 됐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서귀포시내 금융 점포들은 대체로 3.5% 안팎의 금리를 내걸었다. 그런데 11월 들어서 신협과 금고가 5.5%, 서귀포시축협은 6.2%의 예금상품을 내놓았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건 외관상으로는 미국 중앙은행이 연방준비제도의 발표 때문이다. 미 연준은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며 지난 2일까지 0.75%씩 연속 4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연준의 결정으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3.75~4.00% 수준으로 올랐다. 미국의 금리가 한국보다 크면 자본이 미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 국내 기준 금리를 높여서 그 간격을 줄여야 하는데 그 결정은 한국은행이 한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0%였다. 한국은행은 올해 4월에 기준금리를 1.5%로 상향 조정했는데, 10월에는 두 배인 3%로 높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니, 2022년 4분기 우리나라의 적정 기준금리는 3.73%~4.02%로 나와 있다. 기준금리가 1.0% 안팎에서 추가로 인상될 여지가 있음을 알려준다.

금융업 종사자가 아니나,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직감한다. 우리나라로 문제를 국한해보면, 시중에 풀린 돈이 모든 현재 처한 문제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경기부양과 코로나19에 따른 피해자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을 시행했다. 가계 혹은 자영업자는 저금리에 기대어 많은 돈을 빌려 썼다.

어떤 이는 대출금을 코로나19 위기를 넘는 운영자금으로, 어떤 이는 아파트 구입비로, 어떤 이는 비닐하우스를 짓는 용도로, 어떤 이는 고급 승용차를 구입하는 비용으로 썼다. 10억원 넘는 돈을 빌려서 임대주택을 지은 사람도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사례다.

은행은 많이 풀린 돈을 서둘러 거둬들여야 할 처지가 됐다. 기준금리도 올랐고, 인플레이션도 걱정되니 그렇다. 한편으로는 금리를 올려서 예금을 유치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출해준 돈을 회수해야 한다. 그런데 두 가지 모두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은행마다 예금상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은행은 예금준비금을 확보해야 한다. 금리는 치솟고 시장이 요동친다. 예금을 서둘러 유치하지 않으면, 미미 확보한 예금까지 다른 은행에 빼앗길 판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전에 시중에서 은행이 서둘러 금리를 올리는 이유다.

대출금 회수는 더욱 어렵다.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들어서고 있고, 물가는 이미 크게 올랐다. 자영업자나 가계나 살림살이가 어려우니, 대출금의 원금 상환은 고사하고 이자를 납부하기도 버겁다. 10억원을 대출해서 임대주택을 지었다는 사람은 임대수익이 대출금 이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숨을 쉰다.

오른 금리로 대출금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사업체와 가계는 내년이 고비를 맞을 것이라 우려한다. 은행에서 근무하는 친구들이 하는 얘기다. 너무 많이 풀린 돈이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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