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민의 서귀포 오름 이야기(83)

요즈음 우리 제주섬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고 인기 있는 걷기 코스는 사려니숲길일 것이다. 사려니숲길은 5.16도로 변에서 비자림로로 꺾어 들어 약 1km 쯤 되는 지점에서부터 시작하여 물찻오름 방향으로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가, 물찻오름 남서쪽에서부터 동쪽 방향으로 꺾어 들어 붉은오름 남쪽의 남조로 변까지 이어지는 약 15km 구간의 걷기 코스이다.

그런데 15km의 긴 구간을 걷는 동안 사려니오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아마도 사려니오름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사려니숲길이 사려니오름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걷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사려니숲길의 이름을 제공한 사려니오름은 비자림로의 사려니숲길 입구에서부터는 직선거리 약 9.4km, 남조로의 사려니숲길 입구에서부터는 직선거리 약 7.1km나 되며, 사려니숲길의 중간쯤에 있는 물찻오름 입구에서부터도 남쪽으로 직선거리 약 6km나 되는 먼 곳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도 왜 이 숲길을 사려니오름의 이름을 따서 부르게 된 것일까? 그 까닭은 사려니오름 앞에서부터 물찻오름 남쪽의 월든삼거리까지 숲길 탐방로가 있음으로 해서 사려니숲길이라 했는데, 사실상 사려니오름 앞에서부터 월든삼거리까지의 탐방로는 1년에 한 번 사려니숲 에코힐링 체험 행사기간의 며칠 동안만 개방하기 때문에, 그 외의 기간에는 출입할 수가 없는 코스다. 사려니오름 앞에서부터 월든 삼거리까지 탐방로를 따라서 걷는 거리는 약 8.2km 쯤 된다.

그렇다면 사려니오름은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

사려니오름은 남원읍 한남리 지경으로, 산림청 산하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의 한남연구시험림 내에 위치해 있다. 참 이름도 길다. 간단히 말하면 서성로 중간의 감귤복합공장 근처 로터리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2.5km를 쭉 올라가면 있다.

이곳은 시험림 안에 위치해 있음으로 인해 11월부터 다음 해 515일까지는 산불조심 기간으로 출입이 통제되며, 516일부터 10월 말까지 기간에만 출입이 가능하다. 또한 월요일과 화요일은 운영되지 않고, 반드시 예약을 해야만 출입할 수 있다.

사려니라는 뜻은 실이나 끈 등을 헝클어지지 않게 둘러서 포개어 감는다는 뜻을 가진 말의 사리다에서 나온 말인 듯하며, 오름의 모양새가 사리어진 모양이어서 부르게 된 이름으로 추정된다. 그 밖에 소랭이(는 아래아)오름’, ‘사랭이오름’, ‘살안이’, ‘솔안이라고도 하며, 한자 표기로는 四連伊岳(사련이악)’, ‘四連岳, 士連岳(사련악)’이라고 한다. 살안이, 솔안이에서 , 신령스러운 산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四連伊, 또는 四連岳이라고 표기한 이름을 두고 이 오름과 더불어 남동쪽의 넙거리오름, 동쪽의 머체오름, 서쪽의 사려니자락과 더불어 네 개의 오름이 연달아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 이들도 있으니, 이 또한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부 주변 능선 위의 바위들(사진=한천민 소장)
정상부 주변 능선 위의 바위들(사진=한천민 소장)

사려니오름은 지도상에서 보면 전체적인 모양새가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오름으로, 북동쪽 방향으로 터진 반달 모양의 말굽형 굼부리를 가지고 있다. 정상부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다 동쪽으로 느릿하게 휘어지는 모양으로 능선을 이루고 있으며, 정상부의 능선 바깥 사면은 전체적으로 매우 가파른 편이다. 정상부에서부터 북쪽편으로 이어지는 탐방로 능선 주변에는 크고 작은 바위들(화산탄)이 무수히 많이 있어서 탐방하면서 바위들의 기기묘묘한 모양을 감상하는 맛도 쏠쏠하다.

정상부로 향하는 탐방로는 남동쪽의 시험림 탐방 안내소 쪽과 북쪽편에서 올라가는 길의 두 군데이며, 시험림 탐방 안내소 쪽에서부터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탐방로는 거의 직선으로 만들어져 있고 경사가 매우 심하여 세 번이나 옆으로 휘어져서 지그재그로 올라가도록 되어 있다.

지난 주 신문에 넙거리오름을 소개한 바 있는데, 사려니오름 탐방은 같은 날 넙거리오름을 탐방하고 나서 시험림 탐방로를 따라 삼나무 전시림까지 가서 한 바퀴 돌고 내려오는 길에 탐방하였다.

삼나무 전시림에서 나온 후 전시림 갈림길에서 팔색조 갈림길을 거쳐 사려니오름 갈림길에 도착한 후 오름 북쪽에서부터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북쪽에서 올라가는 탐방로도 능선 위에 올라갈 때까지 나무 데크 계단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올라가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계단길 동쪽에는 스테고사우르스(쥐라기 후기에 살았던 초식공룡)의 등에 달렸던 골판과 같은 큰 바위들이 능선을 이루고 있었다.

넙거리오름에는 거의 전 사면이 삼나무 숲이었던 반면, 사려니오름 북쪽에서 올라가는 탐방로 주변에는 삼나무 숲은 보이지 않고,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나서 숲을 이루고 있었으며, 굼부리 안쪽 경사면에도 동백나무, 생달나무, 단풍나무, 사람주나무, 서어나무, 비목나무 등이 자라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삼나무는 남쪽 경사면과 서쪽 경사면에 인공조림 되어 자라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나무 계단 탐방로를 다 올라오니 부드러운 능선이 정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향하는 탐방로 주변에는 동백나무가 대부분의 수종을 이루고 있었으며, 그 아래에는 생달나무 등 늘푸른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또 탐방로 주변에는 커다란 화산탄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특히 정상부 가까이에는 붉게 물들어가는 사람주나무가 가을의 정취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정상부 가까이에 이르니 좌우로 길게 늘어진 긴 능선은 부드럽게 이어지고 있으나 그 남쪽 경사면과 북쪽 굼부리 쪽 경사면은 매우 가팔라서 곳곳에 수직 절벽을 형성하고 있는 곳들도 있었다.

정상부에 이르렀다. 정상부에는 전망대가 넓게 만들어져 있었으며, 전망대 바로 옆에는 이동통신 안테나와 산불 발생 감시를 위한 시설이 세워져 있었다. 안내판에는 한남시험림과 사려니오름 주변 관할구역을 CCTV24시간 동안 촬영하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있다.

정상부에서 바라본 풍광(사진=한천민 소장)
정상부에서 바라본 풍광(사진=한천민 소장)
정상부 전망대 (사진=한천민 소장)

 

전망대에서 잠시 쉬며 사방 경관을 살펴보니, 남쪽 멀리로 바다가 넓게 펼쳐져 보였으며, 바다 위에 떠 있는 지귀도, 섶섬, 문섬들이 보였고, 넙거리오름, 예촌망, 생길이오름, 영천오름, 칡오름, 제지기오름, 삼매봉, 고근산 등이 바라보였다. 북동쪽으로는 큰거린오름과 족은거린오름과 머체오름이 바라보였다. 전망대 옆에는 커다란 구실잣밤나무가 자라서 있어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정상부에서 주변 경관을 살펴보며 쉬다가 시험림 탐방 안내소가 있는 남쪽으로 내려왔다. 안내소 앞에는 난내, 아열대산림연구소와 한남 시험림에 대한 안내판에 세워져 있어서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국립산림과학원 제주산림과학연구시험림(2,532 ha)FSC(산림관리협회 : Forest Stewardship Council) 기준인 환경을 배려하고 사회에 기여하며, 경제적으로 지속성을 갖는 산림경영을 하고 있음을 인정받아, 20063월 우리나라 최초로 산림인증을 취득하였으며, FSC 기준과 원칙에 따라 지속적인 산림경영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한남연구시험림에는 붉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참식나무, 새덕이 등의 상록활엽수림, 서어나무, 졸참나무, 때죽나무 등의 낙엽활엽수림 등 1152984372변종 1품종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으며, 으름난초, 백문란, 수정난풀, 금새우란 등 20여 종의 희귀식물, 그 밖에 수서동물, 포유류, 양서류, 조류, 파충류 등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위치 :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지경

굼부리 형태 : 말굽형(북동쪽)

해발높이 523m, 자체높이 98m, 둘레 2,154m, 면적 2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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